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참사…문화계와 정부에 보내는 제안
이낙연 의원(민주당 사무총장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대지진과 쓰나미, 설상가상으로 덮친 원전 불안…일본 국민의 고통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의 불행을 외면하지 않고 도우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이낙연 의원.
특히 일본군 피해 할머니들의 도움과 한류스타들의 기부는 각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일본의 도움을 많이 받고 성장한 한국의 세계적 기업이 한류 스타 개인보다 조금 많은 정도의 기부를 한데 대해서는 이런저런 뒷말도 따릅니다만, 그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행방불명자 수색과 원전의 안정화, 파괴된 사회기반시설의 복구를 위한 일본의 여러 노력은 눈물겹습니다. 3개 현(縣)에 걸친 대청소도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일본 자위대 24만 명 중에서 거의 절반인 10만 6천 명이 구조 등에 투입됐으나 일손은 부족할 것입니다. 1995년 고베(神戶)대지진의 수습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던 NPO(비영리조직) 등 민간 자원봉사자들도 놀라운 공헌을 할 것입니다.

오늘 저는 41만 명이나 되는 이재민과 앞으로도 발생할 피난민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저기 대피소에 수용되신 이재민들의 불편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이제 상황이 조금 안정되면 일본 정부는 가설주택을 지어 이재민들을 모실 것입니다. 당연히 가설주택은 대피소보다는 훨씬 더 편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대피소에서는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위로와 격려라도 주고받으며 지냅니다. 그러나 가설주택에 입주하는 순간부터 이재민들은 더 깊은 절망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가족을 잃고 삶도 잃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한 자신의 처지와 비로소 정면으로 마주서기 때문입니다. 고베 대지진 때도 가설주택 입주 이후에 자살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불안은 내외국인의 일본 탈출을 불렀습니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편도(片道) 항공기로 일본을 떠난 일본인이 15만 명을 넘었다고도 합니다. 그런 일본인들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사실까요?

일본 대참사 이후 한국의 정부와 대한적십자사 등이 일본의 요청에 응해 일본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생수 담요 붕산 같은 것이 그에 속합니다. 그처럼 일본의 요청에 의한 지원에 추가해 다음과 같은 도움을 일본에 드리면 어떨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것을 우리 문화계와 정부에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첫째, 한류스타들이 합창하는 위로와 격려의 노래를 동영상으로 보내드리면 어떨까요?

일본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한류스타들은 이번의 깔끔한 기부로 일본 국민들께 신선한 감명을 드렸습니다. 그런 한류스타들이 대거 동참해 일본 국민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동영상을 제작해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한국판 ‘We are the World' 같은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멜로디는 단순하고 쉬운 것이 좋겠지요. 서투르더라도 일본말로 부르면 더 좋지 않을까요? 한류스타들이 지금 일본에 직접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동영상이 더 나을 것입니다. 잘못 부르더라도 배용준 이병헌 최지우 류시원 소녀시대 등의 육성 합창을 제안합니다.

둘째, 한국의 젊은 가수들이 대피소와 가설주택 단지를 돌며 최소규모의 위문공연을 하면 어떨까요?

시일이 지날수록 이재민들은 자신이 절벽에서 떨어진 외톨이라는 사실을 실감하실 것입니다. 그 분들께 노래처럼 좋은 약은 없을 것입니다. 화려한 공연은 도리어 폐가 됩니다. 젊은 가수가 달랑 기타 하나 들고 다니며 진정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노래를 불러드린다면 좋겠습니다. 우리 6‧25 이후의 ‘굳세어라 금순아’, 일본 패전 직후의 ‘위를 보고 걷자’같은 노래 말입니다.

고베 대지진 때는 일본의 무명가수가 기타 하나 들고 다니며 재즈를 불러 이재민들을 위로했습니다. 그 일로 그 가수는 스타가 됐고 지금도 유명가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베는 서양풍 도시니까 재즈가 사랑받았습니다. 이번에 참화를 입은 미야기(宮城) 이와테(岩手) 후쿠시마(福島)는 훨씬 더 전통적인 지방입니다. 따라서 이재민들은 민요나 엔카(演歌) 풍을 더 좋아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셋째, 우리 정부는 일본 피난민을 위한 일시 대피소를 만들어 제공하면 어떨까요?

일시적으로 일본을 떠나는 피난민들은 가까우면서도 안전하고, 지내기에 비용이 덜 드는 곳으로 가고 싶으실 것입니다. 인천이나 김포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런 시설을 두고 피난민들께 숙식을 무료로 제공해 드리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 국민의 따뜻한 마음과 손길을 피난민들께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요컨대, 슬픔에 싸인 일본 국민의 가슴에 한국인의 마음을 전해 드리자는 것입니다. ‘문화적 접근’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일본에서는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 일시적으로 수송에 차질이 생겼을 뿐, 시일이 지나면 물자의 부족은 해소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물자가 넘치는 국가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드리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2011년 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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