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설날이라면! 참 좋을 텐데.

매일 세뱃돈 받아서? (이제 세뱃돈 받을 나이는 지났다.)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 (고열량 투성이! 살찌는 소리가 들리네! ) 매일 쉴 수 있으니까? 모두 다 아니다! (물론 ‘완전히 아니다’는 ‘더욱’ 아니다.)

명절 앞두고 밀린 외상값 갚듯이 그동안 미뤄왔던, 묵혀왔던 문제들의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사람들 마음 씀씀이도 넉넉해지는 걸까?

지난 25일 사측과의 합의를 이뤄낸 광주 서구청의 미래환경산업개발 노동자들도 노조, 사측, 서구청까지 “그래도 설날 전에는 끝내자”는 생각이 모아져 기나긴 천막농성이 끝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29일 금호고속의 노사가 광주시청의 중재 끝에 설날 연휴 파업 계획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기로 협상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또한 설날 연휴를 앞두고 금호고속 노조가 파업할 경우 빚어질 시민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 하자는 취지에서 내린 결론이라고 알려졌다.

설날이 되면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들도 주위를 둘러보고 나만 알던 사람도 너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기나보다.

지난 25일 미래환경 노사의 합의 소식을 듣던 날 나는 점심 먹은게 탈이 나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해고자 원직 복직, 7월부터 이익금 분할에 합의’라는 문자를 받아봤을 때의 느낌이란..

“처음 왔을 때는 명함도 없어서 어따 막 써서 주더니 이제 명함이랑도 갖고 댕기네”라며 농담 하시던 40대 노동자,  “기자 선생님이 서구청장님이랑 잘 좀 얘기해주세요” 간곡하게 부탁하시던 분, 구면인데 못알아봤다고 타박(?)하시던 분까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농성장을 찾을 때마다 손에 쥐어주시던 귤, 커피 생각도 함께!)

오늘도 금호고속 노사의 합의 소식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팔뚝질이 낯설고 민중가요가 낯설어 깨알같이 적은 메모지를 보고 컨닝을 하던 노동자의 모습, 64년 만에 처음 파업을 하고 금호고속지회 깃발 휘날리며 금남로를 행진했던 1차 파업, 노조가 3차 파업을 예고하면서 사측에서 처음으로 ‘새 노조’라고 표현했던 입장문, 그리고 오늘 대화 하겠다는 노사 합의까지.

물론 이번 합의가 완전한 해결점은 아니지만 한 테이블 위에서 금호고속의 노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하나의 결론에 다다랐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설날 연휴 시민이 불편을 겪게 되는 일도 막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곧 있으면 설날 연휴가 다가온다. 일 년 내내 설날 같은 마음으로 일 년을 살아간다면 노사간의 분쟁도, 너와 나의 싸움도 해결 실마리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지난 7개월간 힘들게 달려온 금호고속 노동자에게도 지난 2개월간 금호고속 노동자들의 뒤를 총총 밟아 온 나에게도 설날 연휴 고향을 찾을 귀향객에게도 구제역 확산 위험, 귀향객 불편 등 부담이 컸을 광주시에게도 금호고속 사측에게도(물론, 해고자가 복직되고 모두 웃으며 일터로 돌아가셨을 미래환경산업개발 노동자에게도!) 즐거운 넉넉하고 따뜻한 설날 연휴가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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