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가시화까지 현상유지...또 '기다리는 전략'? <뉴스 검색 제공 제외>

2월 초 금강산.개성관광 실무회담 이후 남북대화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새해 초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하던 정부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

올해 들어 남북은 '신년공동사설'과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서로 확인한 다음, 개성공단 실무회담 - 금강산.개성관광 실무회담 - 군사실무회담 등 다양한 남북대화를 연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개성공단 실무회담과 금강산.개성관광 실무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고,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협의를 군사실무회담만 살아 있다. 이마저도 북측의 선제의에 대해 남측이 한 템포 늦춰서 23일 개최하자고 수정제안했지만 아직까지 답신이 없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개성공단 운영 유지' 수준에서 남북관계를 관리해온 지난해 방침에서 한발도 못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예정되어 있는 군사실무회담도 개성공단 3통 문제에 한정해서 임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는 다음 단계로 상정해 두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제안한 관광재개 조건에 대해 북측의 입장 변화가 없는 이상 회담을 열어도 의미가 없다"며 "현재로선 우리가 먼저 관광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제안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정부와 차별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북한산림녹화사업에 대해서도 속도를 늦추고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외곽 채널을 통해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부의 공식 채널을 통해 추진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2월 초 베이징에서 북한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직접 고건 사회통합위원장에게 접촉을 요청하자, 정부는 북한산림녹화 사업의 추진 주체를 '사회통합위원회'에서 통일부가 참여하고 있는 '녹색성장위'로 슬쩍 바꿔 버렸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오전 브리핑에서 "북한산림녹화를 추진의 주관부서는 통일부"라며 "사회통합위원회가 이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협조를 할 수 있겠지만, 북한과 이 문제를 다루는데 전면에 나서는 것은 통일부와 유관부처"라고 말했다.

북측이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나오자 이명박 정부가 '비핵화'를 내세우며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8일 한 토론회 축사에서 최근 북한의 화폐개혁 상황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진정성 있는 남북대화와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가 그러한 협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밝혔다.

이어 "안타깝게도 북한은 아직 비핵화를 위한 진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본질적 상황 변화 없이는 현 상황을 제대로 극복할 수 없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같은 발언은 6자회담 복귀 등 '본질적인 상황 변화' 없이는 현 수준에서 남북관계를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6자회담 재개가 3월 말-4월 초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한달 이상 현 수준에서 공회전할 가능성도 크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전체적으로 우리 정부가 6자회담 재개 흐름에 따라 남북관계 상황을 지켜보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 지는 확실치 않지만 정부가 적극적이지는 않다"고 봤다.

또 한편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또 '기다리는 전략'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최근 북한의 화폐개혁 이후 경제상황이 나빠졌다는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북한이 머리 숙이고 나올 것'이라는 기존 인식이 발동할 여지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 경제 상황이 나빠져서 손발 들고 나올 때 우리가 움직여도 된다는 것이 그동안의 정부의 논리"라며 "정부가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염두에 두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인식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실패한 대북정책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대북제제나 경제상황 악화로 북한이 굴복해서 나올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면서 이는 북.중관계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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