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워치]한국언론 보도, 선입견 갖게 만들어 뉴스검색 제공제외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 중인 다국적 합동조사단이 오는 20일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미국 상원의 ‘천안함 결의안’ 소식이 들린다. 이 뉴스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천안함 사고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는 연합뉴스 기사와 동시에 나와 미국 의회도 북한 소행으로 결론을 냈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러나 미 상원 결의안을 찬찬히 뜯어보면 천안함 사고원인이 북한이라는 내용은 없다.

그 결의안은 천안함 사고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이미 내려진 유엔의 대북 제재조치가 이행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때가 때인 만큼 그냥 지나치기 힘든 미 상원의 행동이다. 미 상원도 천안함 사고 원인이 북한이라는 ‘착각’과 ‘오해’를 유발하는데 일조한 것이다. 천안함 사고원인이 북한이라고 몰아가는 이명박 정부와 수구세력의 합동작전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주의를 당부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미 상원이 움직임은 예삿 일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이 한국 정부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구나 하는 선입견을 갖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

▲ 연합뉴스의 5월15일자 보도.

그러나 이번 사고는 국제법상 영구미제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사히(朝日)> 신문의 15일 보도에서 그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이 신문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중인 국제 민.군 합동조사단은 '어뢰에 의한 침몰'로 결론을 내리지만 북한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명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어뢰의 생산국, 그 발사 주체가 규명되지 않으면 이 사고는 미스테리 대형 참사의 하나로 남게 된다. 선진화를 외치던 이명박 정부가 국방관련해서 국제적으로 군사적 자위력이 없는 한국이란 오명을 자초한 것이다.

이 사고가 국제적으로 영구미제가 된다 해도 국내 정치에는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무관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희생된 장병들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하고 ‘단호한 대응’을 수도 없이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와 조사단은 ‘외부 원인’으로 사고 원인을 좁혀놓았으며 폭발물의 흔적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흘렸다.

이 대통령이 취한 일련의 천안함 관련 언행은 그가 사고 원인에 대한 정보를 초기부터 알고 있었으며 조사 등의 절차는 요식행위였다는 것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대통령이 자신과 극소수만이 사고에 대한 결론을 파악했으면서도 국민을 상대로 두 달 가까이 모르는 척 하면서 의도된 방향, 즉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쪽으로 여론을 조종한 것은 중대한 문제다. 이는 국민의 머슴다운 정상적인 정치적 태도가 아니다.

미국은 천안함 사고 초기 북한 개입 증거가 없다는 식이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과 한 편이라는 식의 태도를 바꾸는 모습으로 비친다. 천안함에 대한 한국 집권 세력의 비과학적이고 비국제법적인 태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미국의 상원의 결의안은 자칫 동북아가 한미, 북중으로 더 깊이 나눠지는 쪽으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천안함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다국적 합동조사단 발표이후 클린턴 미국무장관 내한,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등이 예고되고 있다. 외교 라인은 북한의 소행을 전제로 미국, 중국,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활발히 전개 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수구언론은 오래전부터 북한 응징론을 합창하고 있다. 이달 말이면 6.2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닥친 시점이다. 천안함 비극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뻔히 내다보인다. 지금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제1 요인이 천안함이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고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기 위해 외교적 손실을 감수할 정도의 맹목성을 이미 보인 바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중국 정부에 외교적 관행을 완전히 깨는 식으로 항의하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 그 사례의 하나다. 천안함 사고 원인이 미궁인 상태에서 근거 없이 혐의 대상으로 지목한 북한 최고 지도자의 중국 방문에 대해 주한 중국 대사를 국내 카메라 앞에서 추궁하는 식의 결례를 이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것은 국내 정치적 효과를 위해 외교까지 희생시키는 무모함을 선택한 것이라 보아야 한다.

천안함 사고가 국제, 국내용으로 나뉘어 이명박 정부에 이용되게 된 것은 수구언론의 적극적 협조만이 아니다. 야권의 무능과 무기력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야권은 천안함 사고에 대해 이렇다 할 문제제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보자. 이번 이 사고가 한미합동군사훈련 도중 일어났다면 미군 해군이 얼마나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지. 혹은 책임은 없는지 규명하는 작업을 해야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장병이 참변을 당한 비극으로 군에 자식을 보내야 할 부모나 젊은이들의 불안을 고려했다면 정부와 군의 일방적인 정보 독점과 의제 설정을 야권이 방치하는 것은 부적절했다.

이 대통령이 사고 원인 조사 중인데도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한 사실, 군이 사고원인이 외부라면서 단호한 대처 등을 외치면서도 정작 국방태세 미비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것에 대해서 말을 아끼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필요했다. 천안함 관련해서는 야권은 거의 실종상태였다. 이런 모습을 외국에서도 놓칠리 없다. 미국 상원이 이명박 정부를 적극 지원하는 식의 결의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야권은 깊이 자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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