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광주 서구청 앞 미래환경산업개발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을 찾았다.
그곳은 입사 후 두 번째로 찾아갔던 노동 현장이었고 이후로도 여러 차례 찾았지만 12월 들어 금호고속에 밀리면서(?) 발길이 뜸해졌었다.

처음 찾아갔을 때 25일째이던 서구청 농성장이 벌써 다음 주면 100일을 맞이한다고 한다. 바람 훅 불면 쓰러질 듯 한 농성장도 월동준비 새 단장을 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전에 한번 봤죠?” 라며 아는 척 해주시는 노동자들도 계시고 “처음 올 때는 명함도 없어서 어디다 막 적어서 주더만 이제 명함도 생겼네”라며 농담을 건네시는 노동자 분도 계셨다.

이날은 미래환경산업개발 노동자들의 촛불집회를 취재하고 노동자 한분과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현장을 갔다. 

인터뷰 대상자를 찾기 위해 ‘기웃기웃’ 도움을 청하고 있는데 쉽지 않아 보이는 눈치였다. 따로 “인터뷰 하고 싶어요~” 라며 한 분 섭외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슬쩍 물었다.

“다들 부담스러워 하시나요?”
돌아오는 대답에 깜짝 놀랐다.
“그게 아니라요 워낙 여기저기서 인터뷰들을 많이 해보셔서 이번엔 누구누구 시켜! 라는 말들 하시네요” 라는 것이다.

천막농성 100일이면 인터뷰 박사(!) 된다?

무척 자연스럽게 되레 기자를 이끌면서(?) 이야기를 하는 노동자분들을 보니 지난해 연말 즈음 찾았던 대우IS 노동자 분들도 카메라 앞에서 어찌나 자연스럽고 ‘청산유수(^^)’이신지 이날 미래환경 노동자분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카메라에 익숙해지고,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 익숙해지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익숙해지는 일.

어쩌면 평생 언론의 관심이라고는 없었을 평범한 인생을 사실 노동자 분들이 장기간 농성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인터뷰 박사(?)가 되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이다.

다음 인터뷰는 "'제대로 된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작은 바람 이룬 노동자"라는 주제로 진행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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