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홍보 지나치다" vs "정치적 논의 말고 이론적 접근을"

"KBS는 현재처럼 수신료 수입이 전체 재원의 40% 내외였던 2001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영향력 1위를 차지했고 2003년 말 신뢰도 1위에 오른 뒤 2008년 6월까지 5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사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KBS는 이병순 전 사장 취임 1년 뒤인 2009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뢰도 1위 자리를 MBC와 한겨레에 내주었다. 4개 기관의 여론조사 중 2개 기관의 조사에서는 3위로 급락하기까지 했다.

이병순 전 사장 취임 1년 만에 지난 5년 동안 쌓은 아성이 무너진 것이다. KBS가 수신료 현실화의 논거로 '가장 신뢰받는 공영방송'을 내세운다면 이런 극적 반전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답하고 그 의미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KBS 수신료 인상을 놓고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의 반대운동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토론회가 열려 각 쟁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KBS  수신료를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5당의 23일 오후 관련 토론회에서 나온 쟁점들을 정리하여 24일 보도 했다. 

참석자들은 공영방송 역할과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지금으로선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이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수신료 인상은 단지 돈 몇 푼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적·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뒤 제도 개선을 통해 추진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고 <미디어오늘>이 전했다. 

아래는 <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 전재.

▷실태가 어떻기에…"과거 비해 정권홍보 지나치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뒤 이병순·김인규 사장 체제의 KBS 프로그램들을 모니터해 이를 종적·횡적으로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즉 2008년 9월 이후 KBS 메인뉴스를 같은 시기 MBC SBS 보도와 견줘보고, 이를 참여정부 시절 당시 KBS 보도와 대본 결과 보도·비보도를 막론하고 지금 KBS의 "친정부적 행태"가 가장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예컨대 MBC SBS가 단신으로 전달한 '대통령의 기내 생일파티'는, 같은 날 KBS에서 <새 각오로 헌신>(2009년 12월19일)이란 제목과 함께 자세히 보도됐다. 어린이날 대통령 동정보도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는 게 김 사무처장의 진단이다.

지난 2003년 <'안전원년' 선포>란 리포트 외 대통령 동정이 별도 꼭지로 보도된 사례가 없었고 보도된 것 역시 스케치보도 마지막에 청와대가 아이들을 초대했다는 소식이 짧게 언급된 정도였는데, 최근 2년 사이 <전용기 탄 꼬마손님>(2010년 5월5일)처럼 대통령의 자상한 모습을 부각하는 리포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KBS는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홍보 또는 미화하고 정부발표는 단순 전달하거나 치적을 부각해 비판적 접근과 심층분석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또 정부에 불리한 의제는 외면하면서 유리한 의제는 부각하는 방식이 동원됐다. 6·2 지방선거 기간 무상급식, 4대강사업, 세종시 문제 등 국민적 관심사를 외면한 게 그 사례다.

▷수신료 인상과 공영성 강화…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그렇다면 공영성 강화를 전제한 뒤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KBS 주장처럼 수신료 인상이 공영성을 추동할 수 있을까? 이 문제와 관련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수신료 인상이 KBS의 현 조건과 관련이 있는가 여부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수신료는 TV 시청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라 수상기를 소지한 시청자들이 공영방송 운영재원을 분담토론 하는 준조세 성격의 특별부담금이어서 원칙적으론 수신료 납부와 KBS 시청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수신료의 최대 수혜기관이 KBS고, 수신료의 본질적 의미는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재원이 투입되기 적합한지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먼저 KBS가 제시한 공영성 강화 방안들이 꼭 수신료 인상을 통해 성취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사회 공헌 및 약자 배려, 재난 재해 방송 강화, 지역문화 발전 등은 수신료 인상과 무관하게 국가기간방송으로서 KBS가 추구해야할 소임이라는 설명이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방안 역시, 전 정부 인사를 임기 중 해임한 뒤 현 정부 인사를 선임하고 이를 문제삼는 언론인들을 징계한 일련의 '정치화'가 과연 수신료 수입이 적어서 발생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부딪힌다. KBS가 공들여 쌓은 정치적 독립과 이에 기반한 신뢰도를 무너뜨린 다음 수신료 인상을 통해 권력에서 독립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진정성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덧붙여 수신료 인상과 연계돼 추진 중인 조직·인력 개편은 KBS가 엄연한 언론사라는 점에 비춰볼 때 종사자들의 자기검열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또 KBS 수신료 인상안엔 금액 산출만 있을 뿐 수신료 결정 과정에 권력기관이 관여하는 것을 막는 제도 개선이 명시되지 않아 수신료를 제도가 아닌 한갓 금액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천박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 KBS "정치적 논의 말고 이론적·생산적 논의를"

이에 대해 김대식 박사(KBS 수신료프로젝트팀)는 수신료 인상이 어떤 형태로든 숙의와 조정을 거치고 각 과정들 역시 외부에 노출되는 데도 결정과정이 매우 정치적인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KBS가 인상안을 내면 이사회,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회를 거쳐야 하고 각 과정엔 여야 인사들이 심의 의결하게 돼 있어 자연스레 논의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치적 독립을 전제로 수신료 인상을 얘기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했다. 그 자체로 정치적 주장인 까닭이다. 김 박사는 "참여정부 시절 수신료 인상이 좌절된 것도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당신들은 정치적이니까 못 준다'는 논리라면 정권이 바뀐 뒤 또다시 같은 문제에 부딪칠 것"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재원의 안정적 확보가 해당 방송사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게 이론적으로 증명된 것인 만큼 이에 따라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답게 기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논의하는 게 생산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영방송답게 기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정착시킬 수 있는지, 제도화 할 방안이 무엇인지 차라리 그것을 KBS에 요구하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그러나 언론단체에서 문제삼고 있는 보도의 공정성 시비에 대해서는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라며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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