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 김미화.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경찰 생방송 스튜디오 찾아와 "채수창 인터뷰질문지 내놓으라" 요구

한국방송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방송인 김미화씨가 진행 중인 문화방송 프로그램 대본을 경찰이 스튜디오까지 들어와 사찰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방송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방송인 김미화씨가 진행 중인 문화방송 프로그램 대본을 경찰이 스튜디오까지 들어와 사찰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9일자 보도에서 "김씨와 관련해 경찰이 김씨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방송대본을 요구하며 생방송 직전 스튜디오 부조정실까지 들어온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 구성원들은 생방송 스튜디오에 직접 들어와 인터뷰 대본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과거 군사정부에서도 없었던 충격적인 일이라며 공개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래는 미디어오늘 보도 전문.

6일 MBC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당시 경찰 수뇌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한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을 전화 인터뷰하기로 예정된 상황에서, 생방송 시작 10분 전(오후 5시55분께) 서울 경찰청 정보2분실 소속 박아무개 경위(MBC 담당)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박 경위가 통화에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이날 방송에 "채수창 서장이 출연하느냐" "언제 나오느냐"고 묻자 제작진인 김아무개 PD는 "왜 그러느냐, 생방송 준비로 정신이 없다, 핸드폰 번호를 주면 연락하겠다"고 말한 뒤 담당부장에 보고를 했다.

김 PD가 생방송이 진행될 5스튜디오 부조(부조정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도착해있던 박 경위는 "채 서장 인터뷰 대본을 보러왔다"며 다시 인터뷰 질문지 제출을 요구했다. 김 PD는 "심의실에서도 인터뷰 질문지를 미리 보는 경우가 없다"고 거절한 뒤 박 경위를 내보냈다.

이와 관련해 MBC 라디오 PD들은 9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고, 서울청 정보관리부장과 박 경위 등이 MBC를 방문해 라디오본부장과 면담을 했다. 서경주 MBC 라디오본부장은 면담자리에서 "언론기관에 들어와 생방송 질문지를 보자고 한 것은 중대하고 엄중한 사건으로, 총리실 민간인 사찰에 비견될 일"이라며 "회피하거나 무마하고자하면 악화될 것이니 서울청장이 공개적 공식적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스튜디오까지 간 것은 잘못된 일로 사과한다"면서도 "하지만 사찰이나 사전 검열은 아니다. 알고 싶은 내용이 있어 찾아갔으나 무리한 점이 있다"고 설명한 뒤 돌아갔다고 MBC 노조는 전했다.

경찰은 MBC 라디오 PD들이 이날 아침부터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책임자를 MBC에 보내 해당 PD에 사과하려 했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해 라디오본부장과만 면담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라디오 PD들은 이 같은 일과 관련해 △서울청장이 국민앞에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공개 사과하며 △일개 경찰 기관원의 독자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닌 만큼 지시한 자를 찾아내 문책해야 하고 △방송사 사찰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안주식 언론노조 MBC본부 편성제작부문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생방송 5분 전이면 엉망인 상황에서, 경찰이 사무실에 찾아오거나 전화만도 문제일 텐데, 스튜디오 현장을 직접 찾아와 질문지를 요구한 것은 엄중하고 황당한 일"이라며 "단순히 경위 개인의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며, 누구의 지시가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박아무개 경위와 여러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미디어오늘>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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