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공공성포럼 기고]그래서 여론 다양해졌습니까? 뉴스검색 제공 제외

드디어 MBC도 MB정권의 수중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디어위원회 한나라당측 위원장을 지낸 김우룡씨가 방문진 이사장직을 맡은 이후 기존 사장과 경영진을 몰아내더니, 이제 새 사장에 친MB맨을 입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결국 MBC를 관리․감독하는 자칭 '회장급'과 MBC를 진두지휘하는 사장이 모두 MB맨으로 포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경영진 개편을 비롯한 후속 인사와 프로그램 개편 등을 통해 MBC마저도 더욱 친MB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미 오래 전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얘기들이 불행하게도 엄연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작년 3월 국회 안에 미디어위원회가 출범하던 첫날 상견례장에서 김우룡 여당측 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하면서 농으로 "이사장님, 축하합니다" 하고 넘겨짚은 일이 있었다.

▲ ⓒ미디어오늘
그때 김 위원장은 "이 사람이! 무슨 소릴!" 하며 당황한 듯 말꼬리를 흐렸지만, 그는 지금 방문진 이사장이 되어 있다. 김 위원장뿐이 아니라 당시 위원회 회의장에서 유달리 MBC를 강력 비판했던 위원들이 방문진 이사와 감사 자리를 껴차고 앉아 있다. 결국 그들이 방문진을 접수한 셈이다.

그런데 그동안 그들이 한 일은 MBC 관리감독권을 내세워 온갖 무리수를 다해 경영진을 물갈이한 일이다. 알만한 이의 눈에는 MBC를 또 하나의 정권 친위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몸부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방문진은 87년 민주화 과정의 산물이었다. 당시 방문진은 권력의 외압으로부터 공영방송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호, 보장하기 위해 공익법인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방문진은 본연의 임무를 완전히 망각한 채 자신의 존재 이유마저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침해하고 있다. "권력의 망나니" 짓을 하고 있다는 어느 대학 교수의 일갈이 정말 실감날 정도이다.

혹여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봐 작년 미디어위원회 도중 야당측 위원들은 미디어위원회에 참여한 이들은 향후 일정 기간 미디어 관련 공직 불참을 선언하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이미 그때부터 한 자리할 욕심들이 있었는지 야당측 제안은 즉각 거부되었다. 그들은 온갖 어거지 논리로 한나라당의 미디어악법을 비호했고, 그 댓가로 결국은 완장을 차게 되었다. MBC에 대한 강도 높은 경영혁신과 구조합리화를 주장하던 ‘회장급’ 이사장은 오히려 자신의 연봉을 파격적으로 인상하는 용단을 내렸다.

지나가는 소는 물론 먼발치에 있는 소까지 웃을 일이다. 공영방송의 독립과 자율은 철저히 짓밟히고, 공익재단의 공익은 사리사욕으로 둔갑해 해버렸다.

이런 와중에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영방송 MBC가 더욱 MB씨(氏)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그 얘기 역시 점차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 MBC마저 그렇게 된다면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면서 그토록 주장했던 ‘여론의 다양성’이 이제는 확보되는 것인가? 국내 3대 신문 매체인 조선, 중앙, 동아가 예나처럼 정부․여당을 계속 편들고, 24시간 보도전문채널인 YTN이 요령껏 정부․여당을 밀어주고, 게다가 3대 방송매체인 KBS(MB특보 사장), MBC(친MB 이사장과 사장), SBS(MB 동창 사장)까지 MB어천가를 합창하게 된다면 이제 우리 사회는 여론이 정말 다양해지는 것일까?

게다가 앞으로 등장할 재벌들과 거대신문사들의 종편 채널과 보도채널이 뒤에서 확실한 백 코러스까지 넣어 준다면, 우리 사회의 여론 구도는 너무 다양하다 못해서 아예 다채로와지게 될까? 이런 추세라면 결국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잦아들고 친여보수대합창 소리만이 강산에 진동하게 될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방문진의 MBC 장악을 MB정권의 방송장악 완결판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와 언론, 방송은 현장의 언론인과 방송인, 그리고 시민 사회가 싸워서 쟁취하는 수밖에 없을 듯싶다. 지금 정권은 온갖 치졸한 방법으로 우리 사회가 어렵게 어렵게 바로 세운 민주주의의 성좌를 다시 자빠뜨리고 있다. 거기에 일부 지식인들이 사익을 위해 부화뇌동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도 믿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현장의 언론인과 방송인들이다. 우리에게는 민주화의 값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역시 지켜보고 있다. 아직은 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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