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학생들 “자격없다” 1인 시위 등 반발
학교측 “철학박사 학위 줄지 공식 논의 없어”

이 또한 ‘삼세번’일까? 전남대가 두 차례 무산됐던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의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를 또 다시 추진하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한겨레>가 1일 보도했다.

전남대 철학과 학생들은 지난 31일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광주시 북구 용봉동 이 대학 본부 앞에서 “정 전 대표는 전남대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며 1인 시위를 펼쳤다.

▲ 전남대 대학원생 추교준(30·철학과 석사과정 3학기)씨가 지난 31일 전남대 대학본부 앞에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한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주려는 데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누리집 갈무리

이들은 1일에도 학부생·대학원생이 번갈아 참여하는 1인 시위를 비롯해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항의편지를 발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위수여 반대운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학생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진행하는 등 여론형성에도 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대학 쪽이 설 연휴가 끝나는 2월 둘째주에 정 전 대표한테 박사 학위를 주려고 준비중”이라며 “학생들의 반발로 철회했던 일을 다시 추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 쪽이 정당한 명분도 없이 정 전 대표한테 명예 박사를 주고 정치적·경제적 후원을 얻으려 한다”며 “이는 인권대학인 전남대의 정체성에 어긋나고, 철학이 지향하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이들은 특히 “그는 2009년 현대중공업 사주로서 대법원의 판결을 거슬러 현대조선 노동자의 복직농성을 탄압했고, 2010년 한나라당 대표로서 천안함 사태 여파에 개성공단 철수를 주장하는 등 철학박사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보였다”며 “정치인으로서 기업인으로서 철학박사를 받을 만한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학교 쪽에도 “두차례나 실패하고도 정 전 대표한테 굳이 학위를 주려고 고집하는 이유가 뭐냐”며 “민주·인권을 앞세우는 대학이 재정을 확충한다며 지나치게 상업화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남대는 이와 관련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보처 쪽은 “정 전 대표한테 학위를 줄지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

앞서 전남대는 2007년 4월과 2009년 2월 정 전 대표한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려다 ‘자격이 없다’며 학생들이 반대하자 취소했다. 전남대는 2009년 2월18일엔 학생들이 저지하자 행사장을 용봉동 캠퍼스에서 학동 캠퍼스로 옮겨 학위를 주려 했지만 정 전 대표의 고사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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