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능력의 차이는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은 잘 벌어 잘 먹고, 사회적 지위도 높고 대접도 잘 받으며 살아간다. 그건 어느 사회에서든지 도리가 없다. 남의 탓 할 일도 아니다. 내 못난 탓으로 돌리고 속 끓이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러나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사람들이 저렇게 사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다. 요즘 1억짜리 월급이 온통 세상을 흔들고 있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입을 모은다.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이냐고 분통을 터트린다.

상식을 가진 보통사람들에게 1억 월급 얘기를 꺼내면 미친놈이라며 그런 얘기 꺼내지도 말라고 한다. 생각해 봤다. 과연 부당한 일이었는가. 그만한 돈을 월급으로 받으려면 그에 상당한 일을 해야 한다. 괜히 1억을 줄 리도 없고 받을 수도 없다.

감사원장 후보로 내정되어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정동기 청와대 전 민정수석이 연일 국민들 입에 오르내린다.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건 국민도 아니다. 이유는 하나 둘이 아니다. 대추나무 연 걸리듯 했다는 말이 있지만 정말 많이도 연관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잡다한 의혹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지만 현재 나타난 사실로 미루어 그냥 흐지부지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부적격자라고 못을 박았다.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동기는 대검차장으로 있다가 그만두고 로펌으로 영입되어 갔다. 그때 월급이 4600만 원이었다. 대단한 월급이다.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인수위 법무분과 간사로 갔다. 이때 월급은 1억여 원으로 뛴다. 두 배가 넘는 액수다. 7개월 동안 7억을 벌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재주란 말인가. 전관예우가 이래서 좋은 것인가. 꿈도 못 꿀 액수다. 그러나 이제 한으로 남을 수 있다.

그 밖에 것들은 거론하지 말자. 추하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들이 받은 상처와 고통이다. 견딜 수 없는 박탈감이다. 우리 같은 인생이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느냐는 회의가 든다.

정동기는 말한다. ‘청문회에서 설명을 잘 들으면 이해를 할 것이다. 부정한 돈은 한 푼도 없다.’ 자신은 이해할지 모르나 국민은 못한다.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

이해를 못 한다고? 오해 없어야 한다고? 헌데 지금 분노가 오해와 이해부족으로 생긴 것인가. 국민의 분노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분노다. 지금 홍익대 청소원 아주머니들이 월급 좀 올려 달라고 싸운다. 이들이 받는 월급은 75만 원이다. 점심값이 300원이다. 무슨 말인지 알기나 하는가.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청소원 아주머니들의 월급을 올려주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점심값 때문만도 아니다. 이것은 바로 인간이면 누구든지 함께 느껴야 할 공분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사람대접 하는 척이라도 해 주자는 것이다. 아주머니들에게도 그것이 소망일 것이다. 죽고 싶은 생각인들 왜 들지 않았을까.

정동기의 월급과 청소아주머니의 월급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하지 말라. 있다. 분명히 있다.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공통적으로 느껴야 할 옳고 그름에 대한 책임이다.

정동기 자신은 억대의 월급을 받으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보았을까. 날카롭고 지성적인 검사의 감각과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청렴, 그리고 모든 부정을 감사해야 할 감사원장으로 추천이 될 정도의 완벽한 인격체라면 당연히 생각했어야 할 문제인 억대의 월급을 한 번이라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느냔 말이다.

생각했어야지 사람이라면. 죽어도 감사원장 못한다고 사양을 했어야지. 그를 추천한 인간은 누군가. 검찰 패거린가 고교 동문들인가. 누가 추천했더라도 이건 아니다.

대통령은 뭔가. 이제 레임덕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가 기운다. 이렇게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고 대통령을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정치를 할 것인가. 대통령이 눈을 감고 있는가 귀를 막고 있는가.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는 합창이 된다. 국민의 소리는 여론이 된다. 여론은 태풍이다. 지금 여론은 어떤가. 서로 사람대접 좀 하고 받고 살자는 것이다.

정동기가 내일 다시 출근할 거냐고 묻자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다시 묻는다. 정동기는 자신이 받는 1억의 월급이 잔인하다고 생각지 않았는가. 잔인의 뜻이 무엇인지는 아는가.

이 나라에서 국가의 기강이라는 것은 이제 포기해야 할 것이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건설노동자의 밥값 일 수밖에 없는 돈에서 5백억 원의 비자금이 마련되고 이 돈이 경찰총장을 비롯한 로비자금으로 상납 됐다. 도둑에게 뇌물을 받고 범죄자가 된 것이다. 이런 경찰 총수가 어디 있는가. 용산참사 당시의 경찰책임자가 해외주재 외교관으로 임명됐다. 정말 사람이 없는가.

고위급 공직자가 임명할 때마다 마치 똥물에서 건져낸 것처럼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이 냄새를 국민도 함께 맡으며 처참해진다.

퇴임 날까지 레임덕은 없다고 했다. 레임덕은 누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스스로 불러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너무 빨리 왔다.

국민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약탈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01월 11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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