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떠났다, 나라가 갈 길을 잃었다

정동기가 사라졌다. 140만의 소 돼지가 살처분되어 사라졌다. 고병원성 AI 가금류 270만 마리가 살처분되어 사라졌다. 이제 이 나라는 거대한 가축의 무덤이 됐다. 끔찍한 일이다. 이와 함께 끔찍한 일이 또 있다. 또 다른 살처분이다.

국민의 상식이다. 인간의 상식이다. 우리의 상식이 구제역 가축과 함께 살처분되어 매몰됐다. 대한민국의 상식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잃었다. 분명히 대답해야 할 사람은 있다.

왜 ‘국민상식’이 살처분되었는가. 상식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국민의 의식 속에 살아 숨을 쉬어야 할 상식이 보이지 않는다. 상식이 살아 있어야 건강한 사회다. 누가 상식을 살해했는가.

구제역과 실종된 상식. 최초 발생지역에서 발생 사실이 은폐되었다고 한다. 상식의 실종이다.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버스는 떠났다.

죽은 것은 가축만이 아니다. 사회정의가 죽었다. 건전한 상식은 갈등을 치유하는 영양제다. 누구에게도 해당이 된다. 초등학생에게도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상식 없는 행동을 해 보라. 누가 사람대접을 하는가.

정동기가 감사원장에 내정되자 민심이 벌집을 쑤신 듯 뒤집혔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7개월 동안 1억여 원의 월급을 받은 정동기는 아니라는 게 국민의 상식이다. 그러면 수용하는 것 역시 상식이다. 허나 상식은 버림받았다. 정동기는 낙마했다. 통치권의 실종이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두루미와 까마귀를 말한다.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다.’

누가 두루미고 누가 까마귀란 말인가. 코미디 하는가.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인사는 3년 동안에 참여정부 5년의 5배다. 입사 20년에야 겨우 오를 수 있는 KT 전무 자리에 MBC 기자출신 김은혜는 청와대 부대변인 몇 달 만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용감하다. 쥐나 개나 낙하산만 타면 비단방석이다. 낙하산만 타면 된다.

결과적으로 대통령도 한나라당도 정동기도 꼴이 말이 아니다. 이래서 상식이 소중하고 순리대로 살면 탈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아니라고 해도 레임덕은 가파른 언덕길을 굴러 내려갈 것이다.

1억 원의 월급과 75만 원의 월급. 하루 저녁 학교를 지키는 ROTC 학생들은 12만 원을 받는다. 욕을 아끼지 말자. 나쁜 놈들이다. 이웃이 전해주는 도시락 하나로 노인 셋이 나눠 드신다. 전기료가 없어 냉방에서 언 손을 비빈다.

복지예산은 모두 깎였다. 4대강 사업과 형님 예산은 윤기가 돈다. 무상급식 안 된다고 시민투표 하자는 오세훈이다. 그가 서울시장이다. 상식인가. 한강에 관광선 띄우고 음악당 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강 르네상스 급하지 않다. 급히 뛰다가 다리 부러진다.

실업자가 늘어간다. 배고픈 국민이 늘어난다. 내 배 부르니 다 배부른 줄 아는가.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란다. 노인들이 어떻게 사는 줄 아는가.

계엄령이 내린 것처럼 서슬 퍼런 잔치였던 G-20은 국민의 상식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지금도 G-20 타령이지만 노루꼬리도 이 정도 우려먹었으면 됐다. 물리지도 않는가. 외국언론은 써 주지도 않았다. 한국의 기자들만 꼴불견이다. 욕 좀 하자. 기자도 아니다.

140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는 상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공무원들이 사표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지경이다. 왜 이 지경인가. 정치가 이렇게 만들어 놨다. 민심과 따로 논다. 지지율 50%를 믿고 이러는 거냐.

가난이야 어쩌랴. 물려받은 유산 없고 공부 제대로 못 하고 남보다 출중하지도 않다. 그저 먹고 사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가난이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군대도 다녀왔고 성실하게 살았다. 그러나 일 할 곳이 없다. 발버둥치는데도 살 수가 없다.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 문제는 터진다.

빽이 지배하는 사회다. 매 한대에 수백만 원이란다. 애비 덕에 놀면서 몇억짜리 외제차 타고 다니며 룸살롱에서 몇십만 원짜리 양주 퍼먹고 교통사고 내고 뺑소니친다. 멀쩡한 턱 수술하고 군대 안 간다. 국회의원 중에는 왜 그렇게 비실비실한 인간들이 많은가. 치고받고 싸움질은 잘한다.

그런 인간들이 국민의 대표이고 이들을 뽑은 국민들은 정말 울화가 치민다. 정치가 무엇인가. 국민 등 따스하게 해 주고 배고프지 않게 해 주고 국민의 마음 편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이 아닌가. 도무지 되어 먹지 않았다. 선거 때만 손 비비냐. 너무나 화가 난다. 분하다. 때려 부수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이 억울하게 자살했다고 국민들이 믿는다. 그런데 뭐가 또 부족해서 한명숙을 잡아먹으려고 안달인가. 백 년 천 년 집권한다고 생각하면 보통 정신질환이 아니다. 세상 민심 이렇게도 모른단 말인가. 연휴 때 지역구에 다녀왔을 것이다. 매 맞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공직 후보자는 오물통에서 나왔나

고위공직자 후보는 오물통에 담갔다가 껴낸 물건인가. 왜 이렇게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가. 썩어야만 하는가. 썩어야 하는 것이 공직후보자의 필수조항인가. 그만큼 낙마를 했으면 정신 좀 차리련만 이건 배냇병신 수준이다.

‘세상에 별놈 있느냐. 깨끗한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한다면 이건 나라 살림 걷어치우자는 얘기다. 도둑놈이 큰소리치는 세상이면 어찌 되는가.

경찰총수가 건설노동자의 밥값 삥 뜯은 돈을 뇌물로 받았다. 한나라당의 정두언이 부시장 시절 유 아무개가 하도 시청을 드나들어 별명이 ‘함바’였다고 한다. 그때 시장이 누군지 아는가.

스폰서 검사는 뭐며 그랜저 검사는 또 무엇인가. 신라시대 성골인가 진골인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키워주는 조폭 같은 조직 속에서 갈등이 빚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정상이 아니다.

소통과 평등을 말하고 공정을 그토록 강조하는데 그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사람들 모인 데서 공정을 말하다가는 등신 취급되기 딱 맞다.

멀쩡한 사람의 뒤를 캐고 혹시라도 누가 내 말을 엿듣지나 않나 불안하다. 야당의원과 친하다는 이유로 멀쩡한 회사가 거덜난다.

경제성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모르지만 정부가 선전하는 것과 국민이 느끼는 것은 왜 이리 다르단 말인가. 시장에 가면 주부들은 꼭 강도를 당한 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장바구니 인심이라는 거 모른단 말인가. 상추에다 고기를 싸 먹는 것이 아니라 고기에다 상추를 싸 먹는다는 농담이 설득력이 있는 우리네 살림은 인내의 한계를 넘는다.

국민은 왜 천안함 사건을 정부가 발표하는 대로 믿지 못하는가. 아무리 믿으라고 엄포를 놔도 믿기지 않는데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국민이 빨갱이라 그렇다고 할 것인가.

영해를 침범해 불법어로를 하는 중국선원을 잡았다가 야단을 맞고 칙사대접하듯 비행기 태워 보내는 정부 처사를 보고 이게 주권국가냐고 한숨을 쉬는 국민을 야단칠 용기는 있는가.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가 든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미국의 눈치 안 보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우리의 한심한 처지를 국민에게 뭐라고 변명을 한단 말인가.

자주국방을 떠들면서 사고는 왜 그렇게 자주 나는가. 전투기는 왜 그리 자주 떨어지는가. 고속정은 왜 똑바로 항진을 못하는가. 렝스헬기는 왜 부속이 부족한가. 부속도 없이 몸통만 만들었나. 군화는 왜 뒤창이 떨어져 나가는가.

최고위 장군진급은 지역 보고 시킨다고 군의 불평이 많다. 아니라는 증거를 대 보라. 이래서는 어느 국민도 정부를 믿지 못하고 믿지 못하면 정치가 힘들다.

언론은 벙어리냐… 말 좀 해 봐라

종편은 무엇인가. 왜 언론이 할 말을 못 하는가. 기자들을 욕 하다가도 그들의 처지를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똑똑하다는 기자들이 왜 속이 없으랴. 그걸 모두 참고 살자니 미칠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이 양반이라고 한다.

조중동은 말할 것도 없고 KBS MBC SBS의 뉴스를 정론이라고 말하는 기자들 있으면 손들고 나와 보라. KBS의 기자와 PD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60.9%가 자신의 회사간부로부터 양심과 신념에 반하는 제작 자율성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양심선언 좀 들어보자. 용기 좀 내 봐라.

현 정부 출범 후 공정성이 악화됐다고 평가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무려 94%였다. 어떤가. 기자와 PD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왜 자율성이 침해되고 공정성이 악화되었을까. 기자와 PD들이 언론의 무덤 속으로 기어들어 갔을까.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했던 강기석 씨가 글을 썼다.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방청기다.

그는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 자리에 취재수첩을 펴들고 앉아 있던 후배 기자들에게 물었다. 거기 앉아서 뭘 취재했느냐고.

박정희 전두환 시절처럼 잡혀가서 죽도록 고문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목이 잘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침묵은 금이다. 그들은 그냥 배부른 돼지다. 배부르게 먹을 것 충분히 주는데 꿀꿀거리며 보챌 필요 없다. 언론자유와 민주언론이 밥 먹여주느냐. 아주 단순한 동물적 본능이다. 그래도 기자님이라고 존경받고 싶은가. 무관의 제왕이라고 폼 잡고 싶은가.

기자들의 뒤통수에 쏟아지는 조소가 들리지 않는가. 정신이 병들고 내장이 썩어 문드러져도 이건 아니다. 그 입으로 어디에 가서 언론의 정도를 말할 것이며 어디에 가서 명함 내밀고 취재를 할 수 있는가.

레임덕… 야당은 너무 좋아하지 말라

야당은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니 레임덕은 불가피하게 올 수밖에 없고 이명박 정권은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야당에게 집권기회가 빨리 오는가.

국민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실정으로 지금 한숨을 쉬고 있다. 정치는 실종되고 국민은 희망을 잃었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고 말한다. 통치능력의 상실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대통령이 누구인가. 대통령의 인사권이 어떤 것인가. 거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청문회는 할 것도 없이 대통령의 지명을 내친 것이다. 대통령의 체면문제가 아니다. 통치능력의 상실이다.

왜 이 지경이 됐느냐고 따질 것은 없다. 국민들은 알고 있으니까. 야당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라. 국민이 야당을 예뻐하는 줄 아는가. 잘한다고 칭찬하는 줄 아는가. 아직 멀었다. 한 참 멀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받은 밥상도 밥이 입에 들어오기 전에는 내 것이 아니다. 지금 야당이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마음을 얻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야당이 분열해서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1 대 1의 싸움에서만이 승리할 수 있다. 정권을 바꾼다는 것 이상으로 국민의 지상명령은 없다. 이 명령을 거부하면 집권의 꿈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진다. 상식을 따라야 한다. 국민의 뜻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좀 잘한다고 칭찬을 하면 우쭐해서 개 버릇이 나오는 것이 우리 정치인들이다. 민주당은 표정관리 잘해라. 오만 떨다가 7.28 선거에서 쪽박 차지 않았는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소리는 하늘의 소리다. 안 들리는가. 여론은 바람 같아서 보이지는 않아도 느낀다.

어떤 지도자도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는 정치를 할 수 있다. 지금 바로 현실에서 절절히 느끼고 있지 않은가. 더 비참한 꼴을 당하면 그것은 누구에게나 다 같이 불행한 일이다.

2011년 01월 13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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