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에 정신없는 아침, 핸드폰이 울린다. 오늘 10시에 외고 재심의가 열린다는 연락이다.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시교육청으로 향했다.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이날 재심의는 언론에 한해서 ‘공개’되었다.

재심의를 지켜보는 두 시간 동안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과 어지러움이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힘들었던’ 오전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내가 왜 기자가 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기자‘질’하는 기자‘놈’은 되지 않겠다고.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배우지도 않았고, 특별하게 글 솜씨가 뛰어나지도 않은 내가 겁 없이 이 길에 뛰어든 무기라면 ‘비겁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바닥 스펙트럼에 무지하고 발로 뛰고, 들이 받는 게 익숙한 나였지만 그 무기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터넷 신문이라는 특성상 매일 이름 석 자를 걸고 전 세계에 내 글을 공개한다.
때로는 성명서인지 기사인지 헷갈리는 글을 올려놓기도 하지만 항상 진실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이를 기사에 담고자 노력한다. (노력은 항상 한다. 노력한 티가 잘 나지 않아서 문제지만)

기자 생활 2주 동안, 만날 때마다 언제나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 한 ‘취재원’은 날 ‘누리 기자’라고 부른다. 그래! 강자 앞에서 당당하고 낮은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름 석 자가 부끄럽지 않는 누리 기자’가 되고 싶다.

처음 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기자‘질’하는 기자‘놈’이 더 많다고, 기자처럼 더러운 직업 없다며 나에게 우려를 표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진실을 외면하고 힘 있는 자들 앞에서 굽실거리며 ‘콩고물’이라도 주워 먹으려고 멋대로 기사를 쓰는 기자‘놈’들이 더 많더라는 것이다.

지난겨울 한 신문사에서 “기자는 ‘부, 명예’와는 거리가 먼 직업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주는 ‘명예’와 ‘믿음’을 먹고 사는 것이 기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권력에 주눅 들지 않고 독자들의 쓴 소리를 두려워할 줄 아는 용기 있는 기자가 되겠다! 아니, 용기 있는 젊은이가 되겠다!

기자‘질’하는 소수의(소수라고 굳게 믿고 싶다!) 선배 기자들에게 부탁드립니다.
푸른 꿈을 가진 패기 있는 기자들이 억울하게 기자‘놈’ 소리 듣지 않게 좀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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