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방을 미리 볼 수 있는 4.27 재보선의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17일 전남 화순군수 선거 유세장을 찾았다. 화순군의 중심지인 화순읍 광덕지구 곳곳에서 후보들이 한 표를 호소하고 있었다.

화순읍 자치샘사거리에서 광덕택지지구까지 둘러보며 주민들을 만나고, 유세현장에서도 주민들을 만나 ‘민심’을 엿들었다.

모든 이들은 한결같이 “화순 사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제는 거짓말 하지 않고 깨끗한 사람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지지하는 후보가 있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는 주민들은 거의 없었지만 몇몇 주민들은 “민노당 백남수 후보 한번 믿어보겠다”, “그래도 민주당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건널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었지만 제 갈 길만 바삐 가는 주민이 태반이었다. 10년간 여섯 번이나 진행되는 군수 선거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주민들의 선택인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들었다.

특히 노점 상인들은 “언능 날이 가브러서 날이 끝나야제. 시끄라서 살겄냐고”라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취기가 오른 채 유세장을 지나가던 한 주민은 심한 욕설을 하며 “저것들이 화순 땅을 다 망쳤다”며 “누가 되든 다 똑같아”라고 말했다.

광덕지구의 저녁은 약간의 시간차이를 두고 각 후보들의 유세가 진행되었고 민망하리만큼 썰렁한 분위기의 후보도 있고 지지자들이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며 신명나게 진행되는 유세현장도 있었다. 또 100여명의 지지자가 ‘운집’해 있던 후보도 있었다.

후보 마다 유세 연설에도 차이를 보였다. 진보정당의 후보들은 “재선거 없는 화순, 이제는 바꾸고 심판해야 한다”고 역설하였고 무소속 임호경 후보는 “전국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군수 임호경에게 다시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모두 바꿔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했지만 공감에 그칠 뿐 의사표현을 꺼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랫동안 계속된 토호세력 대결을 지켜 본 주민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 때문인지 인구 7만에 혈연, 지연으로 연결된 지역 구조 탓인지 표현하기를 무척 꺼려했다.

이를 보여주듯이 한 주민은 “다들 바꾸자고 말만 하지 결국은 다 딴 사람 찍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누구 찍을란가는 알믄 뭣헐라고. 그거 어따 실어블믄 나 어째. 말 안할라네”라며 손사래 치는 주민들도 여럿이었다.

지난 주 화순군수 후보자 릴레이 인터뷰 당시에도 몇몇 후보들은 “주민들이 말하는 것을 꺼려한다. 뭐가 불편한지, 뭘 해드려야 할지 물어도 묵묵부답”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주민들의 표가 어느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지는 알 수 없다. 정말 새로운 화순을 위한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인지 ‘미워도 다시한번’이 될 것인지는 27일이 지나봐야 알게 될 것이다.

화순 군수 선거에 8억원이 든다고 한다. 10년 동안 벌써 세 번째다. 24억이면 화순지역 학생들에게 무상교복을 제공할 수 있는 등 주민에게 각종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사욕을 위한 토호세력의 횡포이든 지역의 집권당으로서의 책임 유기이든 몇몇 정치인들의 잘못으로 인해 더 이상 화순군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불명예를 얻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새로운 화순’을 바라는 주민들이 바람이 4.27 재선거로 실현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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