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연구논문은 1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엔지오센터에서 '광주정신 구현과 새로운 정치지형 형성을 위한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인사 연석회의'가 주최한 '광주정신 구현과 새로운 정치지형 형성을 위한 공개토론회'의 발제문 전문.

이날 토론회 사회는 은우근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종합발제는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패널로는 최영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최영태 전남대 교수), 민점기 광주전남 진보연대 상임대표, 황정아 광주전남 여성단체연합 대표, 정용화 광주민주동지회 운영위원장, 신대운  전남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강렬 광주정신구현 연석회의 대변인이 참여했다. /광주인

지역주의 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지형 형성을 위한 과제
지병근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는 지역주의와 지역정당에 의해 지배되어왔다. 영호남 유권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토대로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과 평민당-국민회의-새천년 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으로 이어지는 양대 지역정당들이 한국정치를 주도해온 것이다. 민주화 이후 20여년이 지나고, 소위 삼김시대가 마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6.2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났듯이, 여전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양 지역 유권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향유하며 지역주의적 양당체제를 지속시키고 있다.

이 연구는 한국의 지역주의 정치의 현황을 평가하고 새로운 정치지형의 형성 가능성에 관한 전망과 과제를 제시하기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여기서는 선거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한국의 지역주의적 정당일체감의 재생산 구조를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개념화하였다.

아울러 이 연구는 지역감정에 기초한 정당일체감이 한국 유권자들의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지역주의 정치를 재생산하는 심리적 기초라고 보고,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orean Social Science Data Center, KSDC)의 선거후 설문조사를 이용하여 역대 그 추이와 지역, 이념, 세대적 특성에 따라 발생하는 차이를 분석하였다.

아울러, 이 연구는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EAI)의 패널조사를 이용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여부로 측정되는 정당일체감이 6.2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투표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이 연구는 한국에서 지역주의 정치의 청산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를 위한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1. 지역주의적 정당일체감의 재생산
지역감정 또는 지역주의에 관한 수많은 연구들 가운데 대부분은 호남, 영남, 충청지역에서 태어나거나 또는 거주하는 이들이 갖고 있는 지역적 정체성과 그들이 각 지역에 거점을 둔 정당들에 대한 투표 선택,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집중해왔다(조기숙 1997; 박상훈 2001; 정기선 2005).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이들은 지역감정이 지역민들의 특성에 관한 역사적 편견, 군부권위주의 정권시절의 경제적 또는 정치적 차원의 차별정책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후 선거경쟁과정에서 지지층을 유인하기 위한 정치엘리트들의 이념적 조작 등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제기해왔다.

이러한 논의에 기초하여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형성된 지역주의적 정당일체감의 재생산구조를 일반화시켜 보면 아래의 <그림 1>과 같다. 아래의 그림에서 지역 유권자들은 타지역 정당에 의해 주도되는 지역차별정책과 이에 따른 지역이익의 훼손에 대한 인지능력이 있으며 선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된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지역호혜적인 정당에게 투표함으로써, 지역차별적인 정당에 대해서는 투표를 철회함으로써 선거를 매개로 지역정당에 대한 보상과 징계를 수행한다. 각 지역정당 역시 득표의 최대화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 지역차별에 대한 저항의 이데올로기를 창출하고 지역호혜적인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당활동을 통하여 지역선거구민들의 정치적 지원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유권자들은 타지역정당에 의한 소외감과 거부감을, 자신의 지역정당에 대한 일체감을 형성하게 된다.

그림 1 민주화 이후 지역정당에 대한 일체감의 재생산 구조

호남과 영남 지역에서 나타나는 한나라당계 또는 민주당계 정당들에 대한 높은 일체감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역감정에 기초하여 영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선거경쟁을 매개로 형성되었으며, 지역이익을 추구하는 유권자들과 정치적 지지를 추구하는 정당들에 의해 재생산되고 있다.

양당에 대한 정당일체감은 그 안정성 여부에 대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미 각 지역유권자들에게 내면화됨으로써 그들의 정치적 행태에 영향을 미쳐왔으며, 민주주의의 심화 과정에서도 그 영향이 단기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각 지역정당들은 더 이상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유발하지 않고도 영호남 유권자들을 충분히 동원함으로써 자신들의 단기적인 선거이익을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 정당일체감의 변화
1.1 정당일체감의 안정성


아래의 <그림 2>는 1997년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계 정당들에 대하여 가장 선호 또는 가장 혐오한다고 응답한 설문 응답자들의 비율로서 집합적 수준에서의 정당일체감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잘 나타나듯이, 첫째, 1997년 이후 양당에 대한 정당일체감의 수준은 결코 안정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한나라당을 가장 선호하는 응답자들의 비율은 경제위기가 닥친 1997년과 그 이듬해에 11.6퍼센트로 급속히 하락한 이후 노무현 정권말기인 2007년에는 44.7퍼센트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이명박 정부의 집권초기인 2008년과 2010년에는 각각 28.7퍼센트와 30.1퍼센트에 머물렀다.

반면 민주당계의 정당들을 가장 선호하는 응답자들의 비율은 1997년 당시 32.3퍼센트에 이르다가 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8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는 11.3퍼센트로 급락하였다가 2010년 30.5퍼센트로 반등하였다. 친근감을 묻는 질문항을 이용한 분석결과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었다(부록 1 참조).

그림 2 주요 정당에 대한 선호율과 혐오율(1997-2010)

둘째, 선호감과 유사하게 양당에 대한 혐오감에서도 불안정성이 나타나고 있는데, 한나라당을 가장 싫어하는 이들의 비율은 1997년 34.2퍼센트에서 2008년 20.8퍼센트로 급감하였다가 2010년 지방선거 직후에는 36.1퍼센트로 다시 급등하였다. 2010년 한나라당에 대해 혐오감을 갖는 응답자의 비율이 급증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등 주요정책에 대한 반감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민주당계 정당들을 가장 싫어하는 이들의 비율 역시 1998년 4.3퍼센트에 불과하였지만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26.8퍼센트로 치솟았다가 2008년에는 15.6퍼센트, 2010년에는 11.0퍼센트로 하락하였다. 선호감과 달리 혐오감으로 측정한 양당에 대한 정당일체감 추세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특징은 열린우리당이 극심한 내분으로 인해 해체되었던 2007년을 제외하면 민주당계 정당들보다 한나라당에 대한 혐오감의 수준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2010년 지방선거 직후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혐오하는 이들의 비율의 차이가 무려 25.1퍼센트(36.1-11.0%)에 달하였다.

2.2 지역, 이념, 세대적 특성과 정당일체감
아래의 <그림 3>은 지난 1997년 이후 지역, 세대, 이념 등 한국사회의 주요한 사회적 균열구조에 따라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일체감’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일체감은 ‘한나라당을 가장 좋아하는 응답자비율과 민주당계 정당들을 가장 좋아하는 응답자 비율의 차이’로 측정하였다.

그림 3 호남 및 영남 지역 유권자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일체감


이 <그림 3>에서 잘 나타나듯이, 첫째, 호남과 영남의 유권자들이 느끼는 양당에 대한 일체감 수준은 현격히 달랐으며, 이들 사이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왔다. 예를 들어, 1997년 영남의 유권자들 가운데 한나라당을 가장 선호하는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국민회의를 가장 선호하는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23.3퍼센트 더 많았다.

호남의 유권자들 가운데 국민회의를 가장 선호하는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나라당을 가장 선호하는 이들에 비해 무려 81.2퍼센트가 더 높았다. 2010년에도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일체감은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 각각 26.2퍼센트와 -52.2퍼센트였으며, 이들 사이에 양당에 대한 일체감의 차이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 시기에 따라 양당에 대한 호남과 영남 유권자들의 태도에서 유사한 경향성을 찾을 수 있다. 민주당계가 집권했던 1998년 이후 영남지역의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호감도가 점차 증가하다가 한나라당이 집권한 2007년 이후에 감소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호감도가 1998년부터 점차 증가하다가, 2007년부터 다시 감소 추세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추세의 원인은 분명하지는 않지만 유권자들이 야당에 비해 집권여당에 대하여 더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거나, 엄격한 평가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일 수 있다.

아래의 <그림 4>은 진보-보수 차원에서 유권자들의 이념적 성향별로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정당일체감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진보, 중도, 보수 등 유권자들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이들이 한나라당에 대하여 느끼는 상대적 일체감은 분명히 다르게 나타났다. 유권자의 이념적 위치가 보수적일 경우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일체감이 가장 높았으며, 중도 또는 진보적일 경우 점차 감소하였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와 중도적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호감도가 각각 -8.3와 -33.1로 급속히 감소한 반면 보수적인 유권자들이 느끼는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인 호감도는 오히려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유권자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계 정당들에 대한 일체감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림 4 이념적 성향과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일체감


아래의 <그림 5>는 세대별로 한국 유권자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일체감의 추이를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민주화 이전세대와 민주화 및 민주화 이후세대 사이에 한나라당에 대한 일체감의 차이는 지속적으로 존재해왔으며, 특히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들 사이의 격차가 현격히 벌어졌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민주화세대와 민주화 이후세대 사이에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일체감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1997년과 2010년 당시 민주화 세대의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일체감은 각각 18.0퍼센트와 21퍼센트였지만, 민주화 이후세대 역시 각각 16.9퍼센트와 18.8퍼센트였다. 이는 민주화 이후 등장한 신세대가 탈정치적이기 때문에 민주화세대에 비해서 한나라당에 더 친화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한참 벗어난 것이다. 2002-2007년 시기에 민주화 이후세대의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일체감은 민주화세대보다 오히려 더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5 민주화세대와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 일체감


3. 6.2 지방선거에서 정당일체감과 투표결정
최근의 선거에서 이념과 이슈에 대한 유권자들의 태도가 점차 중요성을 더해가는 반면 출신 지역 또는 거주지역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경험적 연구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지역을 대표하는 삼김시대가 막을 내리고 1997년 경제위기와 2002년 촛불시위 과정에서 경제적 양극화와 이념갈등이 심화되었으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정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이 등장하는 등 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이갑윤·이현우 2002; 최준영·조진만 2005; Jhee Byong-Kuen 2006).

표 1 정당선호도와 투표결정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이미 내면화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영호남 지역정당에 대한 일체감이 유권자들의 지역주의적 투표결정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6.2 지방선거 직후 이루어진 동아시아연구원의 2차 패널조사 당시 호남지역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비율은 각각 59.5퍼센트와 9.1퍼센트였던 반면, 대구 경북지역에서 이들의 비유은 각각 8.8퍼센트와 56.2퍼센트였다. 부산,울산, 경남 지역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비율은 각각 13.2퍼센트와 38.6퍼센트였다.

위의 <표 1>은 6.2 광역 및 기초단체장과 광역비례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4당에 대하여 가장 일체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투표한 정당 후보자의 분포를 나타내준다. 이 표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절대다수가 각 당의 후보자들에게 투표하였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경우 무려 90.3퍼센트가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였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에도 67.0퍼센트에 머물러 상당수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지지정당의 후보자들에게 투표한 비율은 2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80퍼센트 이상이 다른 정당의 후보자들에게 투표한 것이다.

민주당의 후보자들이 한나라당에 비해서 지지자들로부터 현격히 낮은 지지를 얻은 원인은 무엇보다도 경남과 경기도의 도지사 선거와 울산광역시장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를 위해 공천을 포기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아래의 <표 2>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이들 세 지역을 제외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은 한나라당과 거의 유사한 87.1퍼센트에 달하였다. 6.2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광주, 울산, 강원, 전남, 전북, 경북 등 6곳에, 서울 대구, 인천, 대전, 충북, 울산, 광주, 전북 등 9곳에 후보가 출마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각각 50.0퍼센트와 33.3퍼센트가 정당일체감에 따라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2 정당선호도와 광역단체장에 대한 투표결정(각 당 후보의 출마지역만 고려)

이처럼 상당 비율의 유권자가 정당일체감과 일치하지 않는 투표결정을 내린 이유는 분명치는 않지만 저항투표(protest voting)와 전략적 투표(strategic voting)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첫째,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일시적으로 이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함으로써 전략적으로 정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저항투표. 저항투표는 주요정당을 포함하여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보편적 저항행위이며, 단기적이지 않은 장기적 목표 하에 추진하는 적극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전략적 투표는 약소정당을 지지하는 유보자들이 당선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후보자들 대신에 당선가능성이 높은 차선의 후보를 선택하는 전략적 행위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지지자들의 전략적 투표행위 성향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비례대표의원 선거에서는 단순다수제가 적용되는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와 달리 사표방지를 위한 전략적 투표행위는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지지자들 가운데 약 70퍼센트 가까이 자신의 지지정당에게 투표하였다.

4. 지역주의 정치의 청산을 위한 전망과 과제

한국정치에서 지역주의 정치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정당 사이의 생산적 경쟁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가로막아왔다. 지역 차원에서도 지역주의는 영호남 지역에서 한나라당 또는 민주당 중심의 비경쟁적 일당체제를 유발함으로써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키고, 공천비리 등 각종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폐해를 불러옴으로써 정당 사이의 정책경쟁을 통한 거버넌스의 질을 고양시키는데 많은 제약을 가져왔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역주의 정치의 재생산구조를 변화시키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말로는 지역주의 청산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상대당과 상대지역유권자들의 변화만을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양당의 일부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인 영호남 지역주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시대적 사명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주의 정당구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양당에 대한 “지역주민”의 애정을 저버리는 것이며,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이들은 근시안적으로 영호남 지역에서의 단기적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급급하다.

이처럼 지역주의 정당정치 문제에 대하여 기득권에 연연하며, 이율배반적이고, 근시안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양대 주요정당들이 적극적으로 이에 대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지역주의 청산의 정치적 동력은 이들 외부에서 찾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지역주의 정당정치의 청산은 공급의 측면에서 영호남 지역에서 일당지배정당체제(one-party dominant system)를 유지하고 있는 양대정당을 대신하는 정치세력의 성장이 필요하다. 아울러 수요의 측면에서 경쟁적 정당체제를 형성할 수 있도록 약소정당을 육성하기 위한 각 지역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또는 비례대표제의 확대 등 제도개혁의 노력과 정책경쟁의 정치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논문에서 살펴본 것처럼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대한 정당일체감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각각 30퍼센트 수준에 머물러있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한국 유권자들의 정당일체감은 “추동되지 않는 추동자(unmoved mover)”로서 안정되어있지 않으며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투표와 성과에 기반을 둔 정당재편성(performance realignment)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6.2 경남, 강원, 충남 도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김두관 후보와 민주당의 이광재, 안희정 후보의 당선은 지역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권태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7.28 광주광역시 남구의 보궐선거에서 오병윤 후보의 선전은 지역주의 정치의 극복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를 정당일체감의 급격한 변화나 신생정당의 정치적 비약을 가져오는 전조로 과장할 필요는 없다.

이미 앞서 밝힌 것처럼 이들의 선전은 한나라당 또는 민주당에 대하여 일체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이들에 대한 지지를 일시적으로 철회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약소정당 지지자들의 전략적 투표행위는 이들의 정치적 성장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부록 1 정당별 친근감의 변화(1992-2010)


자료 출처:
KSDC 선거후 (1992년 대선, 1995년 지방선거, 1996 총선, 2006년 지방선거,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 설문조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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