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민주주의] 56. 60년 동안 지속된 정전협정의 교훈

아래 칼럼은 <미디어오늘> 고승우 논설실장(konews80@hanmail.net)의 '대통령과 민주주의' 연속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6.25 한국전쟁 60주년이다. 전쟁 도발은 어떤 상황에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회갑을 맞은 한반도의 비극에서 확인되는 교훈이다. 한반도 문제는 반드시 전쟁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월드컵 축구로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로 통일된 상황에서 맞는 6.25다. 남북이 각각 별도의 팀으로 출전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남북 단일팀이 출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남북의 냉각관계를 반영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월드컵의 열기와 관계없이 남북 당국 간 관계는 지난 십여 년 이래 최악이다.

남측 국방부가 6.25와 관련해 내걸은 표어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잊는 순간 되풀이 됩니다.”이다. 주요 TV 방송사에서는 팔다리가 찢겨나가고 피가 낭자한 6.25 전쟁드라마를 쏟아낸다. 수구언론의 일부 논조는 살기등등하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보복과 응징의 논리가 북측을 향해 쏟아진다.

천안함 사고가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아래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언급되고 군과 국방부에서 전면전 비화 가능성을 일상적으로 언급하던 위기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맞은 6.25 60주년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한 남측 정부의 발표에 대해 국내외에서 문제제기가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측에 군사적 대응의 결의를 다지는 것은 어색하다.

어색한 것은 이뿐 아니다. 60년간 지속된 정전상태가 어떻게 끝나야 하는지, 평화협정만이 전쟁의 가능성을 극소화시킬 수 있는 장치라는 것에 대해서 남측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잠정적 조치로 정전협정 당사국이나 유관국은 오래전에 정전 상태를 종식시켜야 했으나 그에 대한 성찰이 없다.

남측 정부는 정전협정의 당사국인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같은 민족의 반쪽인 북측과는 전쟁 일보직전의 적개심을 감추지 않는다. 세계 전쟁사에서 확인되듯 모든 국가에서 정전협정은 대부분 10년 안에 평화협정으로 교체되었다. 하지만 미국과 남측 정부는 평화협정 말만 나와도 치를 떨며 격렬한 반대의사를 표한다. 중국도 침묵하는 편이다. 남측 제도언론 등은 언제부터인가 이에 대해 의문조차 제기하지 않는다.

6.25보다 2년 전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의 위력 탓인가, 남북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식의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남북의 평화통일을 상상하는 노력과 기발한 아이디어 경쟁이 중단된 현실이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비뚤어진 현실이다. 이런 부조리에 대한 개탄과 개선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북한은 천안함 도발사태에 대해 분명하고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 사과하고 국제사회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6.25 전쟁 60주년 행사' 기념사에서 거듭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하면서 "(북한은) 더 이상의 무모한 군사도발을 중지하고 7천만 민족이 다 함께 사는 길로 나와야 한다. 이를 통해 조속히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회복하고 한민족의 공동번영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천안함 사고가 북한 소행이라고 주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천안함 사고원인 발표에 대해 국내외에서 문제 제기가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통령의 주장이 날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우선 감사원과 국방부, 군간에도 천안함 감사 결과를 놓고 청와대의 방치 속에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국방부와 군에서는 군의 명예가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훼손됐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감사원장도 이에 응수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세금을 낭비하는 부적절한 당국의 모습이지만 행정수반인 대통령조차 무반응이다.

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사고원인 발표와 유엔안보리 회부에 대해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하고 있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문제제기와 의혹이 그치지 않는다. 더욱이 국방부와 군의 발표와 달리 천안함 생존자 58명이 사고 당시 "물기둥-섬광-화염을 못 봤다"고 진술하고 국방부가 극구 부인한 '251쪽짜리 천안함 보고서'를 주한미대사관이 한국정부로부터 제출 받았다고 밝히는 등 군의 거짓말이 지속적으로 폭로되고 있다.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한 군의 발표, 주장에 대한 신빙성이 나날이 추락하는 모습이다. 특히 북측의 강력한 부인과 반발, 진상조사 요구에도 불구하고 남측이 여전히 북한 소행론을 강조하는 것은 ‘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남북 간 불신의 벽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6.25전쟁을 누가 먼저 일으켰느냐 하는 논란은 아직도 지속중이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북측의 침공을 알리는 문서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지속된다. 60년 전 발발한 전쟁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한 논란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남북 간의 갈등과 반목을 재생산하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근절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남북은 이미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통해 평화와 안전을 한반도에 정착시킬 이정표를 제시했다. 남북이 국제사회를 무대로 으르렁대는 것은 한민족의 위상을 부정적인 것으로 스스로 낙인찍는 행위다. 남북은 당장 6.15공동선언, 10.4선언 실천에 앞장서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에 즉각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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