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은 오랜만에 모교인 전남대학교를 방문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반가움보다는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더 컸다. 이날 본 전남대학교의 모습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패한 곳’인 여의도인지 전남대 용봉골인지 조차 헷갈릴 정도였다. 

취재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엄연한 징계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주장으로 인해 징계위는 부결되고 학우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깨끗한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선관위의 몇몇 선관위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학내 언론은 특정 세력의 목소리만 가득한 것이다.

기준과 원칙에서 벗어난 선거관리위원회의 일부 행태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부위원장이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전남대 그 어느 곳에서도 부위원장이 ‘사퇴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저 ‘개표를 막기 위한 계략 아니냐’는 유언비어만 난무할 뿐.

이날 만난 한 학생은 “학내언론에 의하면 (대학본부 2층 상황실에 보관된) 투표함을 직접 비추는 CCTV가 없다고 한다”며 “더군다나 한 후보는 약력을 거짓으로 기재했다고 하는데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사실 확인을 위해 직접 투표함이 보관되어 있는 대학본부 2층 상황실을 찾았다. 하지만 기자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부터 출입을 저지당하기도 했다.

상황실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쫓겨난 채 터덜터덜 발길을 옮기는데 '왜 학내 언론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투표함을 비추는 CCTV는 없다’라고만 보도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간의 과정과 서로의 입장을 취재하는 데 꼬박 반나절이 걸렸다. 그만큼 서로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온 사방에 어둠이 내리고서야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지난 해 다수당의 횡포로 인해 소위 ‘MB악법’들이 날치기 통과되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그 다수당이 국민의 심판대에 올랐던 모습 또한 생각이 났다.

이날 보았던 전남대학교는 여의도 썩은 현장의 축소판이었다. 공정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기관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중립에 서서 이를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은 되레 특정 세력의 대변인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대학생들이 기성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전남대학교를 대표할 수 있을까?

대학생활 4년 동안 가슴속에 간직해왔던 ‘전남대학교는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의 중심이자 산 증인이다’라는 자부심이 부끄러워지는 하루였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