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방영, 거센 반발에 물러선 것"
[해설] 돌연 본부장 시사회 뒤 방송결정 왜? 김재철 "본부장이 봐라"


MBC 경영진이 <PD수첩> '4대강' 편에 대해 23일 방송결정을 한 것을 두고 제작진을 비롯한 MBC 내부와 시민사회·정치권 등 극심한 반발에 경영진이 한 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미디어오늘>이 23일 보도했다.

MBC는 이날 오전 PD수첩 담당부장(CP·책임프로듀서)와 시사교양국장을 비롯해 TV제작본부장·편성국장·편성본부장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7일 방영예정됐던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편에 대한 사전시사회를 열어 일부 내용을 수정보완한 뒤 24일 방송하기로 결정한 것. 

▲ PD수첩 방영결정이 난 23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MBC 남문 앞에는 예정대로 언론인과 시민들 7백여 명이 모여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 즉각중단과 'PD수첩'방영을 외치며 결의대회를 열었다.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MBC는 이날 오후 발표한 'PD수첩 방송 관련 문화방송 입장'에서 "시사회에서 참석자들은 프로그램의 객관성과 공정성, 균형성의 측면에서 시청자들의 오해를 살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며, 담당 간부들은 프로그램 담당 부장에게 사실 측면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을 수정·보완하고 반론권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보강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수정 보완이 이뤄지면 PD수첩 4대강 편은 오는 24일 밤 11시10분에 방송된다.

김태현 <PD수첩> CP는 "거의 그대로 방송된다고 보면 된다. 비밀팀이라는 표현을 태스크포스로 바꾸는 극히 일부 표현상 문제 등만 다듬는 정도"라며 "지난주에도 이 정도(수정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방송할 수 있었으나 사전시사하겠다는 사장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불방까지 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김 CP는 이날 사전 시사를 통해 방송까지 할 수 있게 된 배경에 대해 "MBC 이사회가 지난주까지만 해도 공식 불방 입장이었지만 돌연 오늘(23일) 아침 시사교양국장이 국면 타개를 위해 임원 중에서 편성책임자 제작책임자 편성제작본부장이 보도록 제안해서 두 본부장이 (방송에) 문제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CP는 이어 경영진의 사전시사 방침에 대해 "애초에 사장이 시사하겠다고 주장한 것은 근거가 없다. 실무책임은 국장에 있고, 사장은 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단체협약상 '국장책임제'의 정신"이라며 "이날 경영진이 본부장의 시사회를 통해 방송 결정을 한 것은 불방사태 이후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에서 24일에도 불방될 경우 제작거부까지 이르게 되고, 결국 회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CP는 사장이 프로그램에 직접 관여하는 방송검열로 흐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제작진 등의 반발에 경영진이 한발 물러선 것이고, 우리의 주장이 관철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안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 편성제작 담당 간사는 "방송됐어야 할 것이 (잘못된 결정에 따라) 불방됐다가 이제야 정상적으로 바로잡힌 것"이라며 "불방 방침이 철회된 정확한 배경은 모르겠지만 안팎의 비판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MBC 사측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리고 있다. MBC는 △이번 시사회에 참석한 편성·TV제작본부장은 사장의 '위임'을 받아 참여한 것이며 △이번 시사회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대한 점검 및 수정보완을 지시한 것에 불과할 뿐 아니라 △수정 보완된 방송물이 24일 방송 전에 (어떤 형태로든) 사장이 본 뒤 최종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디어 오늘>이 보도했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방송이 되려면 시사회 때 오류가 수정보완된 방송 내용을 사장이 어떤 헝태로든 확인한 뒤에야 가능하다"며 "두 본부장의 참여도 김재철 사장이 오늘 '한번 가서 보시오'라고 해서 이뤄진 것으로, 사장의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보완될 대목에 대해서도 이 국장은 "시각에 따라 적게 고쳤다, 많이 고쳤다고 각각 볼 수 있지만 어떻게 해석하든 오류를 수정한다는 전제를 충족해야만 방송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의 비판과 반발에 한 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국장은 "제작진에서는 그렇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발전적인 논평'이 아니다"라며 "다만, 사회적 논란과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프로그램을 사전에 점검해 오류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수정보완토록 함으로써 방송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이 충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사회가 김재철 사장과 청와대 등 윗선과의 교감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 국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고 <미디어오늘>이 전했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