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지형 형성 토론서 ‘가능론 vs 신중론’ 대립 
 비민주연대 사안별 공조 vs 대선 전 통합론 맞서


광주지역에서 민주당에 맞선 각 정당과 정파를 통합한 새로운 지역정당의 출현이 가능할까?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우세적이다. 그렇다면 지난 7.28 광주남구 보궐선거 이후 비등해지고 있는 비민주당연대세력의 새로운 진로는 어떻게 될까? 답은 사안별 공조를 통한 현 수준의 연합전선적 연대라는 것. 즉 ‘상설적인 연대정치조직’ (가칭)광주새정치연대회의 등을 내놓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엔지오(NGO)센터에서는 ‘광주정신 구현과 새로운 정치지형 형성을 위한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인사 연석회의’가 ‘지역주의 청산과 새로운 정치지형 형성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지역주의 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지형 형성을 위한 과제' 토론회가 1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엔지오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인
이날 토론회에는 각 시민사회단체 및 각 정당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하여 관심을 보였으나 토론회 종반에는 30여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이날 토론회는 지병근 조선대 정외과 교수가 ‘지역주의 청산과 새로운 정치지형 형성을 위한 과제’로 발제를 하고 최영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전남대 교수), 민점기 광주전남진보연대 상임대표, 황정아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 정용화 광주민주동지회 운영위원장, 신대운 전남시민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강렬 광주정신구현 연석회의 대변인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광주인
지 교수는 발제에서 “6.2지방선거에서도 여전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양 지역 유권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향유하며 지역주의 양당체제를 지속시키고 있다”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투표결정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 지역주의 정치의 청산가능성과 이에 따른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지 교수는 지역주의 정치의 폐해로 “전국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정당 사이의 생산적 경쟁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가로막아 왔다”며 “지역차원에서도 지역주의는 영호남 지역에서 한나라당 또는 민주당 중심의 비경쟁적 일당체제를 유발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역주의 정치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키고, 공천비리 등 각종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폐해를 불러옴으로써 정당 사이의 정책경쟁을 통한 거버넌스의 질을 고양시키는데 많은 제약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 교수는 “최근 선거에서 이념과 이슈에 대한 유권자들의 태도가 점차 중요성을 더해가는 반면 출신지역 또는 거주지역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그 이유로 “3김시대 종료, 경제적 양극화와 이념갈등 심화, 민노당 및 진보신당 등장 등으로 정치적 환경 변화”를 꼽았다.

반면 지 교수는 “이미 내면화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영호남 지역정당에 대한 일체감(6.2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민주당 각각 30% 수준)이 유권자들의 지역주의적 투표결정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6.2지방선거 직후 이뤄진 ‘동아시아연구원 2차 패널조사’ 자료를 예로 들었다.

지 교수는 ‘지역주의 정치의 청산을 위한 과제’로 “양대정당(한나라당.민주당)을 대신하는 정치세력의 성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책 아젠다 개발, 약소정당의 선거구민 신망 확보 노력, 중대선거구제 도입 또는 비례대표제 확대,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을 들었다.

▲ 최영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광주인
특히 지 교수는 “김두관 경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과 이번 7.28광주남구 보궐선거에서 오병윤 후보의 선전은 지역주의 정치의 극복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정당일체감의 급격한 변화나 신생정당의 정치적 비약을 가져오는 전조로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조건을 붙였다.

그 이유로 지 교수는 “이들의 선전은 한나라당 또는 민주당에 대하여 일체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이들에 대한 지지를 일시적으로 철회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또 약소정당 지지자들의 전략적 투표행위는 지속적으로 이들의 정치적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로 작용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지 교수의 발제에 이어 최영태 광주시민협 대표는 토론에서 ‘시민사회의 정치참여 경계선’을 놓고 “시민운동이 남구보궐선거처럼 선거에 직접 개입할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 그것을 입증 받았으나, 그런 행위가 두 번 세 번 반복될 경우 점점 약효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시민운동의 정치직접개입을 반대했다.

또 최 대표는 “6월 지방선거와 7월 보궐선거에서 시민사회 일부가 특정후보를 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거나 그것을 행동에 옮겼다”면서 “아쉬운 점은 그런 지지 운동 중 일부는 명료한 논리보다는 오히려 개인적인 인간관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 민점기 광주전남진보연대 상임대표.
이어 최 대표는 “시민운동진영은 정치개입을 주장하거나 행동에 옮기기 전에 먼저 호남에서 민주당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대안세력을 육성해야 한다면 어떤 정치세력이 대안이 될 수 있으며 그들을 어떤 방식으로 육성 할 것인지, 대안세력은 민주당 등 기존정당과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관된 논리와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지금 이 시점에서 민주개혁세력의 영향력 증대와 한국정치의 진전을 위해서는 민주개혁세력의 연대와 동시에 통합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일차적인 통합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당과 다른 중도 정당들의 통합”을 제시했다.

특히 최 교수는 “연대론이 통합론을 잠재우거나 분열주의를 합리화하기 위한 명분 내지 도피처의 구실이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면서 “시민운동은 연대보다는 오히려 통합을 촉진시키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점기 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시민사회단체는 심판자가 아니라 정치적 역량에 맞게 역사적인 전진과 소명의 역할을 부여 받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보다 적극적인 시민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민 대표는 “새로운 정치지형은 정당을 근거로 사회적 약자와 중간층을 대변하고 민주 평화 인권 생태 여성 환경 등을 담아내는 정책을 구체화하는 집행력을 담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 정용화 광주전남민주동지회 운영위원장. ⓒ광주인
현 민주당에 대해서도 민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과와 열매를 따먹기만 하고 과오는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두 전직 대통령의 양극화 심화, 비자주적 외교, 아마추어 정부운영 등은 과감하게 청산하는 과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용화 광주전남 민주동지회 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은 보수정당이며 호남지역을 담보. 볼모로 하면서 정치 재생산구조를 갖지 못하고 있다”며 “진정한 의미의 지역정당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지역정당은 지역민이 스스로 (선출직 공무원)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현 시기에는 정당이 없기 때문에 시민사회연석회의 ‘(가칭)민주통합정치연대’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연대론을 내놓았다.

또 정 위원장은 최 교수의 시민사회진영의 정치개입반대 주장에 대해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비판이지만 비현실적인 비판이라는 모순도 존재한다”며 “시민사회는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담아내야하는 역할이 있다”고 반박했다.

▲ 황정아 광주여성단체연합 대표. ⓒ광주인
황정아 여성연합 대표는 “7.28 광주남구 보궐선거 결과가 과연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대해 일시적인 철회인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지형을 바라는 표심인지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호남지역에서 애증의 대상”이라고 민주당을 바라봤다.

또 황 대표는 “정치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놓고 여성단체도 자유롭지 않으나, (시민사회의)명쾌한 정리 없이 새로운 정치지형은 섣부르다. 새로운 정치지형이 어느 지점을 목적으로 갈 것인지 합의도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대운 전남시민사회연대 공동대표는 “시민사회는 정치세력의 통합연대 주장에 앞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광주정신을 구현하는 새로운 정치지형을 광주에서 시작하여 전남 전북을 견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어떤 정당에 매몰되기 보다는 현실을 뛰어 넘어야 하나 딜레마도 많다”고 지적했다.

▲ 김강렬 광주정신구현 연석회의 대변인. ⓒ광주인
김강렬 새정치지형 연석회의 대변인도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선거 시기 마다 ‘좋은 후보 만들기’, ‘민주당 독점 반대’ 그리고 이번 광주남구 7.28 보선에서는 민주당에 대해 무공천을 요구했었다”면서 “그러나 시민운동은 매 선거 때마다 가치중심을 못 잡은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광주지역의 시민운동과 정치관계에서 시민운동의 가치 중립을 훼손 한 행위는 밤과 낮에 각각 따로 이 사람 저 사람을 추천해 주는 행태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청중으로 참석한 황세연 국민참여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각 정당의 통합에 반대한다. 시민사회와 정당이 각각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각 정당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사안별로 연대해야 한다”며 “한국은 국회의원의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을 위한 정당만이 존재한다”고 혹평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7.28 광주남구 보궐선거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야4당의 단일화 후보 선정 과정에 대한 분석과 효과 그리고 이를 통한 새정치지형의 전망 등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되지 못했다.

▲ 신대운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광주인
또 오는 10.27 광주 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한 야4당 및 시민사회 진영의 전망 등도 다뤄지지 못했으며 특히 광주지역에서 진행 중인 새로운 정치지형과 현재 서울지역에서 전국적으로 논의 중인 대선 전 통합 및 연대론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 및 지역입장 등도 배제돼 아쉬움을 남겼다.

6.2지방선거와 7.28 광주남구 보궐선거를 거치며 광주지역 일부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정치세력으로부터 불고 있는 ‘새로운 정치지형’이라는 바람이 민주당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영향력을 미칠지는 아직은 미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토론 참가자 중 일부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10.27 광주 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한 광주지역 시민사회 및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참여당의 입장 표명 그리고 대선을 앞둔 광주지역 시민사회진영과 지역정치권의 역할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놓기도 했다.

▲ 전진숙 광주북구의원(민주당 비례)이 이날 토론회에 청중으로 참석하여 토론소감 등을 발언하고 있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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