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장자연씨 친필편지 존재..알면서도 묵인했나?
'장자연 편지' 진위파악 나선 경찰..위조가능성 제기
<SBS> “장자연 편지 위조 불가능” 필적감정서 공개

고 장자연씨의 편지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특히 검찰이 ‘장자연 친필편지’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증거 신청을 하거나 원본을 입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과 경찰이 최근 공개된 장씨의 편지에 대해서도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건을 축소시키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장자연 편지’의 진위파악에 나선 경찰이 편지가 위조됐다는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장씨 편지를 첫 보도했던 <SBS>는 편지 위조가 불가능하다며 장씨 자필 편지를 입증하는 필적 감정서를 지난 10일 공개했다.

▲ ©SBS

<SBS>는 이날 오후 ‘8뉴스’ 리포트 '방대한 장자연 편지 "필기습관 일치, 위조 불가능"'에서 "고 장자연씨의 편지사본을 법원에서 문서 감정을 의뢰하는 공인 전문가에게 필적 감정을 맡겼다"며 "그 결과 쌍비읍이나 '요'자, '야'자 등에서 장씨의 고유한 필기 습관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희일 국제법과학감정연구소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동일 문자로 나타나는 자음과 모음에서 쓰는 방법과 형태에서 유사하게 나타나서 이 필적은 동일인의 필적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BS는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전 모 씨가 신문에 난 장씨 유서 사진만 보고 230쪽이 넘는 분량의 편지 글씨를 완벽하게 흉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는 또 리포트 '장자연 편지문건 "우체국 소인 오려낸 흔적 있다"'에서 잘라진 우편 소인에 대해 "전씨가 편지를 조작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편지의 발신지와 수신지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오려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경찰의 발표에 대해 <SBS>는 "편지 봉투에서 소인의 일부를 잘라냈다는 것만으로 편지 전체가 위조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며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 감정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예단을 하는 것 자체가 철저한 수사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찰은 2003년 11월부터 올해 3월 7일까지 전 씨가 주고받은 우편물 총 2439건을 확인한 결과 장자연이나 편지에 나타난 필명인 ‘장설화’와 주고받은 편지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06년 전 씨와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사람에게서 “장자연 관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고, 출소한 뒤 장자연에게 받았다는 편지를 전 씨가 보내 온 적은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장자연씨리스트 축소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중의소리>는 지난 10일 보도를 통해 검찰이 장씨의 친필편지 존재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묵인하는 등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고 장자연씨의 편지. ⓒ미디어오늘 누리집 갈무리

2년 전 장씨의 죽음을 단순자살로 종결하려 했던 경찰은 한 언론이 '왕첸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전아무개씨(31)으로부터 제보받은 '장자연 친필 추정 편지' 일부를 공개해 논란은 증폭되자 수사관 41명을 투입해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이후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유력 언론사, IT업체, 금융업체 대표 등을 상대로 강요죄 공범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4개월 넘게 압수수색 27회, 통화 내역 14만여 건을 조회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수사를 진행했다.

장자연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지난해 전씨로부터 '장자연 친필 편지'와 함께 탄원서 형식의 진정내용을 제출받았다. 이후 재판부는 탄원서 접수사실과 내용을 피고인인 김씨, 유씨와 변호인들에게 알리고 증거신청여부를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증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일 수 있기 때문에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들로서는 당연한 일일 수 있었다.

하지만 피고인들의 범죄 사실을 증명해야 할 검찰도 이 편지에 대한 재판부의 증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직까지 검찰이 왜 증거신청을 받아 들이지 않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범죄의 실체를 파헤치고 기소해야 할 검찰이 '장자연 편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증거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미심쩍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장씨가 이미 사망한데다 해당 사건의 특성상 강요에 의한 성매매 등의 혐의는 입증할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장자연 친필 편지'는 진본으로 확인될 경우 결정적 증거자료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구체적인 검증도 없이 증거신청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아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게 만들었다.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증거채택이 어려웠다는 의견도 있지만, 진위여부는 법원이 판단해야할 몫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증거신청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힘든 지점이다.

더구나 최근 <조선일보>가 '장자연 편지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라고 해명에 나서는 등 '장자연 편지'에 등장하는 성접대 등의 사실이 실재했다는 것은 당시에도 정황상 명확한 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장자연 편지'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범죄를 입증해야 할 검찰이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증거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의혹만 키운 셈이 됐다. 이번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을 통해 '장자연 편지'가 장씨의 친필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난다고 하더라도 이미 2년전 낼 수 있었던 결론을 검찰이 그동안 덮어놓았기 때문에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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