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동인 개인전, "사라져버린 넋 그리고 기록"

광주롯데갤러리에서 26일 올해 창작지원전의 두 번째로 리동인(32. 회화)작가를 초대한다. 리동인 작가는 조선족 이민 4세로 중국 길림성 연변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였다. 2007년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3년 만에 갖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사라져버린 넋 그리고 기록>이다.

작가는 중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석사연구를 위해 2005년 한국땅을 밟았다. 체감할 수 없는 뿌리, 근원에 대한 궁금증, 두 개의 조국을 사이에 둔 정체성에 대한 혼란 등이 선조의 땅을 밟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었다. 이와 관련한 작가의 첫 개인전은 시작과 과도기의 혼재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작가는 첫 전시에서 <해란벌에 서서>라는 전시 제목으로 이민 세대의 아픔을 체득하려 했다. 해란강은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인 용정 부근을 흐르는 두만강의 지류로, 독립 항쟁의 증거이자 조선족 개척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이다.

작가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형식을 채우기에 앞서 조용하고 힘있는 어조로 해란벌의 과거와 현재를 대작 안으로 불러들였다. 해란벌을 상징으로 에둘러 표현한 이민의 역사는 다소 큰 스케일에 작위적인 기운을 담고 있었지만, 본인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비교해 금번 초대전은 관점에 있어 보편성을 꾀하려 한다. ‘사라져가는 넋 그리고 기록’이라는 주제에서 볼 수 있듯, 소멸하거나 소멸되는 시간, 역사에 대한 되새김이 화폭을 가득 매운다. <2010년 3월 13일의 기록> 연작에서는 불교의 다비식 현장을 담았다.

순천 송광사에서 치러진 법정스님의 봉행 모습이다. 작가가 기록하는 시(時)와 공간, 그리고 증거 행위는 현재의 시대를 함께 호흡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문화혁명기 소실되었다는 족보, 그것이 상징하는 것처럼 자신에 대한 갈무리와 더불어 남은 역사를 공유하고자 한다.

자신이 안고 온 갈등과 시대의 상흔을 넒은 보폭으로 끊임없이 보듬는 태도, 그 과정의 출발선에 이제 막 들어선 듯 하다. 또 다른 기록 시리즈 <잔해>에서는 소실 직후의 숭례문을 보여준다. 숭례문 방화사건이 있었던 2008년 현장에서 스케치한 것을 올해 들어 완성했다. ‘잔해’라는 명제가 새삼 먹먹하다.

썩거나 타다가 남은 뼈, 혹은 넋이 나간 채 남아있는 육체, 흔히 ‘산송장’의 의미로 읽혀지는 ‘잔해’의 사전적 의미가 새로 읽혀진다.

갈가리 찢겨지고 흩어지고 사라져 버리는 것들을 바라본다.
사라진다는 것은 망가지고 쭈그러지고 쓸모 없어지는 것인가?
사라진 뒤의 여백은 과연 어떠할까?
있어야 할 곳에 소소히 남겨지는 것들의 잔상, 그것의 아득함...
때로는 부둥켜 껴안아도 구름처럼 흘러가버리는 그것들의 허무함.
기억해야 할 것들을 잊어가는 야속한 세월의 속절없음이여.
방관과 무관심 속에서 역사의 바닥까지 송두리째 뿌리 뽑힌다.
나는 사라져가는 한 웅큼의 기억을 공유하고자 기록한다.
이민 4세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록하여 남기는 일 그뿐이다.
- 작업노트 중에서-

작가 약력
2010년 현재 전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 수료
2008년 전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졸업
1998년 중국 길림성 연변대학 예술대학 졸업

전시 및 수상
2008년 제7회 고양국제아트페어
2008년 개인전 <해란벌에 서서Ⅱ> zeinxeno 갤러리, 서울
2007년 개인전 <해란벌에 서서> 달뫼미술관, 창평
2004년 중국 전국소수민족대전 우수상
2003년 중국 길림성 청년미술대전 2등상

♦ 전시기간 : 2010. 8. 26(목) ~ 9. 13(월)
♦ 장 소 : 광주롯데갤러리(광주은행 본점 1층).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