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귀농자들에게 귀농 수당을 검토한다는 일본 소식을 듣고

1.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유형

다음 인터넷 카페 [귀농 사모]에 보면 ‘귀농 이유 10가지’라는 창이 나온다.

그걸 보면 귀농하려는 이유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내용 몇 가지를 추려보니 귀농하려는 사람들의 성향과 목표를 짐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래서 재미삼아 이유를 바탕으로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묶어 보았다.

첫 번째, 귀소 본능 형이다.
유형은 고향과 고향 사람들에 대한 강한 그리움을 자신의 피 속에 농경민족의 기가 흐르기 때문에 귀촌 혹은 귀농을 하겠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자녀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주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두 번째, 목가적 전원취향 형이다.
친 환경을 강조하고 자연 속의 삶을 낭만, 여유로 인식하고 있으며 요즘 말하는 ‘슬로시티’를 추구하는 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멋진 전원주택을 지어 주변 사람들에게 과시해보겠다는 사람도 여기에 묶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경우는 생계형 귀농이라기 보다 은퇴후 단순히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귀촌으로 분류하는 편이 타당할 것 같다.

세 번째, 목표 지향형이다.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서 비교적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으로 농촌에서 무엇을 찾겠다는 목표의식을 잘 드러내는 사람들의 유형을 말한다.

과수, 나무 심기, 소득 작물 재배 등 소득을 목표로 하는 생계형 귀촌이 많고, 지역 공동체를 만들거나 지역공동체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간혹 보였다.

화목한 가정, 가족의 건강, 안전하고 깨끗한 먹을거리 생산 등 구체적인 의지를 가진 사람들도 목표 지향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현실 도피형이다.
직장 생활과 도시생활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 경제적 실패 등으로 인한 도시 탈출형이 있는가 하면, 도시 생활에 대한 반감 때문에 도가적인 이상을 추구하며 귀농을 희망하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앞에는 산, 뒤에는 맑은 내가 흐르는 집을 꿈 꿀 뿐 농촌생활의 비전이 없다는 점에서 귀농 후의 생활이 원만할 것인지 염려되는 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섯째, 막연한 농촌 동경형이다.
여행 또는 농활이나 캠핑 등 일시적인 농촌 생활의 경험, 아니면 타인들의 귀농을 보고 들으면서 귀농을 피상적인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라고 보이는데 이런 사람들은 농촌의 공기와 바람, 심지어 시골의 안개와 비오는 날 처마의 낙숫물까지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듯 하지만 농촌의 현실을 잘 모른다는 점에서 실제 귀농에는 작합하지 못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농촌에 별장이나 소유하고 살면 좋을 것이다.

귀농을 희망하는 이유와 함께 귀농을 망설이는 사람들의 변을 읽고 비교적 많이 나오는 10가지를 정리해 봤더니 다음과 같았다.

⓵ 시골 땅값이 너무 비싸다.
⓶ 현재의 경제 구조에서는 농촌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
⓷ 자녀들 교육이 문제다. 때문에 자녀들이 교육을 마칠 때 기다린다.
⓸ 주택 신축이 어렵고, 기존의 주택은 단열과 보온이 안 되어 불편하다.
⓹ 현대적인 농업에 적응할 수 있는 할 특별한 기술이 없다.
⓺ 병원, 마트, 목욕탕 등 편의시설, 전시 공간 등 문화시설이 거의 없다.
⓻ 시골 사람들의 텃세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
⓼ 시골 교통이 불편하다.
⓽ 뱀, 지네와 같은 생물이 두렵다.
⓾ 토양 오염이 심각하다.

위의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귀농의 걸림돌이 되는 요인의 1순위는 경제 와 관련된 문제였다. 첫째, 소득은 적더라도 쫒기는 삶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정신적으로 여유롭게 살고 싶다. 둘째, 조용한 자연 속에서 건강을 지키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셋째,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이라도 자급자족하고 싶다는 희망 역시 경제적인 뒷받침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2. 귀농을 권할 수 없는 현실
사람이 어떤 곳에서 어떤 삶을 사느냐는 개인의 판단과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 가장 최선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 귀농 혹은 귀촌도 사람들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삶의 한 가지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이 반갑지만 결코 권장하지 않는다. 현재와 같은 정치 경제구조에서 경제적 기반도 약하고, 뚜렷한 목표나 연고 없이 젊은이들이 귀농하는 일은 위험부담이 높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농촌에서 무엇보다 소득면에서 불안하다.
원인은 정부의 저 농산물 가격 정책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농민들의 경제 사회적 지위는 낮을 수밖에 없었고 농촌은 젊은이들이 버틸 수 없는 곳이 된 것이다.

시장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농산물도 하나의 상품인 만큼 단순 화폐로 계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언제나 농산물 가격은 ‘보이는 손’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신들이 땀 흘려 생산하는 농산물의 가치가 과연 적정한지 따질 힘도 없는 없던 농민들은 그저 체념하고 숙명으로 돌리면서 자녀들에게만은 자신들의 고통을 물러주지 않으려고만 했다. 농산물 가치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늘 가혹했고 농민들은 3등 국민 취급을 당했던 것이 이 땅의 현실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노력하는 것만큼 공정한 분배의 혜택을 입는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노력에 비해 상응하는 혜택을 못 받는 계층의 1순위는 언제나 농민들이었다.

이로 인해 농촌의 몰락은 가속화 되었고 꿈만 가진 젊은 부부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각오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다.

그간 역대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로 쌀을 비롯한 농산물을 시장을 개방하고 비교우위를 들먹이며 농산물을 무차별 수입하였다. mb정부는 한 술 더 떠 쇠고기 수입을 확대하였다.

그리고 정부는 “돈 버는 농민, 살기 좋은 농촌”을 외치면서 식량 자급과는 거리가 먼 대규모 기업영농만 지원했고,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 사업 중의 하나가 농촌 도로를 확포장 하는 것이었는데 촌에 투자한다면서 토건업자들만 배를 불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도로포장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도시와 소통을 가깝게 만들었고, 농촌 사람들이 물건 하나만 사려도 도시로 집중하는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이로 인해 시골 5일장은 물론 유통마저 붕괴되었고 그것은 다시 농촌 젊은이들의 이농을 촉진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기억할만한 일이었다고 본다.

요즘 농가에서도 억대 수입을 올린다는 기사를 많이 볼 수 있다. 좋은 소식이 분명하다.

과연 개인의 노력으로 이룬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그런 소득이 얼마나 지속된 것인지는 언급이 적다. 언론은 단순히 보도에 앞서 1억의 수익을 올린 농민의 지난 5년간 수익을 조사해보고, 농사만으로 재벌이 되었다는 사람도 얼마나 되는지 찾아보기 바란다.

언론이 공개하는 기사를 보면 그런 실상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시설농업, 대규모 영농 법인이 얼마나 많은 수입을 올리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10억 원을 융자받아 대규모 온실을 지어 세 사람과 영농 법인을 만들 경우 년 간 판매 수익이 최소한 2억은 되어야 종자대금, 농약과 비료대금, 원리금과 이자 상환을 하고 세 가족이 2천만원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물론 잘 되는 해에는 그 이상의 수입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농산물의 수확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천재지변에 의해 수확을 망치게 되면 원리금 상환은 물론 융자금 이자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그렇게 되면 농가 부채만 누적되고 만다.

다음해 대박이라도 터져 3억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고, 만약 소나 돼지를 키우는 영농법인이 금년처럼 구제역이라고 만나는 경우라면 그 결과는 더 물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실 개인이 투자를 해도 대규모 투자인 경우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들었다. 대규모 시설하우스에서 고추를 재배를 하는 농민은 3년에 1번만 대박을 내도 괜찮은 농사라고 했다. 농가마다 “괜찮다”는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내가 알아본 바로는 먹고 사는 것이 남는 수준 밖에는 아니었다. 그것도 도시 보통 시민의 소비 생활을 따를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모든 개인 사업이 그렇겠으나 지만 대규모 투자를 통한 영농 수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결국 개인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나는 젊은이들이 기업농의 성공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시작하는 귀농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연 소득이 1억만 보장된다면 정부가 돌아오는 농촌, 살기 좋은 농촌을 말하지 않아도 귀농자들의 이사행렬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전통 농업의 맥이 끊어지고. 잊혀져가는 농촌.
현재도 농촌의 붕괴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나는 그 모든 책임이 정부에 크다는 생각을 한다.

3. 정부는 농민을 살리는 귀농 대책을 세워야한다.

농촌을 살리는 길은 국가적 차원에서 자급 자영 농민들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때 일본에서 귀농하는 청년들에게 한국 돈으로 월 100만 원 가량의 귀농 수당을 지급할 것을 검토증이라고 하는 소식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에서 귀농 수당의 성사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그런 정책을 생각하는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제 기업농보다는 적은 수입으로 만족하는 자급 자영농을 희망하는 귀농자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도 일본처럼 귀농 수당을 검토했으면 좋겠지만, ①귀농자 자녀들의 양육비와 고등학교까지 교육비 지원 ②의료비 지원 등 사회 안전망이라도 확충된다면 뜻을 가진 젊은이들의 귀농은 늘어날 것이다.

만약 정부가 자급 자영농민 1만가구의 육성 의지를 가지고 일본처럼 매월 1백 만을 수당 형태로 직접 지원한다면 연간 1조 2천억이면 가능하리라고 본다. 현재 우리 경제의 역량으로 볼 때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농민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돈은 도시 실업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드시 생산의 다변화로 이어지게 되어 농가 소득의 증대를 가져올 것이고 잘 사는 농촌이 실현되는 근거가 될 것이다. 농민들에 현금을 지원한다면 그 돈으로 국내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효과도 클 것이다.

필요한 재원은 대통령과 정부 기관장들의 판공비 또는 업무추진비만 줄여도 되는 일이다.
201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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