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우칼럼] MB통일세 언급이 너무 생뚱맞은 까닭

이명박 대통령의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사 가운데 ‘통일세 도입’이나 '공정한 사회' 언급은 느닷없다는 느낌을 준다. 그가 취임 후 줄기차게 밀어붙인 대북정책이나, 정부 인사 등 국정 운영과 거리가 너무 먼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경축사 내용도 그가 지금껏 되풀이 해온 ‘말 따로 행동 따로’ 시리즈 하나를 더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

우선 ‘통일세’를 살펴보자. 남북관계가 전쟁 직전의 상황으로 악화되어 군에 자녀를 보낸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대통령이 갑자기 통일세를 언급한 것이다.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3000’으로, 그가 취임하기 이전의 남북합의 사항인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외면하고 부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북한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으로 결국 천안함 사태라는 비극적 상황을 초래한 원인의 하나가 되고 말았다.

북한은 천안함 사고와 무관하다는 완강한 입장을 굽히지 않지만 이대통령은 북한의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군사훈련 실시, 군비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군으로부터 전환받기로 한 전시작전통제권도 국민적 논의 과정도 거지치 않고 몇 년을 더 연기시켜버렸다. 그리고 군 복무기간도 연장할 계획이다.

그런 이대통령이 갑자기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통일세를 말한다. 그의 통일세 구상은 그의 이날 경축사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즉 분단 상황의 관리 필요성과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의 순으로 이행하는 3단계 통일방안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평화에 대한 여망을 저버리는 도발이었다. 더 이상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있어서는 안 되며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8.8 개각에서 천안함 3총사(국방, 통일, 외교장관)를 유임시켜 향후 큰 이변이 없는 한 미국과의 공조를 통한 대북 강공책은 지속할 의지를 다시 확인한 바 있다.

그는 이날 통일 방안과 함께 자본주의체제와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그가 말하는 통일은 결국 남한 주도의 통일이라는 틀로 좁혀진다. 그렇다면 그것은 7.4공동선언에서부터 시작된 남북간 평화통일 이정표와는 거리가 멀다. 이날 이 대통령의 통일방안은 '비핵.개방.3000'의 연장에 불과하다. 이런 점을 살피면 그가 말한 ‘통일세’는 ‘무력 승공 통일세’가 더 적절한 말이 아닌가?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강제병합 100주년 담화에 대해서는 "최근 일본 정부는 총리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민을 향해, 한국민의 뜻에 반한 식민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하였다"면서 "저는 이것을 일본의 진일보한 노력으로 평가 한다"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간 총리의 담화 한계를 외면한 것이다. 간 총리의 한반도 병합관련 발언은 일본의 강제침략을 인정치 않고 독도 영유권도 여전히 주장하는 침략적 논리를 그대로 온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이 1945년 연합군에 항복한 이후에도 한반도 침략의 불법성을 인정치 않는 것은 독도영유권의 계속 주장, 악의적인 일본사회 교과서 독도 기술 지속 등을 통해 어느 날엔가 다시 한반도 침략을 지속하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이런 일본의 침략자적 태도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진일보한 노력이라고 호의적 평가를 하면서, 북한이 천암함 사고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완전 귀를 막은 채 한반도 긴장의 파고를 계속 높게 유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대통령은 또 집권후반기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하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한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다. 앞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공정한 사회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토대로 한 살맛나는 사회의 형태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의 주인으로서 향후 이런 방향으로 정책과 인사를 추진한다면 정말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가 집권기간 절반 동안 밀어부친 정책과 인사는 공정한 사회에 역주행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의 집권 2년 반 동안 민주주의, 인권보장은 후퇴하고 남북관계는 완전 파탄상태다. 이 대통령은 광우병 쇠고기 졸속 수입 결정과 촛불 사태 발생, 세종시 수정 및 4대강 사업 강행, 언론악법 강행 추진, 고소영 인사 등으로 국민을 업수히 여기는 독선과 오만의 정치를 지속했다.

이명박 정권은 6.2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지만 7.28 재보선에서 일부 여당 후보가 선전한 것을 기화로 기본적 자질도 갖추지 못한 국무위원들을 유임시키거나 위장전입 범법자의 고위공직 추천, 전직 대통령과 천안함 사고 피해가족들에게 입에 답지 못할 독설을 퍼부은 인사의 중책 기용 방침 등을 밝힌 바 있다. 그가 취임한 이래 과거 정권에서 임용된 인사들을 대거 불법 축출해 사법적 심판을 받았지만 청와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 정부의 수반이 공정한 사회를 언급하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앞으로도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과 생활공감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또한 매우 생뚱맞다. 현재 경제지표는 호전되었다지만 서민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고 전망은 불투명하다. 청년실업은 더욱 악화되고 있고 적령기의 청춘 남녀가 경제적 어려움 등을 걱정해 결혼을 외면하거나 출산율이 세계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참상이 전개되고 있다.

현 정권은 극히 최근까지도 재벌들에 대한 온갖 특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다가 갑자기 중소기업 보호, 친 서민 정책을 입을 모아 거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정부의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정부정책의 방향 전환은 제도와 정책을 통해 구조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윗 칼럼은 <미디어오늘>에 이미 게재내용을 전재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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