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파업현장] 미디어오늘,  보도
패러디 '남보원' "실컷취재 해놨더니 신문보고 다고치냐"


총파업 보름째를 맞은 KBS 새 노조 조합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파업메시지를 알리고 있다.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 여러 직종의 종사자들이 파업의 의미를 다양한 영상으로 시민들에 알리고, 여러 예능인들이 공연을 펼쳤다고 <미디어오늘>이 16일자에 보도 했다. 

"KBS 구성원들이 마치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고 여기리라 생각돼"('조PD와 정슬기'의 조PD)
"언론의 주인은 국민이지, 사주나 정부가 아니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싸워나가시길"('언니네 이발관' 보컬 이석원)


<미디어오늘>은 이날 보도에서 공정성 회복이 담긴 단체협약 체결을 목표로 전면 총파업 보름째를 맞은 KBS 새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파업메시지를 알리고 있다.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 여러 직종의 종사자들이 파업의 의미를 다양한 영상으로 시민들에 알렸고, 여러 예능인들이 격려 공연을 펼쳤다고 전했다.

아래는 <미디어오늘> 보도 전문.
KBS 새노조가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개최한 '제2차 시민과 함께하는 KBS 개념 탑재의 밤'(사회 이형걸 아나운서, 우현경 PD)에서 KBS 조합원과 언론노조 관계자를 포함해 2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뜨겁게 치러졌다. 지난 2008년 6월 이후 근 2년 여 만에 이 장소에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열린 문화제에서는 예능인들의 파업에 대한 이해와 지지가 잇달았다.

▲ 15일 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KBS 새노조의 '시민들과 함께하는 2차 KBS 개념탑재의 밤' 문화제에서 격려공연을 하고 있는 '조PD와 정슬기' ⓒ이치열 <미디어오늘>기자

대중음악가수 '조PD와 정슬기'의 조PD는 노래공연을 하던 도중 "오늘 트위터에 KBS 파업집회 공연하러 간다고 올렸더니 많은 시민들이 '응원하고 있다'고 전해달라고 했다"며 "처음엔 (KBS 파업이) 임금 파업인지 개념파업인지 몰랐으나 그러나 얼마전 <추적60분>과 인터뷰 하면서 얘기를 나누다 알게 됐다"고 소개했다. 조 PD는 KBS 조합원들에 대해 "많은 고민과 고심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며 이렇게 안타까워했다.

"마치 개구리를 물 속에 넣고 온도를 서서히 올려 (끓여) 죽이는 과정처럼 (여러분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고 여기리라 생각한다."

조 PD는 여러분들이 파업의 가치에 대해 좀더 알려주셨으면 한다"며 "내가 오늘 참석한 것이 많은 사람들이 KBS 파업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PD는 이밖에 '보란 듯이' '친구여' 등 두 곡의 노래와 댄스 공연을 해 무거운 집회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이밖에 국내 모던락그룹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 이석원은 이번 파업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오늘 5시부터 리허설하고 죽 지켜봤는데, 지금 기분이 그렇게 좋진 않다. 서기 2010년 한 나라의 대표 공영방송의 대문 앞에서 원했던 자리도 아닌 이런 자리로 밀려난 게 안타깝고 화가 난다. 언론의 주인은 국민이지, 사주나 정부가 아니다. 그런데 (권력자들이) 반대로 생각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여러분은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싸워나가시길 바란다. 여러분이 싸우다 불러주면 언제든 달려오겠다."

그는 "자기가 평생 해야 해놓은 일이 헛되이 되게 만드는 분을 보면 화가 날 것"이라고 격려했다. 언니네 이발관은 '뜸드 뜸드' '인생은 그늘' 등 독특한 모던락풍의 노래를 불렀다.

이와 함께 KBS 새 노조는 <추적6분> <KBS파업뉴스9> 등 기자 PD들이 제작한 패러디물을 상영해 관심을 끌었다.

이날 밤 9시 KBS <뉴스9>가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시작한 <파업뉴스9>(패러디)는 정창화 류란 기자가 앵커를 맡아 진행했다. 패러디 뉴스9의 톱뉴스는 김미화씨의 블랙리스트 외에 다른 리스트가 KBS에 존재한다는 것으로, 출연못하게 하는 명단이 아닌 불필요하게 많이 출연시키는 리스트였다.

리스트의 첫 번째 인사는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336회 KBS <뉴스9>에 등장한 이명박 대통령이었으며, 두 번째는 이 대통령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김인규 KBS 사장이었다. KBS 새노조 파업뉴스팀은 "항간에 KBS 뉴스는 이명박으로 시작해 김인규로 끝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이밖에 친이계 실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KBS 출연은 예능과 시사를 넘나들 정도로 잦은 출연을 했고, 전두환 사위(윤상현 한나라당 의원) 등도 리스트에 꼽혔다.

▲ KBS 새노조 총파업뉴스를 진행중인 정창화(왼쪽), 류란 조합원. ⓒ 이치열 <미디어오늘> 기자 truth710@

<파업뉴스9>에서는 KBS 2TV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를 패러디한 '새노조 인권보장위원회'(새보원)의 기자회견도 눈길을 끌었다. 보도국 기자들로 구성된 새보원은 "KBS 기자들이 취재현장서 억압을 받고 있다고 한다"며 '실컷취재 해왔더니 신문보고 다고치냐'고 구호를 외쳤다. 또한 이들은 "KBS 보도국 간부 여러분, 지금 조중동 인터넷 보고 계십니까"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부 조지는 것 발제했더니 '얘기가 약한데', 다른 걸 찾아보면 이것도 '얘기가 약한데', (정부비판 기사가) 9시뉴스 큐시트에서 막 사라집니다. (물어보면) '아침뉴스에 나갔는데'. 나 아침에 6시 못일어난단 말이야, 어떻게해 어떻게해...우리 인간적으로 청와대 있는 친구가 (9시뉴스에) 나간다고 테이프 뺏어가진 맙시다. 괜히 정부 조지는 아이템 냈어, 괜히 냈어, 나이제 어떻게 살아? (뚝!) '청와대 홍보수석'!"

이밖에도 KBS 새노조는 아나운서들이 만든 김인규와 이명박 대통령을 패러디한 영상물을 상영했고, 수준급 노래실력을 보여준 '파업장기화와 몰골들(KBS 라디오 PD들로 구성)'의 공연도 이뤄졌다.

▲ 15일 KBS 앞에서 열린 KBS 새노조 파업 시민문화제에서 KBS 기자들이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를 패러디한 '새노조인권보장위원회'를 열연하고 있다. ⓒ이치열 <미디어오늘> 기자 truth710@

한편, 이날 KBS 새노조 파업투쟁의 독려를 위해 참석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10년동안 한 명도 없었던 해직 언론인이 2년간 10명이 넘어서는 이명박 정권의 와중에 우리는 꿈을 꾸고 있다"며 "빈부, 지역, 성별, 노소 등 모든 차이를 떠나 누구나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방송, 힘센 이에게 농락당하지 않고, 돈 많은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는 방송이 바로 우리의 꿈"이라고 역설했다.

최 위원장은 "또한 모든 외압을 다 막아줄데니 맘놓고 만들어보라는 사장이 있기를 꿈꾼다. 그런데 (현재 정권과 KBS 사장은) '그런 방송은 없다, 있을 수 없다'고 한다"면서도 "(KBS 새노조의 파업 등을 보며) 그런 방송을 만들 수 있는 희망을 봤다. 꿈이 아닐 가능성을 봤고, 시민 여러분이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 KBS 아나운서 조합원들이 15일 열린 KBS 새노조 파업 시민문화제에서 자신들이 제작한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미디어오늘>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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