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부산일보 상대 소송 기각'을 보고 뉴스검색 제공제외

지역신문이 보도로 인해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로 읽어야 한다. 비리가 아닌 보도로 인해 거액의 소송을 당할 때 언론사 내외의 압력과 회유는 지역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법이다.

부산일보가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1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겼지만 ‘천안함 정국 파문’속에 조용하게 지나갔다. 미디어 오늘의 “건보 부산일보 상대 '10억 소송' 기각”보도 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이종언 부장판사)는 '허위 기사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산일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한다.

소송의 대상이 된 보도는 ‘신이 내린 직장’ 공기업의 승진문제에 관한 사항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일보는 작년 7월9일자 '건보 무더기 승진이 공기업 선진화?'란 기사에서 "건보공단이 5급 직원 970명을 4급(과장)으로 대거 승진시켜 기형적인 인력구조를 만들어 연간 35억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더 부담하게 됐다"는 것이다.

건보의 무더기 승진이 과연 ‘공기업의 선진화’를 의미하느냐는 비판조의 기사를 소송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방만한 경영, 주인없는 회사인 공기업에 국민의 따가운 질타와 비판여론을 반영한 공공성과 공익성이 있는 기사였다. 그러나 건보는 '인사적체를 해결하고자 최소 범위에서 시행한 인사를 무더기 승진으로 매도했다'며 신문사와 담당 기자에게 10억 원을 배상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행히 "(승진으로) 공단이 추가로 부담하는 인건비가 연 35억 원이 아니라 24억1000여만 원인 등 세부적 내용이 진실과 다소 차이가 나지만 기사의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합치돼 허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것은 그동안 대법원 판례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중요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합치될 경우, 세부적 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리와 일치한다.

법원의 당연한 판결에 안도하면서 한편으로 건보와 부산일보의 이번 소송건에서 간과되어서는 안될 부분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언론에서 정부, 공기업을 감시, 견제한다는 것은 중앙언론에서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나 공기업이 중앙언론을 상대로 법적 다툼까지 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지방언론은 보다 손쉽게 소송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역언론에서 정론직필하기가 더욱 어렵다.

둘째, 지역언론은 동향, 학연, 지연으로 더욱 구조적으로 얽혀있어 ‘감시, 견제의 역할’보다 특정 정치인, 특정당 ‘홍보 역할’에 더욱 익숙하다. 지역언론이 자신의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대내외 활동에 대해 견제, 감시의 역할을 하는 모습은 드물다. 대신 홍보성 기사는 놓치지않고 보도하는 편이다.

이것이 지역언론의 불신을 키우는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공생의 관계를 유지하는 현실적 선택이기도 하다. 공기업 기관장에 지역출신 정치인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도 ‘우호적 관계유지’가 ‘지역 감시역할’에 우선하는 편이다. 그런 관점에서 부산일보의 이번 보도는 용기있는 편집권 수호의 일환으로 격려받아야 한다.

셋째, 지역언론의 노력에 대해 지역민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에 살면서 모두가 서울로 쳐다보는 현실, 지역 시장 후보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서울시장 후보는 누구인지 아는 현실...중앙 정부조차 지방 균형발전에 무심한 편인데 지역민들마저 지역발전보다 서울로만 눈길을 줄 때 지역발전의 기대는 요원하다.

최근 어느 지방출신 아나운서겸 탤런트는 자신의 아들이 ‘인서울 대학교에 가면 스포츠카를 사주겠다’는 말이 기사화됐을 정도로 지역은 ‘사람 살 곳도 대학생이 가야할 곳도 아닌 쪽’으로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런 말에 분노와 서글픔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지역발전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힘들다.

지역민이 먼저 지역언론의 용기에 박수를 치고 격려해야 한다. 지역 언론의 사이비 행태에는 단호해야 하지만 이들의 보이지않는 수고와 감시의 역할에 대해 지역민이 앞장 서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지역언론을 키우는 법이다.

건보는 무슨 돈으로 그렇게 거액의 소송에 나선 것인지, 법원의 기각판결은 법적으로 ‘쓸데없는 일’을 했다는 준엄한 선언인만큼 부산일보 해당기자와 데스크 등에 사과라도 해야 할 것이다. 지역언론의 야합은 가깝고 정론직필은 멀다. 시민의 격려와 사랑으로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파수꾼, 지역기자의 마음고생, 몸고생은 지역민의 박수, 구독으로 보상받아야 한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