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처벌 전기통신기본법 위헌...헌재 "의미 불명확"
인터넷 허위 게시물 처벌 논란 '쐐기' ... 야당 일제히 '환영'

‘표현의 자유’와 ‘공익의 침해’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에 손을 들어줬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온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대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미디어오늘>이 인터넷판 28일자로 보도했다.

헌재는 이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2)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이 결정을 내렸다.

▲ '미네르바' 박대성씨. ⓒ민중의 소리 누리집 갈무리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이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으로 2008년 1월 검찰이 박씨를 기소할 때 적용해 국내외적으로 파장이 일었다.

검찰은 법 제정 이후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는 이 조항을 적용해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해 4월 박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박씨는 2008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고갈돼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된 것처럼 허위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전기통신기본법은 형벌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며 "어떤 행위가 '공익을 해할 목적'인지 사안마다 다르고 법률전문가라도 알기 힘들어 명확성의 원칙을 벗어나 위헌"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박씨 기소 이후 일곱차례나 정부 비판적인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이 조항을 적용해 기소했으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은 위헌 논란이 있는 조항을 적용한 검찰의 기소는 잘못이라고 지적해왔다.

한편 헌재는 이날 감청과 관련된 통신비밀보호법 6조7항 단서 조항에 대해서도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통신비밀보호법 6조 7항은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은 2월을 초과하지 못하고, 그 기간중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종료하여야 한다'이나, '다만, 제5조제1항의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절차에 따라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2월의 범위안에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어 사실상 감청을 무기한 할 수 있게 했다.

앞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간부 이모씨 등 3명은 2003∼2009년 수십차례에 걸쳐 재일 북한공작원과 연락하면서 지령을 받고 대남 투쟁선동문을 접수해 전파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감청, 이메일 조회 등을 14차례나 연장해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위헌제청을 신청했고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이 위헌제청했다.

야당에서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표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이명박정권이 ‘ON · OFF 독재’를 완성시키려는 위험천만한 시점에서 ‘미네르바’ 박대성씨 사건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권의 인터넷 독재 시도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며 “개인의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는 어떠한 권력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는 헌법적 권리인 만큼, 이를 지켜낸 헌재의 판결은 당연한 결정이자 다행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또한 지난 28일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인정한 헌재의 합리적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명박 정권은 틈만 나면 네티즌(미네르바 등)을 괴롭히는 일을 이젠 그만 두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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