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문장으로 사람들 마음속에 들꽃을 피워주신 스님"
"시대의 빛, 양심의 빛 바로 민중의 지도자... 이제 편히"

산수유와 매화가 매서운 꽃샘바람에 예쁜 꽃망울을 터트리는 아름다운 봄날, 법정 스님(1932년 10월 8일생)은 홀연히 우리들 곁을 떠나셨습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목탁소리에 감로와 같은 충만함으로 가득차 있었는지 법정 스님은 아마 모르실겁니다. 시대가 어려울 때마다 용기와 희망을 주신 법정 스님, 그래서 우리는 법정 스님을 잃고 너무나 큰 슬픔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제 법정 스님이 가신 자리는 아무도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을 법정 스님은 아셔야 합니다. 부처님이시여! 슬픔에 휩싸인 불자들에게 힘을 주소서 간절히 발원합니다.

승려로써 세속의 삶을 살펴주시며 정권의 부당한 행위에 아무런 두려움 없이 일침을 가하시던 법정 스님, 부드러움 속에 간직한 유려함이 이슬처럼 맑은 문장으로 다시 태어나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마구 들꽃을 피워주신 법정 스님,

법정 스님의 수필을 읽노라면 산속에 조용한 오솔길을 걷는 듯 솔향기가 풍겨 나오고 너무나 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앞에 언제나 당당한 연꽃으로 오신 법정 스님, 법정 스님은 시대의 더러움을 없애주신 한 송이의 연꽃이셨습니다.

스님의 글을 읽으면 스님이 계신 송광사의 불일암으로 불현듯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산속에 수행하시면서도 시대와 역사를 고민하시던 법정 스님, 시대의 사자후를 토하시던 법정 스님의 칼럼은 암흑의 시대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던지요.

불자라면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산방한담'과 같은 수필 한 두 권쯤은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겁니다. 암울했던 시대, 신문의 한 면에 커다랗게 실린 법정 스님의 칼럼을 읽고 민주와 평화, 인권, 통일에 대한 열망을 우리는 오롯이 키워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법정 스님은 극락세계에 가셔서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법정 스님은 시대의 빛, 양심의 빛 바로 민중의 지도자였습니다.

아! 아! 법정 스님을 보낼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이것도 또한 인연인지라 부처님께 합장하며 부처님의 말씀 삼법인(三法印) 가운데서 제행무상을 떠올립니다. 스님 그 동안 얼마나 중생들 생각하시며 마음 고생이 심하셨습니까. 이제 편히 쉬시기를 두 손 모아 합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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