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창] 술이 무슨 죄? 고위 공직자라면 깨어있고 외롭게 살 각오하라  뉴스검색 제공제외

한국사회에서 술을 못마시거나 안마시면 ‘사회생활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특히 폭탄주는 인간관계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며 그 효용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가 ‘꾼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이다.

내가 기자시절에 만났던 공보관, 고위공직자들 대부분은 소위 ‘두주불사(斗酒不辭)’형이었다. 술을 마셔도 너무 많이 마신다고 할 정도로 술고래급이었다. 학회를 마치면 교수들이 마시는 술의 양도 만만치않았다. 검사, 변호사들의 술도 내눈에는 무서울 정도로 마셔댔다. 하나같이 폭탄주로 별의 별 방법이 동원됐다.

술하면 아스라한 군시절이 생각난다. 술은 성공한 자, 잘나가는 자에게는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삼수한 후 원치않았던 대학에 들어갔다 바로 군에 끌려간 상황에서 자신을 비관했던 나는 당연히 술을 거부했다. 당돌한 이등병의 대응에 고참은 매우 놀란 표정으로 내무반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이렇게 얘기했다.

“야, 희한한 놈 하나 들어왔다. 하늘같은 고참이 주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한다.”

반합 뚜껑에 막걸리를 철철 넘치게 따르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맞고 마실래 안맞고 마실래?”

그의 표정은 처음 장난기에서 이미 험악하게 바뀌고 있었다. 내 머릿속은 온갖 상념으로 혼란스러웠다.

“나 자신 스스로 술마실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그동안 금주해왔는데, 이 원칙이 군대라는 이유로 무너질 수 없다. 여기서 무너지기 시작하면 앞으로는 계속 술을 마셔야 할 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간단하게 다시 똑같은 대답을 했다.

“못마시겠습니다.”

바로 따귀를 맞으며 밟혔다. 입을 억지로 벌리려 했지만 나도 오기가 발동해서 입을 열지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맞았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다. 다만 그 사건이후 “저놈에게 다시는 술 주지말라”는 엄명이 떨어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기자시절, 아파트 동대표 시절, 교수시절에도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것은 ‘폭탄주’가 매우 일반화돼 있으며 이것이 순기능하는 측면이 있지만 역기능이 너무 심했다. 술은 각 자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주제넘게 나설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폭탄주를 마시고 스스로 통제불능 상태로 가서는 안될 사람, 함께 폭탄주를 주고받아서는 안될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해서 우리 사회 너무 많은 폐해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조직의 장이 ‘폭탄주’를 좋아하는 경우 직원회식문화의 폭탄주화는 막을 길이 없다.

‘스폰서 검사’들의 문제도 ‘폭탄주’가 출발점이다. ‘성접대’ ‘대가성’운운 웃기는 소리다. 법을 집행하는 최고 수사지휘자 검사들이 일부라도 폭탄주에 휘청거리면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검사들 술마시는 것 보라. ‘폭탄주를 검찰에서 창설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들 마셔댄다.

천안함 사건이 났을 때 ‘합참의장은 만취상태였다’고 한다. 한겨레는 감사원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상의 합참의장이 계룡대 합동성 토론회 뒤 저녁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 등 술을 10잔 가량 마신 사실을 폐쇄회로티브이(CCTV)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함참의장이 어떤 자리인가. 폭탄주 10잔 마셔도 ‘끄떡없을지’ 나는 알 수 없다.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직위의 책임이 무거울수록 ‘깨어있고 때론 외롭게 살 각오’가 돼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죄꼬리만한 권력만 있어도 주변에 날파리들은 들끓는 법이다. 폭탄주와 성접대는 자동으로 따라온다. 권력자 앞에 폭탄주 상납하려고 줄을 선다. 국민이 믿고 맡긴 권한은 가볍게 잊혀진다. 고위공직자, 책임은 멀고 폭탄주는 가깝다.

꼭 사고가 난 뒤에 ‘거짓말하고 조작하고’ 폭탄주 추방 퍼포먼스 하고...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곳곳에서 폭탄주 비밀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즐기는 폭탄주와 공직자들의 폭탄주 행태에는 좀 차이가 있어야 하지않을까. 폭탄주 로비로 성공한 승진, 폭탄주로 망하는 것은 필연의 법칙 이다. 우리 사회에 폭탄주를 추방하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질 것이다. 특히 고위직, 특수직들의 폭탄주 사랑은 자신을 무너뜨리고 우리 사회를 후진화 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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