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구성작가 부당계약해지된 작가들의 입장 [전문]

인권, 민주, 평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민주언론과 공정방송을 표방해온 광주MBC(사장 서경주)가 최근 시대착오적인 반민주적 반인권적 방송사 운영형태를 벌여 구성작가 9명이 부당하게 일자리를 잃는 방송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사건의 핵심은 지난 7월4일 광주MBC가 단행한 사내 업무 환경 개선 내용에 있다. 정규직사원인 PD와 간부직원들의 업무공간은 4층 편성국 약 4분의 3에 해당하는 공간에 가로 약 175cm, 책꽂이와 서랍장이 갖춰져 있는 신형 책상과 앞뒤 공간이 넓게 확보가 된 반면, 그 나머지 4분의 1 크기의 공간에 비정규직(작가, 리포터, FD)의 공간과 책상을 배치한 것이다.

좁은 공간에 배치된 책상은 등을 맞대고 앉는 불편 등 창의적 아이템 발의, 기획, 원고작성, 섭외 등 작가 고유의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더구나 사방 창문은 사물함 등으로 막아 시야는 물론 통풍, 햇볕이 차단 돼 두어 시간만 앉아 있으면 두통이 올 정도로 개악이 된 상황이었다.

이에 작가와 PD들이 일방적 환경개선이 가져온 폐해를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자 회사측에서는 대화와 타협 대신 막말과 협박, 해고위협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작가 9명을 해고하였다. 이 책상에서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나가라. 이 문제의 해결주체가 되어야할 모부장은 술에 취한 상태로 작가들에게 모욕적 막말로 해고를 통보했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부당하고 몰상식한 처사임을 주장한 작가들에게 다같이 나가도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통보를 했다.

이에 우리 작가들은 묻고 싶다. 방송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역민이다. 지역민을 위해 열악한 조건에서 방송제작에 땀흘려온 방송제작의 주역은 누구인가. 바로 우리 방송작가들이다.

우리는 광주MBC에게 묻고싶다. 서울에서 임명된 사장이 지역방송의 현실을 외면한 채 수년간 지역방송의 일꾼으로 성실함을 다해온 작가들에게 마구잡이 칼날을 휘둘러도 되는가. 광주MBC는 이러한 일을 자행하고도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의 치부를 고발하고 개선을 촉구할 수 있는가. 광주MBC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민을 위한 올바른 방송제작을 해나갈 수 있다고 보는가.

방송작가들은 회사가 말하는 대로 프리랜서이다. 하지만 정규직 직원들보다 훨씬 많은 제작업무를 감당해왔다. 또한 지역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자유로운 창의력과 문화적 감성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방송제작을 맡아온 전문인들이다.

단지 고용조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4대 보험 미가입, 고용불안, 퇴직임 미지급 등 그동안 겪어온 불이익과 차별에 책상이라는 구체적 차별까지 감당하라는 처사, 거기에 수년간 일해온 경력작가들에게 단 한마디 말로 그만 나오라는 안하무인식 해고통보는 방송사가 이미 거대한 권력기관이 되어있다는 반증이다.

책상은 업무공간일 뿐이다. 책상의 크기와 배치로 고용에 따르는 불이익 외에 눈에 보이는 차별을 강화한 것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극심한 인간적 모욕감을 유발한다. 또한 이는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하고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고발하고 개선해야하는 공공성을 지향하는 방송사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사실 이번 광주MBC 작가 책상 문제와 부당해고 문제는 그동안 방송국 내부에서 횡행해오던 ‘보이지 않는 차별’이 ‘보이는 차별’로 가시화된 사건일 뿐 아니라 비정규직 인력으로 많은 제작을 해온 방송사의 묵은 관행이 터져나온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방송제작현장에서 쫓겨난지 40여일, 광주MBC 방송작가 9명은 광주MBC에 호소한다. 우리는 광주MBC의 선처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광주MBC가 마땅히 가져야할 상식과 원칙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광주MBC가 힘없는 여성인력, 방송작가들을 차별하고 해고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회유하기 보다는 전문인력들을 소중히 관리하고 제작에 충실하게 하는 여건조성을 하여야 한다. 이는 지역방송을 위한 일을 뿐 아니라 사회민주화를 앞당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9일

광주MBC로부터 구두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작가 김고은, 김인정, 박미현, 백은희, 오희정, 장상은, 조영임, 정재경, 최은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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