국민이 지켜본다 후보경선 당당하게 해라

“여론조사 경선으로 정몽준이 단일후보가 되면 선거 때 찬조연설 하면서 다닐 건가요.”
“약속을 했으면 열심히 해야죠.”

정몽준과 후보 단일화 방법이 여론조사로 결정됐을 때 반대를 하던 참모들이 노무현 후보에게 물었고 노무현은 명확하게 대답했다. 불리한 것이 틀림없는데도 후보가 받아들이니 도리 없지 않은가. 운명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운명은 우리 편이었다. 정도를 걷는 사람의 편이었다.

지금 민주당의 박영선과 시민후보인 박원순과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게임에는 규칙이 있고 따져 보면 불리한 것도 있고 유리한 것도 있다. 유리한 것만 고집하면 협상은 깨진다. 그래서 양보가 필요하고 서로 양보를 해서 타협이 잘 이루어지면 협상은 성공하고 칭찬을 듣는다.

민주당의 후보인 박영선 시민후보인 박원순, 양 진영은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규칙에 합의를 했다. 여기서 누가 양보를 많이 하고 안 하고는 거론하지 말자. 이미 결정이 됐으니 앞으로 규칙대로 후보를 선출하고 이긴 후보에게 적극 협력하여 당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10월 3일, 누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느냐를 놓고 선출을 한다. 이제 5일 남았다. 5일간 양측에서는 치열하게 지기 후보를 홍보하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온 역량을 기울여 운동을 할 것이다.

흔히 싸움은 우선 이기고 봐야 한다고들 한다. 지고 나면 모두 끝장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외국의 사극영화를 보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격투기가 있다. 마지막 날카로운 검이 심장을 찌르면 치솟는 선혈과 함께 격투는 끝이 난다.

경선이 그런 것인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국민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국민들은 아름다운 경선을 보고 싶어 한다.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야당후보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경선이 기억 속에 남기를 바라며 앞으로의 선거에서 하나의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안철수와 박원순의 단일화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지금까지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이전투구라고 불리는 싸움에 익숙한 국민의 눈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휘둥그레졌다. 아아 저런 모습도 있구나.

생각을 해 보자. 50%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5% 대의 후보에게 흔쾌하게 양보를 하다니.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현실에서 생긴 일이었고 바로 우리 정치도 깨끗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었다.

박영선 박원순의 후보 단일화. 이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믿는다. 한나라당 정권 심판의 결정타가 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이 분열하면 패한다는 것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후보가 0.6% 차이로 떨어지는 광경을 똑똑히 봤다. 다시 그런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경선 규칙도 마무리가 깨끗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걱정이 남는다. ‘상재보다 복쟁이가 더 서럽다’는 말이 있다. 이 나라 선거를 보면 지지자들이 더 극성이다. 극성이다 보니 탈선과 사고도 이들이 대부분 저지른다. 충성경쟁이다. 그리고 결과는 고스란히 후보가 지게 마련이다.

상대방의 과오를 찾아내서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고 애쓴다. 그러다 보면 대수롭지 않은 것들을 찾아내서 과대 재생산하고 어떤 것은 음해가 된다. 상대편도 가만있을 리가 없다. 이렇게 서로 치고받다 보면 평생 다시 보지 않을 원수가 되고 이것은 고스란히 국민들 뇌리에 부정적으로 입력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언론이 보도하는 양태를 보면 극히 우려스럽다. 짐작한 그대로다. 일부 매체들의 예상된 과장보도는 정말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이 딱 맞는다. 이런 걸 기사라고 쓰는 기자의 양식은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이런 기사를 이용해 상대 후보를 흠집 내려는 일부 후보들의 의도적인 작태다. 그런 사례가 있지만 지적하지 않는다.

남의 흠집을 폭로한다고 해서 내가 빛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폭로의 저의를 안다. 서로 상대방을 칭찬해 보자. 상대 후보는 참 훌륭하다. 그러나 내가 아주 조금 더 잘할 자신이 있다. 이렇게 겸손하게 자랑을 하면 얼마나 애교스럽고 친근감이 있는가.

어차피 누가 되던 한나라당과 싸워 이겨야 할 후보들이다. 서로 상처를 내지 말자. 이로 인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국민들의 짜증이다. “이것들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구나. 지들이 정말 예쁘고 잘해서 지지해 주려는 줄 아는 모양이지. 착각 말라. 언제든지 너희들 버릴 수 있다.” 이것이 국민의 심정이다.

국민들이 아니 서울시민들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될 일이 있다. 더 가까이는 후보를 뽑는 선거인단이 냉정하게 고려해야 될 일이 있다. 누가 더러운 선거운동을 하는가. 그런 후보에게는 절대로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박원순 후보든 박영선 후보든 깨끗하게 운동을 하는 후보를 시장 후보로 뽑아야 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이 나라 민주주의가 사느냐 죽으냐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다. 국민과 시민의 이름으로 엄중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

박원순 박영선, 박영선 박원순 양 진영의 참모들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 눈에 자신들의 행동이 어떻게 투영되는가.

감동의 경선을 해 보자. 깨끗한 선거운동 하는 후보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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