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중재 요구 사실상 거부 뉴스검색 제공제외

SBS가 오는 6월 개최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KBS MBC와 공동으로 중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에따라 지난 동계올림픽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공동중계를 위한 중재가 아무 실효를 거두지 못할 전망이다.

우원길 SBS 사장은 15일 방통위의 보편적 시청권 관련 금지행위 의견진술 자리에 참석해 “남아공 월드컵 중계를 위한 시설배정 등 절차가 모두 끝나 다른 방송사와 공동 중계를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SBS가 양보해 공동중계에 합의한다고 해도 이미 현 시점에서는 물리적으로 공동중계가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사실상 SBS가 단독중계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여러 차례 공동중계 협상을 촉구했는데도 SBS의 의지는 확고했다. 우 사장은 최 위원장이 국민정서를 고려해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말하자 “시위하고 떼쓰면 사회에서 통용된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뭔가 달라져야 한다”며 거부했다. 또, 최 위원장이 “논의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냐”고 재확인하자 우 사장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SBS가 방통위의 중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방송업계에서는 광고수익을 꼽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독점중계로 SBS가 벌어들인 광고수익만 142억 원으로 당초 예상했던 80억 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SBS 안팎에서조차 월드컵 중계에서 수익을 내려면 최소 8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SBS가 이번 기회에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만년 3등 방송사’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 사장도 방송 3사와의 합의를 파기하고 독점계약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면서 ‘방송권 확대에 대한 우려, 상대적 약자로서의 우려’가 배경에 깔려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SBS의 이런 입장을 이해한다고 해도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드러난 독점중계 폐해에 대한 비난여론이 적지 않아 월드컵 단독중계 강행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경자 방통위 부위원장도 “사장 합의가 깨지면 국민보고 방송을 믿으라고 할 수 있느냐”며 “코리아풀이 깨진 것은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진술회의에 참석한 김인규 KBS 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은 SBS가 2006년 국제 스포츠 중계권 협상에 공동 대처하기로 협약을 맺었다가 약속을 깨고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 계약한 것을 비난하면서도 그동안 걸림돌이 된 비용분담 문제에선 양보가 가능하다며 방통위에 중재를 요구했다.

방통위는 17일 전체회의에서 SBS의 보편적 시청권 위반 여부와 이들 방송 3사의 중계방송권 판매 및 구매 거부, 지연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