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예고까지 냈다 방송직전 편집 통보···송영길 "씁쓸" 누리꾼 "눈치보나

<SBS> 인기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에 특별출연해 직접 촬영까지 했던 송영길 인천시장의 촬영분이 통째로 삭제돼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난 5일 <미디어오늘>이 보도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최근 <SBS>의 요청을 받고 시 홍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으로 <SBS> 아테나 14회(1월 31일 방송)에 출연하기로 하고, 인천대교 액션신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14회가 방송된 지난달 31일 아테나엔 송 시장이 등장하지 않았다. 통째로 편집된 것이다.

아테나 출연한 송영길 인천시장. 그러나 방송에선 송 시장 촬영분이 통째로 삭제됐다. ⓒSBS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송 시장은 애초 14회분 극 중 인천대교 상황실 총책임자로 나와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아테나'에 맞서다 총격을 받고 숨지는 역할을 찍었었다. 송 시장의 출연은 대학시절 연극반 활동을 해왔던 송 시장의 이력을 알게 된 제작진이 인천대교를 둘러싼 스토리의 리얼리티를 불어넣기 위해 제안해 이뤄졌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무엇보다 송 시장이 촬영한 내용은 드라마 예고편에서도 여러 차례 나와 본 방송에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SBS>는 14회가 방영되기 직전 송 시장의 촬영분이 방송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은 지난 1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쓴 글에서 편집당했느냐는 트위터리안들의 질문에 "아무래도, 제작진으로부터 죄송하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피치못할 사정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송 시장은 "추운데 몇시간 고생했는데, 씁쓸하네요"라고 안타까워했다. 트위터리안 'C.K. PARK'는 "그랬군요. 연기보다는 행정, 정치가 천직이라는 뜻이군요"라고 위로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과 트위터에서는 "야당 정치인 출신의 송영길 인천시장의 출연에 대해 정치적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올라와 주목된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웃기는 방송국이네 출연 요청해놓고, 통삭제라니...청와대에 불려가 쪼인트 까였나", "정치적 외압 때문일지, 송영길 시장의 발연기 때문일지... 전자라면 추잡한 거고, 후자라면 섭외 자체가 문제일 게다" 등의 의견을 냈다.

▲ 송영길 인천시장의 트위터. ⓒ미디어오늘 누리집 갈무리

특히 설 연휴 직전 청와대가 기획하고 출연자까지 섭외했던 이명박 대통령 신년대담 프로그램은 직접 촬영에 생중계까지 하는 등 거침없이 전파를 내줬던 <SBS>가 정작 민주당 의원 출신 인천시장의 방송에는 주저했다는 것은 '지나친 청와대 눈치보기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로거 '탐진강'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이는 정치적 외압이 있었거나 방송을 앞두고 자기검열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사전 녹화를 했고, 예고까지 나간 상태에서 통삭제된 것은 정치적 외압설이 의심된다"고 비난했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앞서 <SBS> 제작진은 송 시장 촬영 경위에 대해 "인천시는 적자인 인천대교를 홍보할 수 있고 제작사는 시장 출연으로 홍보꺼리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고,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 관계자는 "드라마가 국가 안보가 배경이 되는 것이어서 협조 받을 부분이 생기는 것이고 재미가 있겠다고 생각해 출연을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정치인의 드라마 출연 자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드라마 평론가 하재근씨는 "정치인의 홍보에 이용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것이 관행화되면 영상 발전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송 시장 촬영분을 통편집했는지, 청와대 눈치보기식 자기검열 때문인지 어떤 이유에서건 아테나의 송 시장 방영 과정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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