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광들에게 조종(弔鐘)을 울려라
-리영희 선생님을 보내는 추모에 붙여 경고함
 

                                                                               김준태 시인

오늘, 지금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은
휴지처럼 갈갈이 찢긴 분단과 분열의 땅속에
리영희 선생님을 묻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은 역사의 저편에
리영희 선생님을 묻고 황망하게 떠나기 위해
구름처럼 바람처럼 모인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은 차거운 12월의 땅속에,
리영희 선생님을 묻고, 우상과 이성, 전환시대의 논리,
두 날개로 날다가 추락한 하늘과 땅의 새들을 묻기 위해
구름처럼 바람처럼 가는 나그네처럼 모인 것은 아닙니다

저 야만의 전쟁광들에게 조종을 울리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민족이 공멸할지도 모르는, 어쩌면 폼페이우스의 그날처럼
최후가 돼버릴지도 모르는 동방의 아름다운 나라 코리아!
아 죽고 못살게 그리운 이 땅의 아가들의 내일을 위하여
저 미친 전쟁광들을 하데스 땅으로 보내려고 모인 것입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농기구를 만들기 위해
살과 뼈가 같은 민족이 서로를 향해 칼을 쳐들지 않기 위해,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고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고,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어린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넣어도 괜찮은 나라를 위하여

자아, 이제는 두드려라 세상의 첩탑, 종이란 종은 죄다 울려라
범종을 울려라 법고를 울려라 운판을 밀어라 목어를 밀어 올려라
저 야만의 무리에게 조종을, 그리하여 우리들 통일의 큰종을 울리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 돕는다 했거늘 찬란한 목숨, 목숨들의 우리여!
우리들이여 백두에서 한라까지 다시 새 하늘, 새로운 바다를 열어가자
남북7천만 온 겨레를 모두 어여쁜 아가들로 만들어, 둥둥둥 춤을 추자!

이제 리영희 선생님께서 80평생 남북삼천리 두 눈을 감으신 오늘-
어어라 길을 터라 전라도 진도 바닷가 다시라기 소리로 먼 길을 터라
쌍둥이 손자 녀석들 무릎에 앉혀 놓고 놀듯이 그렇게 큰춤을 추어라!
눈망울 초롱초롱한 남북아가들 무릎에 앉혀놓고 둥기둥당당 춤을 추자!
 
우리시대의 큰 일꾼, 리영희 선생님을 꽃상여에 태워 보내며
-NO WAR!!! Only Peace, Forever Korea!!!
 
* 2010년 12월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가진 리영희 선생님의 하관(下官)에 맞춰 추모(追慕), 조시(弔詩)를 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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