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많이 들으셨습니까

석 명절을 맞아 귀향하신 의원들이 태반이겠죠. 반가울 것입니다. 오랜만에 성묘도 하고 어릴 때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하면서 잠시 정치를 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의회활동도 좀 보태서 자랑도 하겠죠.

솔직히 말하면 추석 귀향은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이런저런 귀찮은 얘기 많이 들어야 하고 정치가 잘못되다 보니 면목도 없고 변명하자니 체면이 구깁니다.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명절은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의원들도 보았습니다.

전과 달리 선물 풍조는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그냥 외면할 수 없는 지역 어른들께는 신경을 안 쓸 수가 없고 한두 분도 아니니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게 부담이 될 것입니다. 전과 달리 어디서 생기는 것도 별로 없고 손 벌릴 수도 없어 혹시 사채 얻는 일은 없을는지요.

어떻습니까. 지역구에 가면 의정보고 비슷한 것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자랑도 해야 되니까요. 정치적 입지를 잡아 신문 방송에 얼굴이 많이 팔린 의원들이야 쉽지만 일 년 열두 달 손만 들어야 했던 거수기 의원들은 의정보고 하기가 무척 난감할 것입니다.

자리 지키려고 국회에 갔느냐. 월급 타 먹기 미안하지 않으냐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도 속으로 혀를 차는 사람들이 왜 없겠습니까. 이래저래 명절 귀향은 고역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군요.

고향에 왔으니 어릴 적 친구들과 막걸리 한 잔 안 할 수도 없을 테죠. 술이라는 게 한두 잔 들어가면 말도 많아지고 의원님 앞이라 주뼛거리던 것도 사라지게 마련이죠. 마음속에 있던 말 털어놓게 됩니다.

“4대강 그거 어떻게 되는 건가. 한 번 가 봐. 엉망진창이야. 우리 깨벗고 물장구치던 데 다 망가졌어. 물고기도 없어. 멀쩡한 강 왜 그 지경으로 만들었나. 국회는 뭐 하는 덴가.”

이렇게 시작된 푸념이 이 친구 저 친구 입을 거치면서 성토장이 될 수도 있겠죠.

“농민들 다 죽네. 자네 쌀값이 얼만 줄이나 아나. 소 돼지 기르던 농가 다 망했네. 우리 농가 빗이 얼마나 되는 줄 아나. 국회의원들은 뭐 하나. 만나기만 하면 싸움질이나 하고 강용석이는 당연히 제명해야지. 도청한 놈은 뭐야.”

“세상인심 그렇게 모르나. 그놈의 파벌싸움 지치지도 않나. 그런 기운 국민 위해 좀 써 보게.”

“일 잘하는 교육감 왜 잡가 가둬. 한명숙 정치보복 그만둬야지. 검찰한테 국회가 따끔하게 혼을 내야지. 그리고 청문횐지 빌어먹을 건지 그런 건 뭣 하러 하나. 불법 탈법 자랑하려고 노닥거리나.”

“국회가 뭔가. 국민의 대표 아닌가. 할 소리는 해야지. 뭐 미국사료 먹었으니 한국 소가 아니라구? 우유 먹고 자란 애들 미국 앤가. 말을 해도 씨가 먹게 해야 할 거 아닌가.”

이쯤 되면 대책이 없습니다. 한잔 먹은 김에 다 털어놓습니다. 요즘 시골 산다고 얕보다가 일 납니다. 빠싹합니다. 정치평론가. 시사평론가죠.

“대통령 출마할 때 뭐라고 공약했나. 747 공약. 뜨기나 했나. 지금 나랏빚이 얼만지 아나. 의원님 내려오신다고 해서 인터넷 뒤져 봤지. 1,637조 원이래. 야당이 하는 소리가 아니구. 한나라당 이한구가 한 소리야. 이거 누가 갚아. 대통령이 빚 갚고 나가나.”

봇물이 터진다고 하죠. 자리 털고 일어나고 싶지만 모두가 표입니다. 내년에 표 달라고 애걸해야 합니다.

“무상급식 왜 반대해. 없는 애들 점심 한 끼 먹이자는 게 그렇게 배 아파. 제 놈들 자식 잘 처먹이니까 가난한 놈 사정 모르지. 서울 간 갑식이 있지. 펄펄 뛰더라구. 곽 교육감 그래서 잡아넣은 거 아냐.”

“정치보복. 지들은 안 당할 줄 아나. 한명숙 총리, 어느 누가 정치보복이라고 안 하나. 국회 청문회 봤는데 그놈들 모두 도둑놈이더라구. 검찰총장 하겠다는 인간이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필수과목이야. 불법 저지르지 않으면 장관 못해.”

의원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한마디 해야지 가만히 있을 수만 없습니다.

“자네들 기분은 알겠는데 비난만 할 게 아니라구. 다 사정이 있거던. 정치라는 게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야. 정치를 하다 보면.”

“정치를 하다 보면 거짓말하게 된다 이거지. 거짓말을 해도 좀 그럴듯하게 해야지. 속이 빤히 보여. 4대강은 지천개발에 20조 원이 또 들어간다지. 그리고 돈 처들인 이 나라 무기들은 왜 그 모양인가. 어제 방송 보니까 독도함 기관포는 적기가 아니라 갑판 위에 아군 헬기를 쏜다며? 이러면서 무슨 자주국방인가.”

“여보게들. 그래도 국방이야 최우선이지.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은 천안함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나.”

“의원님. 말씀 잘하셨어. 천안함 그거 믿을 수 있나. 북한의 귀신 잠수함이 몰래 들어와서 우리 군함 두 동강이 내고 귀신처럼 도망간 거, 의원님은 믿으시나.? 방송 신문이 아무리 떠들어도 국민들 안 믿어. 아니 청와대 지하 벙커에 들어가서 회의하는 사람들, 총 쏠 줄 알아. 군대를 갔어야 총 쏠 줄 알지. 경례도 할 줄 몰라.”

빨리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인 거 같은데 이거 도무지 놔 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아아 민심이 이렇구나 절감합니다.

“뉴스 보니까 부산에서는 의석 17석 중에 한나라당 의원들 2명 당선되면 잘 되는 거라고 하더군. 서울시장 자신 있나. 서울에서 몇 명이나 당선될 것 같은가.”

가장 아픈 약점을 건드립니다. 바로 자신의 얘기도 되는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 어떻게 될 것 같아. 박근혜. 될 것 같은가. 요즘 비상인 거 같은데 이럴수록 냉정해야지. 기자한테 ‘병 걸리셨어요?’가 뭔가.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그렇게 속이 좁아서 어떡해.”

이른바 친박계인 의원님 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억지 핑계를 대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등에서 진땀이 납니다. 내년 선거가 눈에 선히 보입니다. 어쩌나.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 인기는 똥친 막대입니다.

생각해 보면 참 답답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민심을 읽지 못한단 말인가요. 왜 일 잘하는 교육감을 잡아넣나요. 한나라당 망하게 하려는 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방송이 시청률 7%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지지율이라고 평가됩니다.

민심이 전국을 휩쓰는 때가 명절이라고 하죠. 국회의원들이 싫든 좋든 명절에는 귀향을 합니다. 아주 귀마개를 하고 다니면 몰라도 도리 없이 민심을 듣게 될 것입니다.

농촌은 나라의 뿌리입니다. 뿌리가 망가지면 나라도 망가집니다. 지금 농촌이 어떤가요. 노친네들만이 보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민심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정치가 아니라 적어도 나라를 조금은 생각해야 합니다. 왜 그들이라고 모르겠습니까.

국회의원들 모두를 매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열심히 나랏일을 하는 의원도 있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물통 곁에 있으면 냄새가 묻게 마련입니다. 팔자라고 생각해야죠.

정치만이 아닙니다. 지금 나라 전체의 위기입니다. 명절 연휴 눈 크게 뜨고 민심 제대로 살피고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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