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안언론 광주in 김누리 기자입니다’라는 인사조차 어색한 시간, 이제 딱 일주일이 지났다.

체불임금 800만원 때문에 분신한 노동자의 장례식, 회사로부터 불법 미행, 감시를 당하고도 ‘가해자’가 되어 징계위원회에 서게 된 여성 노동자, 또 그녀를 비롯한 많은 노동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단식투쟁 중인 노조 지회장, 찬 길바닥에서 아침 서리 맞아가며 노숙농성 중인 서구청 공공노조 노동자까지...
지난 일주일은 노동현장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현장의 소식은 안타까운 내용이 더 많다. 현장을 찾을 때마다 겉으로는 '최대한 냉정하게'라고 스스로에게 주문하지만 "난 저들을 취재하러 온 기자이기 전에 저들의 이웃이다"라는 마음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서면 또 슬그머니 잊혀지곤 했다.

오늘은 지난 주 처음 홀로 찾았던 현장이라 더욱 뜻 깊었고 이후 상황이 궁금했던 현대차 판매위원회 노조의 간부에게 연락을 했다. 지난 주 실신했던 지회장님의 안부도 물을 겸. 

"아직 지회장님은 입원 중이시고 지난 주 열렸던 징계위 결과가 정직 2개월로 나왔다."

순간 멍-하니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직 2개월’
그래, 까짓것 두 달 쯤 놀아도 당장 굶어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범한 여성이 미행당하고 감시 받았을 때 느꼈을 공포감을 떠올리니 오금이 저린다. 거기에 인신공격성 유언비어 유포까지 서슴지 않았던 회사가 피해자인 노동자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리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 기사에 대한 후속기사를 작성하기로 했다.
노조 간부와 통화를 마치고 기사를 작성 하던 중, 지난 주 현대차 광주사옥 앞에서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도둑이 매를 들었다.”
회사는 피해 노동자에게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버렸다.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한편의 영화 같았다.
평범한 주부인 여성 노동자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로 캐스팅이 되고, 진짜 나쁜 놈(영화에서 악역을 대부분 편하게 ‘나쁜 놈’이라고 칭한다!)은 피해자로 캐스팅이 되었다.

그렇다면 각본, 연출에는?
누구나 알 법한 쉬운 정답이기에 생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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