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도 보도 안해···KBS만 단신 "MBC 보도국 언론인 맞나"

UAE 원전 수주 대가로 우리 정부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12조 원을 28년 간 지원(대출)해주기로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 자초지종과 경위에 대한 의혹이 커져가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 3사는 하나같이 침묵하거나 축소하는 태도를 보여 누리꾼들의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UAE 원전 수주 관련 지상파 방송의 보도와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을 3일 <미디어오늘>이 분석했다.

▲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미디어오늘 누리집 갈무리

무엇보다 이를 첫 보도한 <시사매거진 2580>를 제작하는 <MBC>의 경우 자사 메인뉴스에선 단 한 줄도 방송하지 않고 있어 <MBC> 역시 정부를 눈치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실망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SBS> 역시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지 사흘이 지났지만 방송하지 않았고, <KBS>는 단신으로 한차례 잠깐 언급한 게 전부이다.

지난달 30일 <MBC>는 <시사매거진 2580> ‘원전, 미공개 계약조건’을 통해 우리 정부가 원전 수주 대가로 28년 간 12조 원(90~110억 달러)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한 사실이 담긴 자료와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등의 증언을 폭로했다. 이는 전체 수주 금액의 절반에 달할 뿐 아니라 대출 기간도 긴데다 수출입은행의 수출규모 사상 초유의 거액이라는 점도 충격적이지만 정부가 이 사실을 1년 여 동안 발표하지 않다가 언론에 의해 폭로의 형식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장밋빛 홍보만 해댔던 정부에 대해 배신감마저 고조된 상태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자체 ‘반값 원전수주’ 진상조사단을 설치하고,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MBC>는 심야에 방송된 자사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 소식을 알린 뒤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는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끝나는 단신조차 내보내지 않았다. 이에 반해 <MBC>는 1일 오전 청와대가 기획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대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SBS>(직접 촬영), <KBS>와 함께 동시 생중계했고, 이 소식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당일 9시 <뉴스데스크>에서 그대로 요약 전달하는데 그쳤다.

이 같은 사정은 <SBS>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KBS>는 지난달 31일 9시 뉴스 단신종합 코너에 25초짜리 두 줄 뉴스로 내보냈다. 이 마저도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내용과 지식경제부의 해명만을 단순 나열해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게 했다.

뉴스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란. ⓒ미디어오늘 누리집 갈무리

국내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의 이런 행태가 계속되자 누리꾼들은 한심해하는 것을 넘어 ‘왜 뉴스가 없느냐’는 호소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많은 개탄이 쏟아진 곳은 <MBC>. 아이디 ‘UBOAT380’는 2일 <MBC>뉴스 홈페이지 ‘시청자의견’란에 “<MBC> 보도국 니들 말이다, 정말 가증스럽다”며 “원전 사기질은 단 1초도 방송 안하면서 민노당 시의원 행패부린건 칼같이 보도하냐. 양심들은 어디에 얼마주고 팔아먹었냐”고 냉소했다.

‘NASUM323’ 역시 “당신들, 언론인 맞나요”라며 “시사메거진2580의 심층보도는 이명박정권의 가면을 제대로 벗긴 훌륭한 내용으로 다음 아고라토론방에는 이와 관련한 글에 대한 조횟수가 많은 것은 6만여건에 이르는 등 국민의 반향이 대단한데, 공중파 방송인 <SBS>, <KBS>는 물론이려니와 시사매거진의 모방송사인 <MBC>마저 뉴스로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라며 “그러고도 당신들이 언론인, 기자정신, 저널리즘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자격이 있나요”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언론인이라는 알량한 허위의식 속에서 이명박정권 지킴이로 자임하는 작금의 대한민국 언론은 북한 김정일정권의 하수인 노릇하는 노동신문보다 못한 더럽고 추잡”하다며 “반드시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daeinh’도 1일 “원전수주 사기에 입닫는 죽은 언론”이라며 “충격이다. 어제도 방송 안하길래, 오늘도 봤는데, 역시나 안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니들이 언론이냐”며 “죽었다고 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집트처럼 일어나서 이런 쓰레기언론들 다 엎어 버리면 속이 시원하겠다. 자사 시사매거진 특종을 왜 입 닫는가”라며 “대통령의 표 얻으려고 충청 과학벨트 그 부분은 그대로 말안하고 돌려서 포장해주는꼴을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더라”라고 개탄했다.

뉴스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란. ⓒ미디어오늘 누리집 갈무리

아이디 ‘GREATHOPE7’도 “MBC 정신차리세요”라고 지적했고, 아이디 ‘CAT3226’는 “(<MBC> 조합원들이) 파업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요? 정말 실망스럽네요”라고 꼬집었다.

공영방송 <KBS>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아무개는 1일 <KBS> 뉴스게시판에 “허황된 거짓으로 그럴싸한 포장을 한 이 정권이 결국 세금도둑이 됐다”며 “그러면서도 <KBS>는 모르쇠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은 그 이면 계약을 알고 싶다”며 “이건 보통 뉴스거리가 아니라 대단한 특종인데 소말리아 해적 소탕에만 뉴스가 몰리고 있으니 답답하다. 정말 궁금하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가 빠져나가는데, 국민이 모르면 되겠느냐. KBS인들 제발 알려달라. 부탁이다”라고 애원하다시피 촉구했다.

오아무개도 “<MBC>가 (시사매거진) 2580에서 원전수주 계약의 의혹을 보도했는데, 공익방송이라는 <KBS>는 정권홍보 방송만 일삼고 있고, 이러고도 시청료인상과 국민의 방송이란 주장을 할 수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아무개도 “처음 거래를 했들 땐 수십조의 이익이 생긴다며 뉴스마다 보도하고 시사프로까지 방송하더니 지금은 모두 입다물고 있다”며 “<KBS>는 왜 입다물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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