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가축이 유서를 쓴다면…

독재자 히틀러의 나치가 학살한 유태인은 600만이라고 하는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만 400만이 학살되었다고 한다. 아우슈비츠 박물관에 가면 뼈가 언덕처럼 쌓여 있고 유태인들이 신었던 신발 안경 등도 쌓여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의 야만을 본다.

나치는 유태인을 학살하기 위해 ‘치클론 B’라는 독가스를 사용했는데 이 독가스는 선박이나 큰 빌딩에서 쥐 같은 유해동물을 박멸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 나치는 이것을 인간에게 사용한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폴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주군이 캄보디아를 공산화한 후 반대세력과 지식인들을 반동이라는 죄목으로 학살을 했다. 900만 캄보디아 국민의 4분의 1인 3백만이 학살을 당했다고 한다.

경향신문의 최경준 기자가 쓴 구제역 살 처분 현장 기사다.

“끔찍했다. 살처분 현장에 도착한 덤프트럭은 돼지를 구덩이에 쏟아 부었다. 돼지 한 마리가 벌떡 일어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포클레인이 흙을 붓는 순간 뉴스화면은 바뀌었다. 돼지는 생매장 됐다. 지난해 가을 발생한 구제역으로 5일 현재 82만 6000여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 처분 됐다. 동물단체들은 이 중 73만여 마리의 돼지가 생매장됐다고 주장한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여기서 유태인 학살과 가축 살처분을 함께 말한 것은 같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명을 말하는 것이다. 하도 말 트집 많은 세상이라 겁이 나서 하는 소리다. 살처분된 가축은 현재 107만 5천 마리란다. 누군가 가축 살처분을 ‘살처분 폭탄’이라고 했다.

살처분된 가축이 소와 돼지를 포함해서 100만 마리가 넘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구제역 관련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열었다. 그렇다고 별로 뾰족한 대책이 나온 것도 아닌 모양이다. 살처분당한 축산농민들에게 대통령은 무슨 따뜻한 위로의 말을 했을까. 당연히 했겠지. 시장에서 자기가 한 목도리도 풀러 매어주고 폭설피해를 입은 고향 포항시민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한 자상한 대통령이다.

정부는 이제 뒤끝이 타게 됐다. 살처분만으로는 안 되니까 백신 주사를 하는 모양인데 약이 떨어졌다고 한다. 급하니까 일본에서 꿔 온다고 한다. 이 정도도 예상을 못했는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옷에 옮겨 붙어야 움직이는 정부를 국민은 이제 허탈한 눈으로 본다.

엎친 데 덮친다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하는 모양이다. 이미 10여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고 한다. 신고된 곳에서 10km 이내의 75 농가에서 3백만 마리의 가금류가 사육되고 있다니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축산 농가는 지금 사는 게 아니란다.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들도 잠을 못 잔다. 눈을 감으면 구덩이에 들어가는 소 돼지의 눈망울이 밟힌단다.

인간의 생명이든 동물의 생명이든 존중되어야 한다. 어느 고승은 봄에 깨어난 벌레들이 상할까 신발을 신지 않았다고 한다. 보통 인간이 어찌 고승을 따를 수 있으랴만 마음만은 지녀야 된다고 생각한다. 자식처럼 기른 소를 살처분하고 돌아와 1주일 동안 곡기를 끊은 영감님의 얘기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아주 똑똑한 동물들이 참 많이 나온다. 독재자도 나온다. 만약에 살처분된 가축 중에 자신들의 살처분 현장을 기록에 남겼다면 어떻게 될까. 안락사도 아닌 생으로 목숨이 끊기는 장면을 어떻게 썼을까. 인간을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고 욕을 하지는 않았을까.

4대강 개발로 파헤쳐진 강 때문에 물고기들이 허연 배 바닥을 들어낸 채 죽어서 강가에 널려 있는 것을 보았다. 가슴이 찢기 듯 아팠다. 인간은 쇠고기도 먹고 돼지고기도 먹는다. 물고기도 먹는다. 이율배반이라고 하지 말라. 그건 서로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그러나 가축의 살처분이나 죽은 강물 고기는 운명이 아니다. 인간은 가축이 성장할 때까지 살게 해 줄 책임이 있다.

설사 천재지변 같은 것으로 살처분을 할 경우라도 생매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편안히 죽을 권리가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나치에게 독가스로 학살당한 유태인을 떠올리는 것은 어쭙잖은 감상 때문이 아니다. 이러다가 한국의 산이 모두 가축들의 무덤이 될까 두렵다.

우리는 너무나 억울한 죽음을 많이 본다. 우리는 천안함에서 생을 달리한 46명을 기억한다. 80년 광주에서 학살당한 수백 명의 죄 없는 민주시민을 생각한다. 독재 시절 대법원 판결 다음 날 사형당한 ‘사법살인’을 기억한다.

남북한의 긴장은 언제 전쟁이 터질지 예측불허다. 공포가 바로 우리 턱밑에 와 있다. 전쟁이 터지면 순식간에 한반도에서 수백만의 인명이 사라진다. 무엇이 평화를 막는가. 대화와 소통이다. 전에는 하던 대화가 왜 끊어졌는가. 국민이 납득하기 힘들다.

도덕심이 사라지면 야만의 세상이 온다

사흘 굶어 담 넘지 않는 사람 없다고 했다. 이 설움 저 설움 해도 배고픈 설움만 한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세상에는 염치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도둑놈보다는 도둑질 안 하는 사람이 많고 그래서 세상은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이다.

MBC 백분토론을 봤다. 한나라당 진성호가 나온다기에 또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허위보도에 거품을 문다.

다른 건 그만두고 허위보도에 대해서 묻겠다. 당시 진성호는 조선일보 기자였으니까 잘 기억할 것이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노방궁’ 기사는 사실보도였는가. 허위보도라서 사과를 했는가. 국민정서를 위해서 안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정희 의원은 누가 나오는지 가려서 나갔으면 좋겠다. (농담이다) 진성호도 많이 배웠겠지. 언론고시에 도덕과목은 필수로 넣어야 될 것 같다.

민주당이 전국을 돌아다녀 구제역이 확산됐다는 한나라당 대변인 안형환의 논평이나 진성호의 허위보도 관련 보도나 기자 출신 국회의원들의 못난 발언들이 도덕교육을 받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국민들 또 열 받게 생겼다. 감사원장 후보로 내정된 정동기란 사람 대단한 사람이다. 1개월에 1억씩 벌었다. 삽으로 흙을 퍼 담아도 힘들 것 같다. 대답이 걸작이다. 청문회에서 설명 들으면 국민이 이해를 할 것이라고 한다. 나도 국민인데 이해 못 한다.

도대체 감사원장이 뭐 하는 자린가. 자신이 그런 자리에 적임이라고 생각하는가. 검찰청차장, 청와대민정수석, 대통령직 인수위법무행정분과팀장, 민간인 사찰 당시에도 민정수석으로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도 사람이 없는가. 하기야 인재무인지경인 동네라 인물난을 겪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너무하다. 7개월에 7억을 버는 대단한 사람. 그런 사람이 감사원장이라. 국민감정이 아무리 부처님 같아도 열 받는다. 지식경제부 장관도 마누라와 장모가 부동산 투기를 했단다. 땅값이 무려 17배가 뛰었다던가.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대검찰청 차장 퇴임 후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후 월 4600만 원의 월급을 받다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들어가자마자 억대 연봉으로 2배 이상 월급이 올랐다.

청와대는 ‘지금 나와 있는 건 내부검증 때 알아본 사항들’이라며 청와대도 사전에 알고 있었음을 내비쳤다. 그는 탈세나 범법사실이 있는 건 아니다며 “청문회에서 잘 설명하면 납득할 것”이라고 거듭 정 내정자를 감쌌다. 국민이 이해의 달인인가.

왜 청문회에 등장하는 고위 공직자들은 이처럼 흠이 많을까. 별을 열네개나 가진 사람이 대통령 되더니 비리와 부패가 계급장이 되었나보다. 정동기 같은 사람이 감사원장이 되면 어떻게 감사를 지휘할 것인가. 그의 감사를 누가 납득할 것인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부동산투기법’ 강좌나 열면 딱이겠다. 청문회에 나오는 후보들은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면 하나같이 맥없이 무너질 위인들이다. 이게 누구의 탓인가. 대통령의 뜻이 워낙에 강경하니까 밑에서는 아무 말도 못한다고 한다. 결국 윗물이 책임을 져야 된다는 말이다.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본인이나 국민 모두가 함께 생각할 문제다.

이미 수도권의 민심은 돌아섰다는 말이 나온다. 바로 한나라당에서 나오는 말이다. 알면 고쳐야 하는데, 그럴 사람들이 못된다는 것이 한계다. 이제 스스로 무덤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만 남았다.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은 야만이다. 100만이 넘는 가축들이 살처분 폭탄으로 생매장됐다. 이것은 또 다른 야만이 아닌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쪽방에서 끼니도 거르며 추위에 떠는 독거노인들이 있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로 가난한 국민들을 위해 마련한 복지비들이 뎅겅 잘려나가 버렸다. 친서민 복지국가는 누가 한 말인가. 이것 또한 야만이 아닌가.

금수강산이 살처분된 가축의 무덤으로 변한다. 세월이 지나 살처분된 가축 무덤이 열리고 그 안에 산처럼 쌓여있는 가축의 뼈를 보면서 우리 후손들은 뭐라고 할까.

“여기 우리 조상의 야만(野蠻)이 묻혀 있다”고 하지 않겠나.

2011년 01월 08일
이 기 명(킬람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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