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등 3사에 출입정지 조치 "언론탄압의 전범될 것

대부분 언론이 청해부대 영웅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있을 때 ‘구출작전 실패’를 보도한 언론에게 청와대에 이어 국무총리실까지 보복에 나섰다.

청해부대의 1차 피랍선원 구출작전 실패 사실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부산일보>와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에 가하고 있는 제재에 이젠 국무총리실까지 직접 가세했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부처 가운데 총리실까지 동참에 나선 것은 이번 제재가 부처의 자율판단이 아닌 정부 ‘윗선’의 결정이 작용했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2일 <미디어오늘>이 보도했다.

▲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이 진행됐던 장면. ⓒ합참 공보실

국무총리실은 지난 1일부터 한달간 <부산일보>와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 등 3사에 대해 기자실 출입정지와 보도자료 제공중단 조치를 내렸다.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이어 중앙 행정기관을 지휘감독하는 국무총리실까지 나선 것은 상당수 다른 부처에도 반강제적으로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가이드라인’의 의미를 갖는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3사에 대한 이 같은 제재를 요청하는 공문을 38개 정부부처·청의 기관장 및 대변인에게 보냈었다. 국방부와 문화부 등은 안팎의 여론수렴 절차없이 24일부터 요청을 수락했고, 일부 부처는 기자단과 협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하거나 우선 보도자료만 제공하지 않는 조치를 취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역시 기자단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정부 방침’을 따르기로 한 것. 총리실 기자단은 지난달 27일 “국방부에서 깨진 엠바고 문제를 총리실 기자단에서 다룰 이유가 없으며, 관여할 일도 아니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총리실에서 국방부 기자단의 엠바고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기자단의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국무총리실은 이같은 기자단의 의견도 깡그리 묵살한 것이다.

총리실 마저 이렇게 과도하게 나선 것은 이미 정부를 뛰어넘어 MB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1일 당일부터 청와대가 이들 세 언론사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정규 아시아투데이 편집국장은 “구출작전이 성공했다고 발표한 21일 오전에 청와대 춘추관장이 정치부장에게 ‘1차 구출작전 실패 보도는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말소 사항’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언론사들은 강한 성토에 나섰다. 백병규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언론계에서 그렇게 반대하고 우려했음에도 총리실마저 이렇게 말도 안되는 행태에 가담한 것은 그 배후에서 누군가 조종하고 있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정규 <아시아투데이> 국장은 총리실마저 이해하기 힘든 조치에 나선 배경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있는 청와대 간부들이 과잉충성을 위해 전 부처에 제재를 하도록 주도한 것”이라며 “기자단이 아닌 부처가 직접 나선 것 자체가 MB에 대한 과잉충성 탓”이라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총리실까지 나선 것은 명백한 언론탄압에 정부 부처가 동참한다는 뜻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앞으로 정부에 원치 않는 보도를 할 경우 모든 부처가 동원돼 해당 언론을 제재할 수 있는 전범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제재를 반드시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도 1일 저녁 “국방부에서 협조공문 보낸 자체부터가 권한 밖의 일을 한 것이어서 어제(1월 31일) 국방부를 상대로 공문을 취소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그런데 보내자 마자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총리실은 당초 기자실 의견 존중하겠다고 했으나 기자단이 조치하지 않으니 이런 일을 직접 벌인 것은 결국 특정 언론에 대한 제재가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총리실까지 제재에 나선 데 대해 이 국장은 “이런 행위가 스스로 민주적인 정부인지 아닌지 판가름나게 할 것”이라며 “이 정부가 ‘선진국’, ‘법과 원칙’, ‘공정사회’ 운운하면서 언론에 대해 이런 제재를 가하는 것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를 묻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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