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학생모임, '정몽준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 철회' 주장
"지역화합’을 가장한 5.18정신의 파산이며 자본에의 굴종” 비판

정몽준은 박사학위 삼수생?
전남대학교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  반대운동이 철학과 학생회 .대학원생에 이어 타 단과대학 학생 대학원생들도 합세하면서 점차 거세지고 있다. 

▲ 조영웅 전남대 철학과 학생회장. ⓒ광주인

이 같은 학생들의 반발에 부담을 느낀 대학본부가 10일 예정되어 있던 학위수여식을 취소했다고 알려졌으나 대학본부 쪽은 “처음부터 학위수여식에 대해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고 해명하는 등 애매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조영웅 전남대 철학과 학생회장(3년)은 “정몽준씨가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을 자격이 있나요?”라고 의문을 표했다.

“2009년 현대미포조선 노동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등 무자비한 기업인, 천안함 사태와 관련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는 강경한 대북발언을 일삼다가 최근 대선을 고려해 자신이 주장하던 강경 정책을 비판하는 기회주의적 정치인, 5.18진압을 주도한 집권여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의 전 대표이자 최고위원, 5.18 30주년 기념식에는 조화가 아닌 축하 화환을 보내는 개념과 의식이 없는 정치인” 조 회장이 밝힌 ‘정 의원에게 명예철학박사학위가 어울리지 않는 이유’다

조 회장은 “지난 2007년에는 새내기여서 그 심각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였으나 왜 그에게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수여하면 안 되는지 이유가 확실해졌다”며 “대부분의 철학과 학우들도 대학본부의 학위수여 시도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영웅 전남대 철학과 학생회장이 대학본부 현관에 '학위수여 전면 백지화' 가 적힌 종이팻말을 붙이고 있다. ⓒ광주인


지난 30일 대학본부의 학위 수여 추진을 알게 됐다는 조 회장과 철학과 학생들은 이후 날마다 대학본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여왔다.  또 철학과 학생회와 대학원생들이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학생들이 반대 글을 작성해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다.

이 외에 정 의원의 명예철학박사학위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모임인 전남대의 ‘명예’와 ‘철학’이 자랑스러운 사람들, 철학과 학생회, 철학과 대학원생 등은 9일 오전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본부는 ‘학위장사’를 중단하고 정몽준에 대한 학위수여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아래 기자회견문 전문 참조)

이들은 “지난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 무산됐던 정 의원에 대한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를 학교 측이 최근 재개하려다 학생들의 반대 움직임 등 여러 상황으로 인해 보류했다”며 “보류가 아닌 수여 계획의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학칙에 따르면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정 의원은 반민생적 정책,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부당해고, 현대미포조선 노동자 탄압 등 ‘철학의 발전’과 상관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 9일 오전 대학본부 앞에서 전남대 학생들이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의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를 다시 추진하고 있는 대학본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인


이들은 “5.18의 도화선인 전남대와 5.18진압을 주도한 신군부의 후신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거래는 ‘지역화합’을 가장한 5.18정신의 파산이며 자본에의 굴종”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정 의원에게 수여하겠다는 결정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이번 수여식이 진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학생들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 대학 본부는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 없는 내용을 일부 학생들이 언론플레이 하는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졸업시즌이라서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사실이 없으므로 대학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본부 관계자는 “정 의원의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는 2007년 철학과 교수를 통해 인문대에서 합의되었고 이미 결정된 것”이라며 “‘축하하는 자리에서 받고 싶다’는 정 의원 측의 입장처럼 축하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그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기자회견문 [전문]

전남대학교가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 무산되었던 정몽준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를 재개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2월 중에 수여식이 있을 예정이라는 것을 확인하였기에 철학과 대학원생들과 철학과 학생회는 이에 대응하여 성명서를내고 본부 앞 1인 시위를 시작하였습니다.

곧 대학본부는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실제로 수여식 재개에 대한 비공식적인 논의가 있었으며, 여러 상황으로 인해 다시 보류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대학본부는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는 2007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므로 이 결정에는 변함이 없으며 다만 언제 주는가가 문제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우리는 단지 이번 수여식의 보류가 아니라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 계획의 전면 철회를 요구합니다.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정몽준에게 수여하겠다는 결정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우리는 이번 수여식이 진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계속 투쟁할 것입니다. 이 투쟁의 일환으로 오늘 우리는 강연을 통해 우리사회에서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명예의 근본적인 의미를 묻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우리는 정몽준이 2009년에 이야기했던 젊은이의 혈기왕성함으로 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대학이 누군가에게 명예를 줄 수 있다면 그에 걸맞는 학문의 전당으로서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며, 우리는 대학본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학의 본면의 역할에 대해 깊이 숙고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이 사태에 대해 우리는 세 가지 반대의 이유를 밝힙니다.

첫째, 정몽준에게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학칙에 따르면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몽준의 경우에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대학의 이사장으로서, 기업의 주주로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학술적, 인류문화적 공헌”을 세웠다는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반민생적 정책,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부당해고, 현대미포조선 노동자 탄압에서 그가 보여주는 일관된 행태는 이 땅의 “철학의 발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둘째, 전남대가 정몽준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해서는 안 됩니다. 전남대는 5.18의 도화선으로서 대한민국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보루임을 자처해왔습니다. 반면 정몽준은 당시 5.18진압을 주도했던 신군부의 후신 한나라당 전 대표로서 그리고 노동자들을 탄압했던 기업의 주주로서 지금까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가치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던 사람입니다. ‘지역화합’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앞세운 이 둘의 거래는 5.18정신의 파산이며 자본에의 굴종일 뿐입니다.

셋째, 대학이 본연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연이어 되풀이 되는 이 사태를 통해 대학본부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대학본부는 ‘무한 경쟁 시대’에서 학생들의 취업, 대학의 이미지 쇄신, 경쟁력 확보를 이야기하며 마치 이것만이 대학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근본에서부터 고민하며 그 해결책을 제시해야하는 본연의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이란 언제나 현실을 비추는 시대의 등불이기 때문입니다. 그 역할마저 자본에 잠식당해버리면 우리는 더 이상 이곳을 ‘대학’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대학본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있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왜 이리 격하게 반응하는가?”라며 우리의 활동에 대해 비판해왔습니다. 2월중에 학위수여식을 한다는 사실은 ‘이제’ 없습니다. 그러나 정몽준에게 학위를 수여하려는 계획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4년전부터 한결같이 “정몽준 명예철학박사학위수여 반대, 수여계획 철회”를 요구해왔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주장할 것입니다. 시대는 변했다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저항할 것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변한 시대를 들먹이며 대학의 본분을 잃어가는 대학본부의 자성을 촉구합니다.

첫째. 정몽준에 대한 단순한 수여식 연기가 아닌 학위수여 계획의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
둘째. 대학본부는 명예박사수여를 빌미로 한 학위장사를 중단하라!
셋째. 명예박사 거래로 5월 정신을 훼손한 대학본부는 각성하라!
2011년 2월 9일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 명예철학박사학위수여 철회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