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선거 이끌어야 할 주체들이 불법 묵인, 탈법방조
지방선거 앞두고 천안함 호재 삼아 총체적 여론몰이


이명박 정부와 일부 언론이 오는 6월2일 제5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침몰 사건을 여권에 유리하게 활용하고자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선거를 공정하게 이끌어야 할 주체들이 불법을 묵인하고 탈법을 방조해 공정선거가 위협받고 있다.

북풍몰이 통해 안보정서 자극

천안함 침몰로 46명의 장병이 희생되자 정부와 일부 언론은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민군합동조사단은 버블제트에 의한 비접촉 수중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사실상 북한의 어뢰에 의한 공격으로 몰아갔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29일 천안함 희생장병 영결식에서 “국민에게 고통을 준 세력을 끝까지 찾아내서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면서 보복공격을 시사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대북 보복설은 안보정서를 자극시켜 보수층 결집을 유도하는 ‘북풍 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언론도 ‘북한 어뢰’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기사를 끼워 맞추려 하고 있다. 버블제트 폭발이라면 물기둥은 왜 발견되지 않았는지, 어뢰로 진단할 뚜렷한 물증은 발견되지 않는지 등 합리적 의문을 파헤치는 언론은 거의 없다. 서울신문은 3일자 1면에 <미 “북 어뢰공격 가능성 99%”>라는 기사를 실었지만, ‘99% 북 어뢰’ 주장을 입증할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통령 주재 ‘전군지휘관 회의’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로 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현직 대통령이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건군 이래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전군의 주요 지휘관(장군)들을 모아 놓은 가운데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는 모습을 주요 방송 생중계로 내보내기로 했다.

전군 지휘관 회의주재를 지방선거를 겨냥한 ‘이미지 정치’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전쟁 때도 없던 일을 평시에 선택할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라면 소망교회 예배 직접 참석(4월4일) 등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대통령 행보는 의문이 남는다. 국군통수권자의 엄중한 인식과 어울리지 않는 개인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주재하고 여야 대표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구성하기로 한 천안함 국회특위는 아직도 구성되지 않고 있다”면서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고 국민적인 의혹이 해소돼야 안보태세가 확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방중’ 소설 쓰는 언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일 중국을 방문하자 언론은 천안함 사건과 연결짓고 소설에 가까운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3일자 3면에 <천안함으로 ‘코너 몰린 북’ 중국 손잡고 위기 탈출?>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3일자 38면 <“피고 김정일, 유죄”>라는 칼럼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살인교사 혐의로 역사의 법정에 기소한 가상 현실을 그렸다. 재판장은 “물증은 없지만, 그리고 피고는 부인하지만, 피고는 유죄”라며 “피고(김정일 위원장)는 대한민국과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배상하라. 그리하지 않으면 원고(이명박 대통령) 는 응징의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나온다. 김진 논설위원의 상상에 근거한 ‘소설’이다.

여당, 전교조 불법 공개…방조한 언론

법원이 불법으로 규정했던 전교조 조합원 명단공개를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행한 점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대놓고 법을 어기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관을 지낸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3일 “법원의 결정이 잘못됐으면 법이 정한 불복 절차에 따라서 이를 번복시켜야지 국회의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집단적으로 거부하고 나선다면 우리나라 법치 체계의 근간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언론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한겨레는 지난 1일자 1면에 <법치주의 훼손하는 여당 의원들>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경향신문은 3일자 8면에 <‘반전교조’ 결집 노린 판결불복 노골화>라는 기사를 통해 비판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의 행동을 비판하기는커녕 속보로 전하면서 불법행위를 사실상 묵인 방조한 언론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직접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교조는 한나라당 의원과 일부 언론이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전교조냐 반전교조냐’라는 거짓 프레임으로 이번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치러 보려는 집권세력의 출구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정책선거 방해하는 중앙선관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방선거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4대강 사업과 무상급식 등에 대해 찬반집회를 열거나 서명운동을 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 논란을 자초했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민의 정치적·사회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롭게 보장돼야 한다. 선거시기에는 오히려 정책토론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는 대대적인 4대강 사업 홍보전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형평성 논란이 일자 선관위는 뒤늦게 정부홍보 금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한 4대강 사업 홍보를 이어가는 등 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달 30일 “무상급식, 4대강 사업 등 주요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과 관련해 선관위 법 운용이 정책선거를 가로막는다는 일부 견해가 있지만 선관위 정책선거 실현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선관위는 3·15 부정선거에 대한 반성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상 독립기구로 규정한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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