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민주주의]45. 한반도 전체를 불행하게 할 수도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가 혼란스럽다. 이 대통령이 지난 해 하반기 이래 발휘한 여러 리더십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 평화시기의 리더십을,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소통을 중시해야 할 상황에서 위기 시대의 리더십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상황 판단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은 상황에 걸 맞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위기 상황 발생 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리더십을 앞세우는가 하면, 엉뚱한 리더십으로 정치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한반도 비핵화, 금강산 관광 지속 문제를 놓고 위기상황 리더십에 역주행하는 부적절한 태도를 취해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4대 강, 세종시 문제는 법 절차조차 무시하고 삽질부터 강행하는, 위기 상황에서나 나올법한 리더십을 앞세웠다. 그 결과 정권과 야당, 시민사회가 극한 대립 속으로 빠져들었다.

천안함 침몰의 경우 실종자 가족 등 많은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고 원인에 대해 이 대통령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군의 대처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여론과 동떨어진 리더십을 보여준다. 세계 5-6위의 군사대국이라 했는데 다국적 진상 조사단을 투입한다는 후진적 선택을 한다.

군은 천안함 인양 후 절단면의 공개 시 군사기밀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고민한다는데 미국, 영국 등의 다국적 조사단이 투입되어 사고원인을 규명한다는 것이다. 세금을 내는 국민이 알면 안 되는 기밀을 외국이 아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자주국방이라는 말에 비춰볼 때, 외국 조사단이 함정 사고 조사에 개입한다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수많은 장병이 실종된 상황에서 사고원인조차 자체적으로 규명치 못한다는 국치스런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해군 기밀사항은 전 세계의 공지 사항이 되는 것과 같다. 정부는 초등학생도 걱정할 시행착오를 연발하는 식이다. 이런 리더십은 수많은 의혹만을 부채질하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 문제 등에서 한반도가 정전 상태라는 특수성을 외면한 채 대처하고 있다. 그는 상대방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굴복을 요구하는 방식만을 고집, 위기 상황의 리더십과는 담을 쌓는 모습을 보인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태도는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도움을 줄지언정 남북간의 최소한도의 접촉 채널 유지와 대화 기회조차 스스로 봉쇄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것은 중장기적으로 보아 한반고 위기를 해소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위기를 방치 또는 악화시키는 리더십이다.

한반도 핵 위기는 미국과 북한과 풀어야 할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남측이 북측의 핵문제를 이유로 남북간 모든 교류협력 관계를 망가뜨리고 있지만 미국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연발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의 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대통령의 리더십은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청와대는 냉철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남북 교류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 없이 별도로 추진할 수 없다는 이 대통령의 비현실적인 대북 전략으로 금강산, 개성에 확보된 남북 교류 협력의 성과물이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북측이 지난 8일 금강산 관광 관련 부동산 동결 및 인원 추방조치를 선포한 것과 관련, 이명박 정부는 더 기다려보겠다는 태도만을 취한다. 금강산 문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벌써부터 예측된 것이었고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북측이 지금까지 취해온 언행에 미뤄 볼 때 그런 예측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이 금강산 관광 중단을 방치하는 것은 수천억 원을 현지에 투자한 국내 기업의 고통을 외면한 무책임한 태도다. 국내 기업은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뢰하고 금강산 등에 투자를 한 것인데 현 정권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 대통령이 기업의 위기를 외면하면서 정부 역할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하게 만드는 것은 기업 CEO 출신 대통령답지 않다.

금강산, 개성 등 두 지역은 세계가 박수갈채와 성원을 보낸 평화의 상징이었다. 이 대통령이 두 지역과 관련해 보여준 리더십은 기업과 기업간에 벌어지는 시장에서의 위기 상황이나 한 국가의 영토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대처에 걸 맞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에서 군사적 대치 상태가 최고인 지역에 필요한 위리 관리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남북 교류협력이 유지되려면 상대방의 인정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이 대통령의 남북 관련 리더십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오늘날의 사태를 자초한 것이다.

정치 리더는 현실 대처가 능수능란해야 한다. 위기의 순간에는 모두를 감탄케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고 중지를 모아야 할 때는 소통을 중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4대강, 세종시, 언론악법 등의 문제에서 소통을 철저히 외면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고집했다. 그는 여당조차 무시했다.

천안함, 한반도 문제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리더는 위기 상황을 잠재울 초인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궁금증, 의혹이 발생할 여지를 원천 봉쇄하는 탁월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고독한 결단을 해야 할 경우를 피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시행착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의 잘못된 리더십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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