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창] 2010 밴쿠버 올림픽 성과와 과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세계 5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내며 폐막했다. 전세계를 열광시킨 ‘피겨여왕’ 김연아의 금메달은 금메달 그 이상의 가치와 환호로 국민의 가슴속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때만큼 AP, AFP, NHK, 신화사,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 해외 언론이 한목소리로 ‘연아’ ‘코리아’를 찬사한 적도 없다.

금메달의 화려한 조명속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못한 비인기종목이나 메달권 밖 한국 선수 모두에게도 격려와 감사의 박수가 가야 한다. 한국의 선수도 감독도 모두 아시아 최고성적(중국7위, 일본 노골드)으로 동계 올림픽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 칭송돼야 한다. 이와함께 한국의 국가 위상과 이미지도 한단계 격상했다. 세계는 한국의 숏트랙에만 주목한 것이 아니라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 등 그동안 불모지, 변방 정도로 인식해왔던 세계인들의 인식에 충격을 줬다.

온 국민을 즐겁게 흥분시키며 국가적 자부심, 긍지를 갖게한 ‘월드컵 4강신화’와 맞먹는 ‘동계올림픽 5강 신화’를 창조했다. 이 성과와 격상된 위상을 세계의 미디어는 찬사와 함께 부러워하는데 정작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소 무덤덤한 표정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SBS 단독중계’의 한계와 문제점 때문이다.

SBS가 KBS, MBC 등 공영방송을 제치고 올림픽 단독중계권을 따낸 이면에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SBS의 단독중계는 너무 많은 문제를 남겼으며 이는 동시에 공영방송의 동반실패로 이어져 국민적 축제행사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나았다는 사실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국이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냈을 때, SBS는 25분 간이나 집중보도했으나 KBS, MBC는 SBS가 자료를 주지않는다는 이유로 20초 정도 단신처리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 공영방송의 실패요 입버릇 처럼 반복하던 ‘국민의 알권리’는 자기편의에 따라 가져다 붙이는 허상임을 드러냈다.

-SBS는 공영방송을 따돌리기 위해 막대한 중계권료를 IOC에 제시해서 국부 유출의 논란을 야기했다. “SBS가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중계권을 지난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중계권료인 6000만 달러에 비해 2 배이상 많은 1억 4000만 달러(약 1700억원)에 계약하면서 막대한 국부유출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무소속 송훈석 국회의원 주장 근거). IOC 입장에서는 ‘코리아 풀(KBS,MBC,SBS 공동)’과 단독 계약 진행을 하는 것보다 ‘SBS 인터내셔널’이라는 또 하나의 채널과 양방 협상하는 것이 이권을 극대화하기에 좋았을 것이다. 이런 추가적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법이다.

-SBS의 중계수준과 저질 해설 논란으로 끝내 중도 하차한 일부 해설자의 역량은 올림픽 중계방송의 재미와 흥분을 반감시켰다. 독점중계였기 때문에 해설대신 ‘고함’을 치거나 엉터리 해설을 늘어놓아도 채널을 돌릴 수가 없었다. 국민의 채널 선택권조차 박탈당한 기분이었다. SBS측이 해설자의 기본 자질 검증과 교육에 무책임했거나 무심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바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2007년 방송법 개정이 있었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유럽에서 일반화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 즉 올림픽, 월드컵 등에 대해 독점중계의 횡포를 막고 방송중계권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 가격으로 차별없이 제공하도록’ 못박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해 전제조건으로 계약방송사는 국민전체 가구수의 90% 이상 시청 가능한 방송수단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방송으로 출범한 SBS가 지역민방, 케이블 방송과 연계하여 전체 가구수 90%가 넘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올림픽중계방송을 재전송한 케이블 TV협회는 저작권법 위반 행위논란에 휘말렸다.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적 시청권’이 확립돼 이런 논란은 없다.

영국의 경우 공영방송 BBC가 주관방송사가 되고 상업방송사인 ITV의 경우 중계권 일부를 배당받아 공동 중계에 나서는 방식이다. 일본의 경우도 공영방송 NHK가 주관방송사로 중계권을 확보한 뒤 민간방송사에 30-40% 정도 할당하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그동안 수없이 비슷한 문제점을 노출시킨 방송사들의 제살깎아먹기식 경쟁, 신사협정 무시 등의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비교적 최근이라할 수 있는 2007년 방송법을 개정하여 법적 토대는 충실하게 만들었다. 방송법 제 76조(방송프로그램 공급 및 보편적 시청권), 제76조의 2(보편적 시청권 보장위원회) 등이 있으며 이를 무시했을 때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제76조 3(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한 조치) 등이 있다.

특히 신사협정을 탈피하고 독점계약 횡포를 막기 위해 제76조의 4(중계방송권의 공동계약 권고)도 만들었다. 비록 권고조항이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만큼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중복편성으로 국민적 원성을 야기한 적도 있는 만큼 방송사들이 순차적으로 중계할 수 있도록 제76조의 5(중계방송의 순차편성 권고 등)도 마련됐다.

입법에는 성공했으나 이런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 방송통신위원회, 문화관광위원회, 한국방송협회, 각방송사들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다. 아무리 법을 만들어놓아도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에서 해태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법치사회’는 사라지고 ‘정글의 법칙’만 난무하게 된다.

스포츠의 제전에 선수와 국민이 주체가 돼야 한다. ‘마름역할’에 머물러야 할 방송사가 법의 정신을 망각하고 눈앞의 이익 때문에 행사를 임의로 과장, 축소, 왜곡시킨다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시정 권고할 수 없다면 이는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다. 궁극적으로 국가의 경쟁력과 이미지를 실추시키게 될 것이다. 방통위와 문광위의 제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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