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깊어야 행동이 무겁다

송곳으로 손등을 찍어도 유분수지, 민주당이 코가 대자나 빠져서 사과를 한다. 손학규를 비롯해서 박지원 이석현 등등 TV에 줄줄이 얼굴을 내민 민주당 지도부의 얼굴이 민망하다. 자해다.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 이적행위다. 전쟁터에서 이적행위는 바로 사형이다. 총살이다. 지금 이석현이 저지른 엄청난 행위가 바로 이적행위다. 일련의 청문회 과정을 통해서 민주당이 보여 준 청문대상자들의 비리 색출은 속 터지는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칭찬 좀 받을 만하다고 했다.

민주당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밝혀야 할 비리들이었으며 이것이 야당다운 면모를 보여 준 것이라고 국민들이 평가했다. 국무총리 후보였던 김태호나 신재민, 그 밖에 비리의 종합 판이라고 할 인물들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퇴출당할 때 국민들은 국회의원들도 쓸모가 있을 때가 있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 감사원장 내정자인 정동기를 낙마시켰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삽살개 같은 근성에도 박수를 보냈다. 급기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정동기는 안 돼’ 불가판정을 내리고 즉시 청와대로 통고 됐다. 대통령이 부들부들 손을 떨었다고 한다.

30분만 발표를 연기해 달라는 청와대의 간절한 소망도 나 몰라라 정동기 퇴출을 관철했고 급기야 정동기는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됐다. 대통령의 총애를 한몸에 받은 정동기를 낙마시킨 일등공신은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여러 증거를 제시해서 이명박 정권의 부도덕성을 폭로한 이석현이 박수를 받았다. 참 잘한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잘한다니 교만해졌는가. 어린앤가. 한심하다.

힘들여 깐 잣 알 한 입에 탁 털어 넣었다

한나라당에서 줄줄이 터지는 악재들. ‘보온병’ 폭탄이 터지고 ‘자연산’이 안상수와 한나라당의 넋을 빼놨다. 민주당이 대단한 착각을 한 것 같다. 교만이다. 과신이다. 국민을 뭘로 보는가.

한나라당이 졸도 직전이니까 뭐든지 통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제 어쩔 것인가. 당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으니 그것으로 끝내자고 할 것인가. 아직 멀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나라당이 그만둘 것 같은가.

안에서 사고 치는 자들, 뭔가 좀 되는가 싶으면 꼭 사고를 치는 인간들이 있다. 괜히 우쭐해서 나선다. 배고파도 밥은 씹어 먹어야 한다.

앞으로 누가 민주당의 말을 믿어주나. 한나라당이 어떤 비리가 폭로돼도 모략이라고 부인하면 할 말이 없다. 국민이 안 믿는다. 국민이 안 믿으면 백약이 무효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끝이다. 한나라당과 안상수가 고맙다고 술이라도 한 잔 사야 할 것 같다.

기고만장하는 한나라당을 보면서 민주당은 기분이 어떤가. 다 쑨 죽에 코를 빠트려도 유분수지,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가 다 날아갈 판이다. 정성껏 한 알 한 알 잣을 까서 한 입에 탁 털어 넣었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과 사를 분명히 해야 기강이 서고 국민이 믿어 준다.

뭐가 그리도 급했나. 부뚜막에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한달음에 천릿길 가던가. 서울대에 전화 한 통만 했으면 이런 사고 안 저질렀다. 당 대표 원내 대표 이석현, 꼴이 말이 아니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잃어버린 신뢰는 무엇으로 회복을 한단 말인가. 뭔가 좀 하는 거 같아 민주당을 좀 좋게 봐주려고 했더니 쪽박을 깼다. 이거 간단한 일이 아니다. 쥐나 개나 터트리고 보자는 한나라당과 동격으로 추락했다. 이게,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해결될 일인가.

한나라당이 참여정부를 음해하고 ‘노방궁’이라고 개소리하는 걸 욕하던 민주당이 무슨 소리를 할 것인가. 그래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했다. 이번 사건을 발표할 때 우쭐해 하던 민주당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안상수가 고소를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민주당은 관련자를 중징계해야 한다. 해당 행위는 물론이거니와 국민들 가슴에 실망을 안겨 준 데 대한 벌이다.

한나라당이 때를 만난 듯 펄펄 뛴다. 복수를 해야 한다고, 전면전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조심해라. 정도껏 해야 한다. 조금만 지나쳐도 국민이 웃는다. 이럴 때 제대로 된 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네가 내 뒷다리를 물었으니 나는 네 목을 물겠다는 식이라면 한나라당은 또다시 많은 것을 잃는다.

아무 죄도 없이 상처를 입은 안상수의 아들만 불쌍하다. ‘보온병’ ‘자연산’에 얼굴을 못 들었을 텐데, 상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정신 차려라. 교만을 버려라. 경험처럼 좋은 스승은 없다. 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가. 잘못에서조차 배우는 슬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한동안 힘들게 됐다. 열 배 백 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앞길에는 산 넘어 산이다. 조심해 올라가라.
2011년 01월 15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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