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인터뷰] 김창룡 인제대 교수-표창원 경찰대 교수 <뉴스 검색 제공 제외>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사건 용의자인 김길태(33)씨의 신상 공개와 관련해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다. 10일 검거 직후 경찰은 2005년 이후 이례적으로 김씨의 신상을 공개했으며, 대다수 언론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자 공표 금지의 원칙', '이중처벌 금지 원칙', '여론 재판 위험성' 때문에 일부 언론은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공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씨를 포함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피의자의 신상 공개와 관련해 찬반 양론을 들어봤다. / 편집자

"피의자만 인권 있나, 공개가 원칙"
[공개 찬성] 김창룡 인제대 교수(언론정치학)


▲ 김창룡 인제대 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창룡 인제대 교수(언론정치학)는 11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공개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비록 최종 재판으로 유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범인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건 아래 세 가지다.

첫째, 연쇄살인범이나 아동성폭행범 등 반 인륜범죄나 흉악범죄에 한한다. 둘째, 범인임을 스스로 자백, 인정하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물증 일부 등이 나타나야 한다. 셋째,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타인의 행복추구권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에 한한다. 김 교수는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언론사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범인의 신상공개를 원칙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초 강호순사건 때도 이런 주장을 펼치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이 과감하게 범인 강씨의 얼굴사진을 공개한 것은 용기 있는 도전으로 한국사회에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하나의 원칙에 불과할 뿐,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김 교수는 10일 "피의자 신상공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피의자의 인권만 강조하고 피해자의 인권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피해자 유가족의 피해나 행복추구권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성문제에 대한 폐쇄성 때문에 성범죄는 10%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피의자 신상공개는 물론 다양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전자발찌는 단순한 위치추적 기능에 그칠 뿐 제대로 된 대안이 못 된다"며 "화학적 거세를 비롯해 성범죄자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킬 수 있는 제도적 법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의자 신상공개, 언론 책임 있다"
[공개 반대] 표창원 경찰대 교수(행정학)


▲ 표창원 경찰대 교수
표창원 경찰대 교수(행정학)는 11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호순 때와 마찬가지로 공개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두순사건 등에 있어 '아동 성폭행범을 장기 격리하라'고 줄곧 주장해 온 표 교수지만, 성폭행범의 처벌 수위가 낮은 것과 피의자 신상공개 여부는 별개로 바라봤다.

먼저 언론이다. 표 교수는 "김길태가 피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 대신, 공공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 것은 언론사의 자기책임"이라며 "공개에 대한 형사적인 책임은 물을 수 없지만 민사적인 손해배상 책임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흉악범이 신상공개에 대해 언론사에 책임을 물은 적은 없지만, 정치인 등 유명인이 소송한 사례는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경찰이다. 표 교수는 "국가기관은 언론과 다르다"며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했을 경우 민사책임은 물론 형사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다만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대단히 기술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적극적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호송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게끔 한 것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경찰청 훈령으로 마련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경찰서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긴 하나, 자연스레 형성된 포토라인에서 피의자 의사에 반해 '얼굴을 들어라'랄지 강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표 교수는 "강호순 때와 마찬가지로 국가기관이 피의자의 신상을 강제로 공개하는 것에는 반대 한다"며 "다만 개별 언론사의 노력으로 호송과정이나 다른 경로로 신상이 노출되는 것은 해당사가 책임지면 된다"고 주장했다. 표 교수는 이어 "신상공개 문제를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호순사건이나 이번 사건에서 공익변호사들이 소송을 내 신상공개에 대한 판례를 마련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접견하고 온 한 언론전문 변호사는 "유영철이 허락만 해줬다면 그에 대해 마구잡이로 기사를 쓴 기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모두 승소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표 교수는 피의자 신상보도와 관련한 언론사 간 경쟁심리를 지적하기도 했다.

표 교수는 "언론사들이 보도 경쟁에 매몰되다 보니까 피의자 신상을 공개한 언론사는 남보다 앞서 공개한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하고, 그렇지 않은 언론사는 스스로 뒤쳐진 느낌을 받는 것 같은 모습"이라며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 지도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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