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청에 또 갔다. 동서남북,광산구청 중 서구청만큼 자주 간 곳도 없는 듯 싶다. 기자가 자주 찾았다는 것은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뜻.
벌써 50일째 차디찬 냉기 올라오는 길 위에서 농성 중인 미래환경산업개발 노동자. 서구청에 가면 그들이 있기에 서구청을 자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방문도 미래환경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기자회견이 열리는 서구청 앞에는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기자회견 그 다음은... 김종식 서구청장 면담? 이거 재밌겠는데'
“기자회견 끝나고 구청장 면담 있던데, 누가 가시는거에요? 라고 묻자 한 노동자가 대답했다. “저기 좀 보슈. 구청장 어디로 가블랑가 차 나와있는거”
부리나케 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사진 몇 장 찍어두고 주변에 나와 있던 공무원들에게 물었다. “노동자들이 구청장님 면담 요청했다는데 구청장님 어디 가시나보네요? 많이 바쁘시나봐요.”
“오늘도 ‘미리 잡힌’ 행사가 많-다” 는 답변이 돌아왔다. “면담 요청한 건 알고는 계시나요?” 대답은 “모른다” 였다.
그럼 언제쯤 구청장님이 모습을 보이시려나 ‘기웃기웃’거리는데 드디어 김 청장이 나타났다.
‘미리 잡힌’ 행사로 무척 많다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닌 듯 김 청장은 ‘무척 바쁜’ 모습으로 ‘서둘러’ 차에 올랐다. 결국 김 청장이 탄 ‘새카맣고 커다란’ 차는 서구청을 빠져나갔고 노동자들의 기자회견은 시작되었다.
이후 등등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몸을 기댔다. 문득 책장을 들여다보니 ‘걸음아 날 살려라’라는 책이 꽂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