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폐간 위기 맞은 <광주드림> 황해윤 기자

황해윤 기자, "<광주드림> 자본에 독립한 새 언론모델 논의할 것"
"노사, 지난 10일 이후  폐간 잠정유보 상태...  활로는 안개 속" 

버스 정류장 한 켠에 놓인 <광주드림>을 집어 든 한 대학생이 말한다.
“광주 이야기를 한 눈에 알 수 있어서 좋고, 볼거리가 많아서 좋고, 가려운 곳을 속속 긁어줘서 좋다. 공짜라서 더 좋다.”

‘시민공감 지역신문’이라는 기치로 시민에게 가장 밀접한 신문을 꿈꾸며 거리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던<광주드림>은 창간 7년여를 맞이한 지금 자취를 감췄다. 발행부수가 대폭 삭감되면서 <광주드림>을 손에 쥐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는 <광주드림>의 실질적 소유주인 <사랑방신문>이 일방적인 폐간 통보를 하기도 했다.  

▲ 황해윤 <광주드림> 기자. ⓒ광주인

폐간을 막기 위해 <광주드림> 노조와 지역사회가 모여 긴급 기자회견을 연 후 사측과의 면담을 통해 폐간을 잠정유보 했지만 <광주드림>의 활로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폐간이 유보된 후 다시 첫 번째 신문이 발행된 13일 오후, <광주드림> 황해윤 기자(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광주전남지부 에스알비미디어(SRB)광주드림 분회 사무국장)를 만났다.

황 기자는 “<광주드림>은 <사랑방신문>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일방적인 폐간은 있을 수 없다”며 “앞으로 <광주드림>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활로를 모색할 시간과 그 과정에서 <사랑방신문>의 최소한의 역할을 요구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2004년 4월 22일 ‘시민공감, 지역신문’을 기치로 <광주드림>은 창간됐다.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신문, 강자에겐 엄정하고, 약자에겐 힘이 되는 신문을 지향하며 <광주드림>은 시작했다.

창간부터 <광주드림>과 함께 했던 황 기자는 “<광주드림>은 기존의 지역신문에 하나 더 보태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신문, 지역밀착형 종합일간지를 꿈꾸며 창간됐다”며 “지역의 이슈를 발굴해서 지역민의 입장에서 신문을 만들어 보고자 <광주드림>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보도자료로 기사 쓰는 기자가 아닌 현장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는 현장중심의 취재를 하겠다는 원칙으로 지난 7년을 달려왔다”는 황 기자는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을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을 때 그들에게 최소한의 통로를 만들어줬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장중심의 취재는 창간 7년인 <광주드림>이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상임대표 신성진)이 주는 민주언론상을 여섯 차례 수상하는 원동력이 됐다.  

▲ ⓒ광주드림 제공

하지만 2007년 4월 모기업인 빅마트가 경영위기를 맞으면서 <사랑방신문>에 인수돼 ‘SRB미디어 광주드림 사업부’란 법인으로 재창간된 이후 <광주드림>은 위기를 맞이했다.

인력축소, 발행부수 축소가 이어졌고 <사랑방신문> 인수 4년여 만에 폐간 위기에 내몰렸다. 이유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빅마트 시절, 8만부였던 발행부수는 현재 거리에서 배포대조차 찾아보기 힘든 정도가 됐고 한 때 20명을 넘었던 취재기자는 5명(정상철, 황해윤, 채정희, 강련경, 임문철)만이 남아있다. 황 기자는 “광주 지역 신문 중 유일하게 가능하던 <네이버> 뉴스캐스트 검색도 끊긴 상황”이라고 전했다.

<광주드림>의 내부구성원들은 지난 1월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광주전남지부 에스알비미디어(SRB)광주드림 분회(분회장 정상철, 노조원 10명)를 설립하며 신문 정상발행을 위한 사측과의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황 기자는 “지난 해 7월 <사랑방신문>의 계열사이던 <광주드림>을 독립법인으로 분리하면서 <사랑방신문>은 아무런 책임을 갖지 않게 됐고 김선영 대표이사 또한 <사랑방신문>에서 파견된 것이라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고 난항을 겪어오던 교섭에 대해 말했다.

노조 출범 이후 인력충원을 요구하던 <광주드림> 노조는 지난 4월 수습기자 공개채용 과정을 진행했지만 합격자까지 결정된 상황에서 사측은 합의 사항을 파기했다. 황 기자는 “내부적으로 수습기자 합격자까지 결정됐지만 사측에서 경력기자를 뽑겠다고 말을 바꿨다”며 최근 기자채용을 두고 벌어진 갈등을 밝혔다. 

황 기자는 “인원 충원에 대해 노사 합의가 어긋나면서 5월 초 사측에서 갑자기 ‘한 달 동안 내부 정리 후 폐간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이어 지난 7일 1차 폐간 통보 이후 10일 2차 폐간 통보를 전했다”고 말했다.

<광주드림>의 폐간 소식이 전해지며 <광주드림> 게시판은 독자들의 안타까운 글들이 쇄도했다. 황 기자는 “게시판이나 필자들의 글을 보면서 <광주드림>이 아주 헛살지는 않았나보다 싶었다”며 “‘<광주드림>이 없으면 나의 답답함은 누가 들어주지’라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황 기자는 “<광주드림>의 역할이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우려 또한 많은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 지난 10일, 광주 지역 제정당, 노동단체, 시민사회 단체 등이 모여 <광주드림>의 폐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드림 제공

황 기자는 “<광주드림>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이 남아있고, 내부구성원의 의지도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광주드림>이 경영논리, 자본논리에서 독립해서 탄탄하게 오랫동안 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며 새로운 언론 모델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황 기자는 이어 “<광주드림>은 내부구성원이 노력해서 만든 가치이고 지역민의 호응으로 만들어낸 가치이다. 자본이 해야 할 역할, 내부구성원의 역할, 지역사회의 역할이 있는 것이므로 각자의 역할을 모아 논의해야 할 시기가 지금이며 <사랑방신문> 또한 그 책임을 다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대안언론의 현실이 어려운 것은 자명하게 보인다. 어느 누가 혼자 고민해서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라면 <광주드림> 위기를 통해 함께 이야기 해보고 새로운 언론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자본에서 자유로운 언론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논의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황 기자가 말하는 지역 대안언론의 과제이자 나아갈 길이다.

‘공공의 가치’ 위에서 바른 언론의 새로운 모델을 찾는 황 기자와 <광주드림>이 지역민의 곁에서 ‘착한 소리통’으로 오래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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