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본보가 2010년 송년기획으로 광주지역 각 분야에서 선정한 인사들이 개인 또는 소속 해당분야의 1년을 돌아보는 회고와 성찰, 그리고 새해에 대한 각오와 전망을 담아 보내온 기고문입이다. /광주인

"언론, 가치와 대안, 꿈을 담는 미래의 창이 되길"

올해 한 문자를 받고 울컥한 적이 있다. 지난 7.28 광주 남구 보궐선거를 몇일 앞둔 날, 어느 기자로부터 받은 “잘될 겁니다. 신심을 다하시길”라는 문자 때문이었다. 그 문자는 기자의 보도를 보고 “감사드린다”고 보낸 내 문자에 대한 답문이었다.

▲ 곽근영 민주노동당광주시당 언론실장.

2010년 7.28 선거를 치루면서 참 행복했다. 밑바닥 민심은 변화를 갈망하고 있었고, 이미 변하고 있었다. 중앙언론에서부터 지역언론 까지 광주의 ‘정치혁명’을 주목했다. 그 무대의 한복판에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자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힘을 모았다. 신심 없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미쳐서’ 영혼을 다 바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광주의 새로운 변화를 원했고 현실적인 대안을 기다렸던 것이다. 언론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외면했다는 것이 아니다. 꿈틀거리는 민심에 온전히 따르는 것이다.

어느 기자가 이야기했듯 “어느 정당과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광주시민이 위대해지는 길.” 민심은 천심이라 했거늘, 민심을 올바르게 담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허울뿐인 공정성’이고 ‘왜곡’과 ‘편파’ 보도가 아니겠는가.

신심을 다했지만, 7.28 보궐선거는 ‘절반의 혁명’으로 끝났다. 후회는 없지만 교훈은 많이 남는다. 기자의 문자를 되돌아보면서 나는 ‘진심은 통한다’는 걸 느낀다. 언론을 담당하는 일을 하면서 기자들의 기사 한줄, 화면 하나, 그리고 멘트 하나도 흘리지 않고 눈여겨보게 된다. 기사 한 줄에, 1초의 화면 안에 기자의 생각과 땀방울이 배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문자가 내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주었던 건, 바로 그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볼수록 진보정치와 언론의 사명은 다르지 않다. 부당한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알려내는 것,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원한 ‘동반자’인지도 모른다.

특히 언론은 힘없고 가난한 이웃들이 권력에도 법에도 무시당할 때 두드릴 수 있는 희망이 되어야 한다. 현실정치의 힘의 역학관계에 얽매이기 보다는 가치와 대안, 꿈을 담는 미래의 창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진보정치가 가야 할 길은 더 멀다. 올 한해 ‘진보’를 지칭한 우리의 모습이 오만하고 나태하지는 않았는지 반문해본다. 비판과 주장을 뛰어넘어 현실을 바꾸는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책임 있는 대안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낮은 자세로 더욱 부지런히 실력을 닦아야 한다.

▲ 민주노동당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주지역 광역.기초의원들이 지난 6월 4일 5.18 옛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합동참배를 하고 있다. ⓒ광주인
2010년 말, 광주에는 대우IS 여성노동자들이 엄동설한에 세 달째 농성을 하고 있고 금호고속 노동자들은 다시 파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소상인들은 이마트를 막기 위해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5.18 민중항쟁의 역사적 사적지인 구 전남도청 별관은 ‘철거’와 ‘보존’ 사이를 놓고 2년6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이렇듯 진보정치와 언론의 사명은 다가오는 2011년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잘될 것이다.”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신심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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