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잔인한 인권유린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인권유린이다. 더군다나 그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바로 그 시간에 일어난다. 환호성을 지르며 축구경기를 즐기는 바로 그 시간에, 파키스탄 카펫이 깔린 거실에 편안하게 누워 음악을 듣는 바로 그 시간에, 가족과 오붓하게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는 바로 그 시간에, 심지어 연인들이 사랑의 초콜릿을 나누는 발렌타인데이에도 일어난다.

정말 슬픈 일이다. 그것은 바로 어린이노동이다. 1995년 국제노동기구는 전세계에서 14세 이하의 어린이 2억 5천만 명이 노동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들 대부분이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어린이들이고, 이 가운데 20% 정도의 어린이들이 신체절단, 화상, 시각, 청각, 호흡 장애 등을 겪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평생 불구가 된다고 밝혔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 월드컵과 축구공

월드컵은 축구를 통해 인종과 국가를 초월하여 세계인의 우의를 다지는 행사다.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에서 세계가 놀란 온 국민적 응원에 힙입어 4강에 오른 적이 있다. 그러나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있었던 바로 그 순간에도 파키스탄,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의 나라에서는 아주 작은 어린이들이 평균 하루 10시간 이상 시간당 6센트(한화로 약 53원 정도)의 적은 임금으로 나이키의 축구공과 신발을 꿰메고 있을 것이다.

3. 맥도널드 햄버거와 인형

맥도널드가게는 이미 대중화 되었다. 햄버거를 두 개 사면 하나는 반값에 준다고 선전하고, 또 장난감과 인형들을 끼워 팔거나 거저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 장난감과 인형을 자세히 보면 중국산이다. 그런데 맥도널드에 저가의 완구류를 납품해온 중국의 ‘시티 토이스사’는 전체 노동자 2천 명 중 4백 명을 14세 이하의 어린이로 채우고 있고, 맥도널드는 미성년 고용업체와의 계약을 금하는 자체 규정을 어기고 있다. 시티 토이스사의 어린이들은 하루 16시간의 중노동을 하고 일당 24위안( 한화 약 3천300원)을 받는 등 착취를 해왔다.

내가 딸과 함께 맥도널드 가게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맛있게 먹고, 그들이 주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을 바로 그 시간에도, 중국의 어린 아이들은 파김치된 몸으로 스누피인형의 눈을 달았을 것이다.

4. 발렌타인데이와 초콜릿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는 백화점이고 제과점이고 북새통이다. 그러나 아무 생각없이 남들이 한다고 연인에게 사랑의 징표로 초콜릿을 선물하지 마시라. 초콜릿을 만드는 주원료인 코코아를 수확하여 발효시키고 건조시키고 볶는 힘든 노동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몫이다.

그들 대부분은 납치되어 농장주들에게 팔린 경우이거나 부모들이 헐값에 팔아넘긴 아이들이다. 어린이들은 팔려가서도 가난을 벗어날 꿈을 꾸지만, 결국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현대판 노예시장이거나, 중노동과 가혹행위가 판을 치는 강제노동뿐이다. 이쯤되면 초콜릿은 달지 않다.

5. 아크발 마시

아크발 마시는 어린이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 어린이상’의 첫 수상자다. 그러나 그는 이 상을 받기 5년전 이미 사망하였다. 아크발 마시는 파키스탄에서 네 살 때부터 가펫공장으로 끌려가 강제노동을 시작했다. 5년간 노예처럼 일했던 아크발 마시는 1992년 카펫공장을 탈출하여 9세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노동운동가’로 변신했다. 당시 파키스탄에는 어린이노동자가 600만 명이나 되었고, 그들의 하루 임금은 1루피(한화로 약 24원)였다.


아크발 마시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파키스탄의 어린이 노동의 참상을 고발하였고, 그 결과 대형 카펫공장 10여 곳이 폐쇄되고, 수천 명의 어린이들은 강제노동에서 해방되었다. 그러나 아크발 마시는 1995년 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아크발 마시는 “변호사가 돼서 불우한 어린이를 돕고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에 아크발 마시의 상금으로 파키스탄 어린이 노동자를 위한 ‘아크발 자유센터’가 설립되어 활동중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