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미디어오늘> 고승우 논설실장이 쓴 글을 재게재 한 것입니다. /광주인

[대통령과 민주주의 61] 외교, 국방 장관 편 가르기 발언은 의도된 정치 공작?

정전협정 57년을 맞는 날 천안함 사고의 여진이 쓰나미가 되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동해상에서는 미국 최첨단 무기들이 총동원된 전쟁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쟁 게임은 천안함 사고가 북한 책임이고 그에 대한 가상의 응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부 언론은 미국 스텔스기가 1시간 이내에 북한 핵심부를 공격할 수 있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전쟁 게임의 일부분을 소상히 소개한다. 이들 언론은 동해상에서의 한미 해군 합동훈련을 미국의 군사전문지 성조지처럼 보도하고 있다. ‘미국, 우리 편 잘한다’고 박수갈채를 열렬히 보내는 모습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고의 진실 규명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동해상의 전쟁 게임은 그 모습이 일그러진다.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여러 가지 의혹과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민관합동 조사단의 결과 중 일부가 허위로 드러나면서 유엔 등의 국제회의에서는 그 공격 주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공식 규정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천안함 사고원인을 단독 조사한 러시아의 조사결과다.

합조단 발표와 배치되는 러시아 조사 결과

러시아 정부 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은 북한 어뢰 공격 때문이 아니라 기뢰 폭발에 의한 것이며 △ ‘1번 어뢰’도 6개월 이상 수중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등 한국 정부 결론을 정면 부정하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 보고서는 한국측의 증거 조작 가능성도 언급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천안함 조사결과를 미국과 중국에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모든 국민이 궁금해 하는 일련의 러시아 태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 러시아 관영통신 리아 노보스티가 24일 온라인판에 게재한 천안함 조사결과에 관한 기사. ⓒ<미디어오늘> 발췌

러시아가 천안함 조사를 마친 뒤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 대통령도 얼마 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 측의 조사결과가 진실이라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국내외적으로 불어 닥칠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한다.

러시아의 조사 결과는 외국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어 국제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가 천안함의 사고원인 조사결과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러시아에 공식 항의하고 나무랐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반대로 화살을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에게 돌리는 황당한 짓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 국방 장관은 천안함 사고에 대한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국민을 나무라는 발언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공직자의 기본도 안 갖춘 것 같은 장관들의 발언 속에는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면서 국민간 갈등을 유발하려는 정치 공작적 의도가 짙게 묻어난다. 청와대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국무위원들의 발언에 대해 침묵한다. 그러면서 향후 개각에 두 장관이 유임될 것이란 전망이 보도된다.

천안함 사고의 근본적 원인의 하나는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전협정은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정전협정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을 제 4 조 60항에 다음과 같이 명기했다.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군사사령관은 쌍방의 관계 각국 정부에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후 삼(3)개월 내에 각기 대표를 파견하여 쌍방의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대의 철거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이에 건의한다.”

'3개월'이 '57년 '된 정전협정

그러나 그 3개월은 57년으로 연장되었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정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동해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엄청난 항의와 반발 속에 대규모 한미 해군합동훈련이 일본 자위대의 참관아래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한다. 한반도 위기 상황 지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6.15공동선언, 10.4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해 남북한이 노력한 결과물의 일부다. 이명박 정부가 두 선언을 원천 부정한 것은 바로 평화협정 추진 가능성을 더 희박하게 만든 것과 같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 주장을 앞세우면서 평화협정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 미국이 6자회담 진전을 계속 가로막는 제국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한반도를 현재의 정전상태로 존속시키는 것이 미국 국익에 최선이라는 결론에 따른 것이란 의혹을 자초한다. 

한미 두 나라가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한 국내외의 문제제기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 책임론에 대못을 박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금년 내내 실시키로 한 것이나, 이명박 정부의 외교, 국방장관이 국민을 좌우로 편 가르기 하는 선동적 발언을 하는 것은 한반도의 불행한 미래를 상징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해를 손바닥으로 가리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잘못된 것은 언젠가 그 진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천안함의 진상은 가까운 시일 안에 확인될 것이고, 그에 따라 한반도 평화협정 추진이 가속화될 개연성은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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