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2곳에서 제논∙요오드∙세슘 등 검출

일본발 방사성 물질 공포로 원전에 대한 전면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방사능 물질이 강원도, 서울 등에서 검출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편서풍’ 뒤에 숨어 ‘쉬쉬’하기에 급급하다.

강원도에서 방사능 물질 제논이 검출된 데 이어 서울을 비롯한 전국 12곳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고 춘천에서는 세슘이 검출됐다. 이로써 정부의 이른바 ‘편서풍 안전지대론’은 사실상 무너졌다. 이와 함께 일본 원전 사고로 파생된 방사능 공포가 급속히 확산될 우려를 낳고 있다고 29일 <민중의 소리>가 보도했다.

▲ 기상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부유물질 확산 예상도 ⓒ민중의소리 누리집 갈무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난 23일 강원도 동부전선의 공기에서 방사성 물질인 제논-133이 검출됐다고 27일 밝혔다. 또한 전국 12곳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고, 춘천에서는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편서풍이라 괜찮다더니” 국민들 불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사실상 우리나라 전역에서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들은 방사능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만 믿어온 국민들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트위터 등 SNS에도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 ‘불안하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론이 심각해지자 정부당국은 진화에 나섰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검출된 방사성 물질이 극히 미량으로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은 수준”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편서풍 안전지대론’만 줄기차게 반복해와 스스로 신뢰성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태평양을 넘어 지구를 돌아왔든, 북극 인근까지 갔다 왔든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로 날아오고 있으며, 편서풍도 이를 막아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일본에서 강진이 일어난 다음 날 보도자료를 통해 “시뮬레이션 예측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확산되더라도 태평양으로 이동해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 15일에도 홈페이지 홍보자료를 통해 “일본 상공의 부유물질,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없다”는 제목으로 “지엽적인 동풍이 더 큰 규모의 서풍을 이길 수 없다”며 ‘편서풍 안전지대론’을 강력하게 폈다.

이 때문에 ‘편서풍 안전지대론’만 무너진 것이 아니라 정부의 방사성 물질 안전 대책까지 총체적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9일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겨레> 등도 일제히 서울에서 방사성 검출 소식을 전하며 방사성 물질 한반도 위협에 대해 보도했다.

<미디어오늘> 분석에 따르면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방사성 요오드 서울까지 왔다’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강원도에서 방사성 제논(Xe-133)이 검출된 데 이어 서울에서도 방사성 요오드(I-131)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 <서울신문> 3월29일자 1면.

<서울신문>도 1면 기사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한양대 방사능 측정소에서 방사성 요오드 131이 검출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원자력안전원은 29일 오전 10시에 정확한 분석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검출된 방사선량은 평상시 자연 방사선량의 수천분의 1 이하에 불과해 환경이나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측은 설명했다.

한심한 교과부 “확인된 사실 아니다”?

<경향>은 이처럼 서울에서 방사성 요오드 등이 검출되고 있는데도 교육과학기술부는 당초 이 사실을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방사성 요오드 검출 사실을 공개하기 전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에서 방사성 요오드 및 세슘이 검출됐다는 보도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는 지난 27일 강원도 방사능측정소에서 극미량의 방사성 제논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원전 피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의 발표와 언론의 받아쓰기 행태는 더 이상 신뢰를 얻기 힘들게 됐다. <경향신문>은 ‘‘안전’ 장담하던 정부, 이동경로 역추적도 ‘우왕좌왕’‘에서 “한국은 방사능 안전지대라고 강조하던 정부 발표의 신뢰성에는 금이 갔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3월29일자 5면.

학원강사 이윤호씨는 “언론에서 ‘태백산맥 때문에 서울은 괜찮다’고 할 때마다 산맥 동쪽의 강원 동해에 사는 나는 불안했다”고 성토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정부는 안이한 인식을 버리고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전방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미량인데다 북한 핵실험 연관 여부를 판단하느라 발표를 나흘 늦췄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을 생각하면 미덥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플루토늄 첫 검출

방사능 물질이 대량 방출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내부 곳곳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됐다는 일본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28일 “지난 21~22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내 5곳에서 채취한 토양으로부터 플루토늄 238․239․240 등 3종류의 플루토늄을 검출했다”며 “원전 사고로 핵연료에서 방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원전 사고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전력은 “검출된 플루토늄은 극미량으로 일반적 환경의 토양에서 검출되는 수준이며 인체에 영향을 줄 만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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