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하루 앞둔 28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쉴 틈 없이 뛰어다녔다.

아침에는 조선대 학생들이 합리적인 등록금책정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고 그 후에는 한미군사연습을 규탄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전쟁연습’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오후에는 노동자는 안중에 없는 삼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고,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광주 서구 월산동에 있는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사무실을 찾았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은 벌써 4시. 비는 내리고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내일이면 3월인데, 이제 진짜 봄인데 아이쿠 춥다"

사무실에 돌아와 기사를 정리하고 있노라니 아침에 천막농성을 시작한 조선대 학생들도 생각나고, 키리졸브 연습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충장로 광주우체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이들도 생각이 나고, 삼성과 싸우는 작은 거인들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고 있을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의 생각도 났다.

‘비도 오고 바람도 차가운데 천막 안은 얼마나 추울꼬’
‘왜 여태 젊은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김주현 삼성 노동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못했을까’
‘한미군사연습으로 한반도에 전쟁위기라도... 으악!’

오늘 이곳저곳 많이 갔던 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특히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의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겨우 스물여섯이 된 한 청년이 하루 밤 사이에 5번의 투신 시도를 했고 마지막 5번째 시도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고 김주현씨의 이야기.

김 위원장은 “노동자가 투신자살을 해도 현장에는 흔적조차 없고 사건 현장 사진 한 장 남지 않는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면 삼성은 현장을 봉쇄하고 물청소를 해서 절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어차피 아들, 딸들은 죽지 않았소’라며 유가족의 슬픔도 돈으로 살려고 한다” 라고 주장했다.

‘삼성맨’은 임금도 높고 근로조건도 좋은 잘나가는 회사에 근무하는 잘나가는, 부러운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대표기업 ‘철옹성 같은’ 삼성과 싸우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애쓰는 김 위원장은 솔직히 대단해보였다.

그들은 말 그대로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이었다.

오늘은 고 김주현씨의 49제라고 한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대부분의 언론이 외면하고 할 수 밖에 없는(?) 삼성의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

골리앗과 싸우는 삼성노동자도, 꽃샘추위가 시작되는 날 천막을 치고 거리로 나선 조선대 학생들도, 한반도 전쟁위기 불러오는 전쟁훈련 반대하는 이들도 모두다 3월은 따스한 봄날이길..

"우리 모두에게 봄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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